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5.08.15 21:47
수정 : 2005.08.16 0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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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남녀 젊은이가 15일 베이징 주재 일본대사관 근처에서 “동중국해 자원을 강탈하려는 일본에 강력 항의한다. 중국의 국가적 수치를 잊지 말자! 일본 상품 불매하자!”라고 적힌 종이를 들고 항의 시위를 벌이고 있다. 베이징/AP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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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층 반일감정 고조
‘야스쿠니 참배 반대’ 97.9%
2차대전 종전일인 15일 중국 전역은 “항일전쟁 승리”라는 경축 분위기에 젖었다. 중국의 8·15 경축 행사는 지난달 7일 중·일전쟁의 시발점이 된 루거우차오(노구교) 사건 68돌 때부터 시작됐다. 기념 행사들은 일본이 난징에서 국민당 정부에 정식 항복한 기념일인 9월9일까지 이어질 전망이다. 특히 중국 당국은 올해가 60돌이라는 점을 고려해, 이날을 이례적으로 크게 기념할 예정이다. 그러나 중국 당국은 이런 분위기가 ‘반일시위’로 이어지지 않도록 통제를 강화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중국 당국은 또 15일 이날 하루 동안 전국의 항일 관련 유적지와 박물관, 기념관, 전람관을 무료로 개방하고 각지에서 다양한 항일 관련 전시회를 열었다.
중국 <중앙텔레비전(CCTV)> 영화 채널을 비롯한 대다수의 중국 텔레비전 방송들은 <타이항산 위에서> <승리를 위하여> 등 항일전쟁을 다룬 각종 영화들을 연일 틀고 있고, 항일전쟁 참가자들의 회고와 ‘무명의 영웅’ 발굴 등이 이어지면서 경축 분위기를 돋우고 있다.
이런 가운데 반일 감정도 높아져가고 있다. 민족주의 색채가 강한 애국자동맹 사이트에 8월 15일을 기해 항일시위를 벌이자는 네티즌의 글이 올라온데 이어, 중국인들이 ‘훙커’(붉은 손님)라 부르는 해커들이 역사 왜곡 교과서를 출판한 후소사 등 일본의 우익 사이트를 해킹할 것이라는 등 ‘중·일 해커 대전’에 관한 소문도 무성하게 나돌았다.
<중국청년보>는 이날 2312명의 청년(평균 나이 30.4살)들을 대상으로 벌인 설문조사에서 “중국은 항일전쟁을 기리는 행사가 아직 소홀하다”는 의견이 90.2%나 됐다고 보도했다. 조사 대상자 가운데 직계 가족이 일제의 만행을 직접 목격했다는 응답은 51.2%로 9년 전인 96년 12월 같은 조사 때의 60.9%보다 감소했다. 그러나 “일제의 전쟁이 안겨준 재난에 분개한다”는 응답은 99.6%로 9년 전의 96.3%보다 높게 나타났다. 또 “일본 총리의 야스쿠니신사 참배를 받아들일 수 없다”는 응답도 97.9%로 9년 전보다 더욱 높아졌다.
한편, 주간 <중국신문주간>이 인터넷 포털 신랑망과 공동으로 조사한 결과를 보면, 설문참가자 7만6004명 가운데 79.9%가 “일본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로 “위험한 군국주의 국가”를 꼽았다. 또 ‘일본인’하면 떠오르는 인상은 “도조 히데키나 이시하라 같은 군국주의와 우익분자”라는 응답이 87.3%를 차지했다. 일본 내 군국주의 정서가 “되살아날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답은 95.6%나 됐다. 중·일 관계의 미래에 대해서는 “에너지 쟁탈전으로 인해 다시 한번 전쟁을 치를 것”이라는 답이 59.6%를 차지했다.
베이징/글·사진 이상수 특파원
lees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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