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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2월 고속철 열차가 중국 북서부 신장위구르자치구의 고비사막 지대를 지나고 있다. 중국은 자국 내 고속철 운행을 시작한 지 6년 만에 1만6000㎞ 구간에서 고속철을 운행하고 있으며, 최근에는 고속철 국외 수출 등에 공을 들이고 있다. 신장/신화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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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의 창] 글로벌 경제
중국이 수출 주력 산업 분야인 원자력발전과 철도 등 대형 국유기업 합병에 속도를 내고 있다. 방만한 경영으로 입길에 오르고 있는 국유기업 구조조정을 추진하는 동시에 규모의 경제로 수출 경쟁력도 높이자는 목적이다. 중국 국무원은 이달 중순 원자력발전 분야 국유기업인 국가원전기술공사(SNPTC)와 중국전력집단공사(CPIC)의 합병을 승인했다. 왕빙화 국가원전기술공사 회장은 17일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열린 국제원자력포럼에서 “정부가 우리 회사와 중국전력집단공사의 합병을 승인했다. 통합 회사의 이름은 국영전력투자공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왕 회장은 “국영전력투자공사는 자산이 7000억위안(131조3700억원)에 이를 것이고, 연 매출은 2000억위안에 달할 것”이라며 “중국이 남아공에 제3세대 원전을 수출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관영 <차이나 데일리>는 “두 기업은 지난해 4월부터 합병을 추진해왔고, 최근 국무원의 승인을 얻었다”고 보도했다. 국영전력투자공사는 조만간 기업공개(IPO)를 통해 대규모 투자자금을 모을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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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1조 자산 슈퍼전력회사 탄생
아르헨티나·파키스탄에 원자력 수출
리커창 “고속철도 대외홍보 뿌듯”
석유기업 합병설 솔솔…경쟁력 제고 중국은 원자력 수출국으로 입지를 다져가고 있다. 시진핑 주석은 2월 베이징에서 크리스티나 페르난데스 키르치네르 아르헨티나 대통령과 만나 “두 나라가 원자력발전 분야에서 협력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페르난데스 대통령은 “중국이 아르헨티나의 4호, 5호기 원전에 각각 58억달러와 70억달러 등 모두 128억달러(14조1400억원)를 투자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같은 달 중국은 파키스탄에서도 6기의 원전 건설을 수주했다. 중국은 남아공, 인도네시아, 타이 등에서도 원전 수출을 타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인민일보>는 “국제원자력기구(IAEA)는 향후 10년 동안 중국을 뺀 세계 원자력 시장은 1조위안(175조원)에 달한다고 전망했다”며 “원전 분야는 국제 무대에 중국의 선진 기술을 알리는 새로운 명함이 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철도 분야 역시 합병으로 덩치를 키워 국외 진출에 분주하다. 중국 정부는 지난해 12월 양대 고속철도 국유기업인 중국남차(CSR)와 중국북차(CNR)의 합병을 승인했다. ‘중국궤도교통차량집단지분유한공사’란 이름으로 재탄생한 합병 기업은 자산이 3000억위안(약 54조원)에 이르고 매출 예상액도 3000억위안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중국 해관총서(세관)는 지난해 268억위안(4조7000억원)가량의 철도 관련 설비를 수출했다고 발표한 바 있다. 이런 수치는 2013년보다 34.7% 늘어난 것이다. 중국은 동남아국가연합(아세안·ASEAN) 회원국과 아르헨티나, 오스트레일리아, 나이지리아 등 30여개국에 철도 기술과 장비를 수출하고 있다. 리커창 중국 총리는 “중국 고속철을 홍보하는 일에 자부심을 느낀다”고 말할 정도로 ‘고속철도 영업사원’을 자처하고 있다. 두 거대 국영 철도회사의 합병 역시 수출 경쟁력 제고 차원에서 이뤄졌다. 2013년 아르헨티나 고속철 입찰 과정에서 중국북차는 대당 230만달러를 제시하려 했지만 남차가 절반가량인 127만달러에 입찰액을 제시했고 이 과정에서 두 회사는 소송전까지 벌였다. 제 살 깎아먹기식 경쟁은 정부로 하여금 통합의 필요성을 절감하게 했다. 이밖에 중국 양대 석유기업인 중국석유천연가스(CNCP)와 중국석유화학(Sinopec), 중국해양석유(CNOOC)와 중국화공(Chemchina) 등의 합병설도 꾸준히 흘러나오고 있다. 왕샤오타오 국가발전개혁위원회 부주임은 “중국은 국제시장에서 철도, 원전 등 중장비 분야를 개척하는 데 더욱 박차를 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월스트리트 저널>은 “중국 정부가 수개월 안에 10만개가 넘는 국유기업 구조조정 청사진을 마련해 발표할 것”이라며 “특히 에너지, 자원, 통신, 중공업 분야의 국유기업을 합병해 수익을 극대화하고 세계 시장 진출도 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베이징/성연철 특파원 sych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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