등록 : 2005.07.14 19:42
수정 : 2005.07.14 2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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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충칭 중심가 따핑의 한 이동통신 대리점 앞에서 불법 휴대전화를 파는 상인들. 시험통화를 해보고 있는 원피스 차림의 여성을 빼고는 모두 판매상이거나 호객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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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법거래 연 1500만대 300억~500억위안어치”
점조직 유통망에 수요 만만찮아 단속 어려움
사용자가 3억3천만명을 넘어설 정도로 휴대전화가 중국인들의 필수품이 되면서 불법 휴대전화 거래가 횡행하고 있다. 과거 밀수품 위주에서 최근에는 가짜 상표를 붙인 ‘짝퉁’ 제품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 더욱이 정식 대리점에서조차 버젓이 팔리고 있다.
휴대전화 대리점들이 즐비한 중국 서부 충칭직할시 중심가인 다핑도 사정은 비슷하다. 이곳의 불법 휴대전화 판매상 양아무개는 “대리점에선 2600위안(약 32만5천원)이지만 밀수품이라 2000위안(약 25만원)”이라며 한국산 삼성 휴대전화를 내보인다. 별 대응을 보이지 않자 이번엔 중국산 티시엘 상표가 붙은 휴대전화를 보여주며 “광둥에서 조립된 건데 성능이 정품과 똑같다”며 “원래 1700위안(21만2천원)인데 1200위안(15만원)에 주겠다”며 판매에 열을 올린다. “중국산에서 외국 유명브랜드까지 없는 게 없다. 고객카드와 제품설명서도 있으니 애프터서비스도 아무 문제가 없다”며 거리낌이 없다.
불법 제품의 대량유통 때문에 휴대전화 업체들은 골머리를 앓고 있다. 지난달 15일 광저우에서 ‘휴대전화 시장질서 규범화와 산업발전 촉진’이라는 주제로 열린 세미나에 참석한 중국과 외국 휴대전화 생산업체 관계자들은 당국에 엄중한 단속을 촉구했다. 휴대전화 생산업체인 캉자의 황중톈 사장은 “한 해 동안 암거래로 1500만대 이상이 판매된다”며 “불법 제품의 유통액은 300억~500억위안에 이른다”고 말했다. 또다른 업체인 보다오의 쉬리화 회장은 “불법 제품은 정식 인가도 없고 애프터서비스 의무도 없어 생산단가가 정상제품보다 20~50%나 낮다”고 말했다.
불법 조립제품이 기술력이 떨어지는 중국업체 제품을 복제한다면, 밀수품은 정식으로 수입되는 외국 업체에 큰 피해를 주고 있다. 중국 시장조사기관인 노슨텔레콤컨설팅 분석가인 한샤오빙은 “지난해 밀수품이 전체 판매량의 10%인 800만대”라며 “밀수품의 대부분은 노키아, 삼성, 모토롤라 등 유명브랜드 제품이며, 1대당 20% 이상의 이익을 챙기고 있다”고 말했다.
밀수품이 잘 팔리는 이유는 중국 소비자의 외국제품 선호 때문이다. 자신을 대학생이라고 소개한 옌레이레이는 “한국 드라마에서 본 휴대전화를 갖고 싶어서 광둥성 선전에 가서 밀수품을 샀다”며 “좋아하는 연예인이 지니고 있는 물건을 꼭 손에 넣고자 하는 게 요즘 중국 젊은이들의 공통된 심리”라고 말했다. 베이징의 밀수품 매장에서 노키아 휴대폰을 구입했다는 장시엔도 “돈이 없어서라기보다는 남보다 먼저 특이하고 개성있는 모델을 갖고 싶어서”라고 말했다.
중국 정부는 불법제품을 방치할 경우 조세수입이 줄어들 뿐 아니라, 산업 발전에도 해가 될 것이라는 판단에 따라 구체적인 단속 방안을 준비하고 있다. 그러나 불법제품 제조업체들이 다른 상품으로 생산 허가를 받아서 공장을 운영하는데다 유통망도 점조직으로 돼 있어 단속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또 값싼 불법제품을 찾는 소비자들의 수요도 만만찮아 중국에서 불법 휴대전화가 사라지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글·사진/모종혁 통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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