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주요메뉴 바로가기

본문

광고

광고

기사본문

등록 : 2017.11.28 13:59 수정 : 2017.11.28 21:06

베이징 남부 다싱구에서 당국의 갑작스런 퇴거 명령에 가재도구를 싸들고 쫓겨나는 주민들. 중국노공통신(CLB) 누리집 갈무리

낡은 아파트 화재 19명 사망 참사
시, 다음날 ‘위험시설 철거…떠나라’
철거반원들 한밤 습격 집 부수기도
농민공들 가재도구 들고 망연자실
지식인 100여명 “강제철거 중단을”

베이징 남부 다싱구에서 당국의 갑작스런 퇴거 명령에 가재도구를 싸들고 쫓겨나는 주민들. 중국노공통신(CLB) 누리집 갈무리
지난 18일 베이징 남부 다싱구 신젠촌의 낡은 아파트에서 불이 나 19명이 숨졌다. 희생자들은 대부분 외지에서 베이징으로 와 일하던, ‘농민공’으로 불리는 가난한 이주노동자들이었다.

화재 참사 다음날 분홍색 인쇄문이 집집마다 나붙었다. 이날부터 당장 안전위험 시설 철거 캠페인을 시작하니 이 지역 주민들은 모두 떠나야 하고, 시장, 상점, 창고 등도 모두 폐쇄해야 하며, 22일부터는 강력한 단속에 나서겠다는 경고장이었다.

철거 대상자의 정확한 수는 파악되지 않았으나, 다싱·펑타이·창핑·하이뎬 등 베이징 각지에서 10만명 이상이 통지를 받은 것으로 추정된다고 <사우스차이나 모닝포스트>는 전했다. 온라인에는 추위 속에 챙길 수 있는 가재도구를 이고 진 채 망연자실한 표정으로 빠져나가는 주민들의 모습을 찍은 사진들이 잇따라 올라왔다.

철거반원들이 강압적 수단을 동원해 주민들을 쫓아낸 것도 분노를 일으켰다. 추위 속에 강제 단전, 단수를 하거나 한밤중에 습격해 집을 부수고 폭력적으로 겁을 주는 행동들은, 하루아침에 삶의 터전을 잃고 쫓겨나는 수많은 사람들을 더욱 절망스럽게 했다.

베이징 남부 다싱구에서 당국의 갑작스런 퇴거 명령에 가재도구를 싸들고 쫓겨나는 주민들. 중국노공통신(CLB) 누리집 갈무리
많은 이들은 베이징시가 인구를 2300만명으로 줄이겠다는 계획에 따라 현재 주민의 15%를 줄여야 하는 상황에서, 이번 화재와 안전 문제를 명분 삼아 위험하고 낡은 불법 건축물 등에 주로 살고 있는 가난한 농촌 출신 노동자들을 대거 쫓아내기에 나섰다고 비판하고 있다.

역사학자 장리판을 비롯한 100명 이상의 지식인들은 당국에 “무자비한 강제 철거”를 중단할 것을 요구하는 공개서한을 발표했다. 저명한 사회학자인 쑨리핑 칭화대 교수는 최근 웨이신에 올린 글에서 “비극적인 화재가 안전을 명분으로 마을 전체를 쫓아내는 핑계로 이용돼서는 안 된다”며 “중국은 급속한 도시화 과정을 겪고 있으며, 불균형한 발전과 몇몇 도시로의 자원 집중 때문에 수많은 농촌 출신 이주노동자들이 도시로 흘러 들어왔다”고 지적했다.

파문이 확산되자 27일 베이징시 당국은 상주 인구를 줄이기 위해 빈곤층 쫓아내기에 나섰다는 소문은 사실이 아니라며, ‘인구 제한 기준’은 없다고 발표했다. 차이치 베이징 당서기는 이날 회의에서 “베이징이 현재 발전의 시험을 겪고 있으며 각급 지도자들은 수도의 안전과 안정을 유지해야 한다”며 “퇴거는 시간 여유를 주고 진행돼야 한다. 서두르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고 <베이징일보>가 보도했다. 하지만 차이 당서기는 “도시의 안전을 위협하는 문제를 해결하려는 캠페인은 계속돼야 한다”며 퇴거 조처가 계속될 것이라고 밝혔다.

박민희 기자 minggu@hani.co.kr

광고

브랜드 링크

멀티미디어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한겨레 소개 및 약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