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7.12.19 15:24
수정 : 2017.12.19 20:48
|
‘친중 정치인’ 논란 끝에 최근 사임을 발표한 샘 대스티아리 오스트레일리아 상원의원.
|
오스트레일리아, 친중 논란 상원의원 사퇴
뉴질랜드, 첫 중국 출신 의원 중국군 연루설
독일 정보기관, 중국의 SNS 첩보활동 경계령
인도, 공산당연합 집권 네팔의 중국 밀착 우려
잇단 비판에 중국 쪽 “매카시즘 징후” 반발
|
‘친중 정치인’ 논란 끝에 최근 사임을 발표한 샘 대스티아리 오스트레일리아 상원의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8일 국가안보전략 보고서를 발표하면서 중국과 러시아를 “미국의 영향력, 가치, 부에 도전”하는 “라이벌 강대국”으로 규정해, “위대한 중화민족의 부흥”을 부르짖는 중국과의 대립각이 더 분명해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여러 나라에서 중국의 정치 개입 논란이 커지고 있다.
논란이 가장 뜨거운 곳은 오스트레일리아다. 미국의 힘이 감퇴하는 가운데 중국을 어떻게 대할까를 두고 벌어진 논쟁이 정치인 매수 논란으로 발전하는 와중에 야당인 노동당의 기대주인 샘 대스티아리(34) 상원의원이 지난 11일 사임을 발표했다. 그는 중국 기업인들한테 여행비와 법률 비용 등을 받은 사실이 드러난 데다 최근에는 오스트레일리아가 남중국해 문제에 개입하지 말아야 한다는 주장으로 친중 정치인이라는 낙인이 찍혔다. 중국 쪽 돈을 받은 의원이 더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멜버른대 로스쿨은 2000~2016년 해외에서 온 정치자금의 약 80%가 중국 쪽의 기부라고 집계했다.
오스트레일리아 정치권과 언론에서는 중국이 자국 유학생들을 감시하는 것을 넘어 학문의 자유를 침해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중국계는 오스트레일리아 대학생 인구의 10%를 차지하고 있다. <조용한 침략: 중국은 어떻게 오스트레일리아를 꼭두각시 국가로 만들고 있나>라는 제목의 책을 내려던 교수가 중국 쪽이 출판사에 법적 대응을 경고해 출간이 미뤄졌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오스트레일리아 정보기관도 중국이 캠퍼스에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고 경고했다.
|
중국군 첩보조직과의 연루설이 제기된 뉴질랜드 의원 양젠.
|
뉴질랜드에서는 9월에 첫 중국 태생 의원인 양젠을 둘러싼 간첩 논란이 불거졌다. <파이낸셜 타임스>는 여당인 국민당 소속인 그가 중국군의 첩보원 양성 기관인 뤄양외국어학원에 다니는 등 15년간 중국군 첩보 조직과 연루돼 있었다며, 뉴질랜드 정보기관이 그의 진짜 신분에 대해 조사중이라고 보도했다. 양은 중상모략이라고 반박했다.
미국 외교협회의 조슈아 컬랜칙은 오스트레일리아와 뉴질랜드에서 제기된 논란과 관련해 “오스트레일리아가 미국으로부터 계속로 멀어진다면 아시아·태평양 지역에 미칠 영향은 엄청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두 나라가 미국, 영국, 캐나다와 함께 앵글로색슨 계통 국가들의 정보 공유망인 ‘파이브 아이즈’에 속한다는 점도 중국이 접근을 강화하는 이유라고 주장했다.
중국의 첩보 활동 강화 논란은 유럽에서도 일고 있다. 독일 정보기관인 연방헌법수호청은 최근 중국 정보 요원들이 가짜 링크트인 계정으로 독일인 1만여명과 연결을 시도하고 있다며 주의를 요구했다. 연방헌법수호청의 한스 게오르그 마센 청장은 “특정한 의회, 부처, 기관들에 침투하려는 광범위한 시도”가 있다고 밝혔다.
인도에서는 이달 초 네팔 총선에서 각각 마르크스-레닌주의와 마오쩌둥주의를 표방하는 공산당 연합이 압승한 것을 두고 중국의 영향력이 커질 것이라고 우려한다. 네팔은 전통적으로 인도의 영향권 안에 있었다.
중국 쪽은 외국 정부와 언론의 비판에 “매카시즘의 징후”(관영 <환구시보>)라는 등의 반응을 내놓는다. 이달 초 맬컴 턴불 오스트레일리아 총리가 “중국의 영향력에 대한 충격적 보도들”을 언급하며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하자 자국 주재 오스트레일리아대사를 초치하기도 했다.
이본영 기자
ebon@hani.co.kr
광고
기사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