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7.06.09 13:29
수정 : 2017.06.09 13: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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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파키스탄 발루치스탄주 케타시에서 무장세력에 납치된 중국인 2명. <텅쉰신문>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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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해자는 파키스탄서 활동한 중국어 교사들
일대일로 핵심구역서 억류된 지 16일 만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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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파키스탄 발루치스탄주 케타시에서 무장세력에 납치된 중국인 2명. <텅쉰신문>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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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슬람 수니파 테러단체인 이슬람국가(IS)가 지난달 파키스탄에서 납치한 중국인 2명을 살해했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중국이 추진하는 ‘일대일로 프로젝트’의 핵심 구역으로 꼽히는 발루치스탄(파키스탄 남서부)에서 발생한 이번 사건에 중국과 파키스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이슬람국가 선전매체인 <아마크> 통신은 8일 “이슬람국가 전사들이 발루치스탄에 억류중이던 중국인 2명을 살해했다”고 밝혔다. 피해자들은 지난달 24일 발루치스탄주 주도인 케타에서 현지 언어인 우르두어를 공부하던 중국인 남녀로, 당시 경찰로 신분을 위장한 무장세력에 납치됐다. 발루치스탄주 정부 대변인은 해당 보도의 사실 여부를 확인중이라고 밝혔다.
중국 외교부는 9일 자료를 내어, “엄중한 우려를 표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화춘잉 외교부 대변인은 “우리는 최근 인질로 붙잡힌 2명의 석방을 위해 노력해왔으며, 중국은 현재 파키스탄 당국을 포함한 각종 경로를 통해 관련 상황을 파악하고 있다”며 “중국은 어떤 형태의 민간인 납치에도 결연히 반대하며, 모든 형식의 테러 및 극단적 폭력에 반대한다”고 말했다.
이번 일이 특히 주목받는 것은 사건이 발생한 발루치스탄주가 중국이 추진하는 ‘일대일로 프로젝트’의 핵심사업으로 꼽히는 과다르항이 위치한 곳이기 때문이다. 중국 서부 신장위구르자치구 카슈가르에서 과다르항까지 3000㎞ 구간을 도로·철도·가스관 등으로 잇는 '중-파 경제회랑' 개발 사업은, 이곳에 많은 중국인들을 불러들이고 있기도 하다. 이번 사건 피해자들도 중국어 교사들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일대일로’ 추진을 선언한 2014년 이후 파키스탄의 중국어 학습 인구는 폭발적으로 늘어났다.
중국 쪽은 그동안 특히 발루치스탄 지역의 중국인 및 중국 시설의 안전을 위해 치안 강화를 꾸준히 요청해왔다고 <아에프페>(AFP) 통신이 전했다. 파키스탄 쪽도 이를 위해 실제 1만5000명 규모의 특수 부대를 편성하며 호응했다. 파키스탄 전체적으로 치안 상황이 개선됐다는 평가도 나온다. 8일 <아마크> 보도가 나오기 불과 몇시간 전 파키스탄 군은 앞서 3일 동안 케타 인근 동굴 지역에서 소탕작전을 벌여 무장세력 12명을 제거했다면서, 이슬람국가의 근거지 형성을 저지했다고 밝혔다. 현지에서는 중국인 살해 사건이 이에 대한 보복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발루치스탄에는 풍부한 자원에 걸맞은 대우를 받지 못한다는 정서가 퍼져있어 분리주의자들이 득세하는데다, 이같은 갈등을 틈타 이슬람국가가 호시탐탐 진출을 노리고 있다. 이 때문에 외국인과 외국 시설은 항상 불안을 감수해야 한다. 지난달 발루치스탄 마스퉁에서는 이슬람국가 폭탄 공격으로 25명이 사망했고, 이달 초 과다르항 근처 도로 건설 지역에서는 파키스탄 노동자 10명이 살해당하는 사건도 있었다.
이번 사건이 사실로 확인된다면 2015년 11월 교사 출신으로 프리랜스 광고 컨설팅 일을 하던 판징후이에 이어 두번째로 이슬람국가에 의한 중국인 살해 사건으로 기록될 전망이다.
베이징/김외현 특파원
osca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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