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7.12.26 16:43
수정 : 2017.12.26 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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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 서부 톄닝사의 12세기 초 불탑과 그 옆에 세워진 문혁시대의 거대한 발전소 굴뚝웨이보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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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오시대 향수 확산되면서 철거 대신 랜드마크로 개발키로
마오쩌둥 탄생 기념일인 26일 정치적 침묵 속에 지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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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 서부 톄닝사의 12세기 초 불탑과 그 옆에 세워진 문혁시대의 거대한 발전소 굴뚝웨이보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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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 서부의 유서 깊은 사찰 톄닝사는 12세기 초 요나라 때 세워진 불탑으로 유명하다. 그 바로 옆에는 문화대혁명 시기에 세워진 180m 높이의 거대한 굴뚝이 탑을 압도하듯 내려다보고 있다.
2009년 베이징 제2화력발전소가 이전하면서 가동을 멈춘 이 거대 굴뚝을 철거할지 보존할지는 올해 중국에서 뜨거운 논쟁거리가 됐다. 고등학교 시험 문제로 출제되기도 했다. 역사적 유적의 경관을 훼손하고 있다는 비판에도 불구하고, 베이징시 정부는 결국 이 굴뚝을 보존해 랜드마크로 재단장하기로 하고 최근 디자인 공모전도 열었다.
맑은 날은 푸르게, 공기 질이 나빠지면 오렌지색과 붉은 색으로 변하게 만들어 공기오염 측정기 역할을 하도록 하거나, 굴뚝의 윗부분을 잘라내 톄닝사의 불탑을 내려다보는 전망대로 개발하자는 아이디어 등이 나왔다.
신중국 건국 초기 마오쩌둥은 “베이징이 굴뚝의 숲으로 변했으면 좋겠다”며 산업화, 근대화에 박차를 가했다. 많은 중국인들에게 이 굴뚝은 그 시대의 상징이다.
이 굴뚝을 둘러싼 논쟁과 관심은 마오쩌둥 시대에 대한 중국인들의 향수를 보여준다고 <월스트리트 저널>이 25일 보도했다. 혼란에도 불구하고 마오 시대는 지금보다 단순하고 평등했으며 함께 신중국을 건설한 시대였다는 자부심을 느끼는 이들이 늘고 있다.
마오 시대 혁명 유적지들을 찾아다니는 홍색여행 열풍에 이어 최근에는 교외 지역에 마오 시대를 느끼게 해주는 숙소나 그와 관련된 포스터로 장식된 식당들이 ‘복고 마케팅’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
하지만 정작 마오 탄생 124주년이었던 26일, 중국 당국은 마오를 추모하는 대규모 행사도 열지 않았고, 언론도 조용했다. 공산당 기관지인 <인민일보>도 관련 소식을 한 줄도 전하지 않았다. 마오의 고향인 후난성 사오산에서만 추종자 수만명이 추모행사를 열었을 뿐이다.
마오를 둘러싼 중국의 복잡미묘한 상황에 대해선, 마오에 버금가는 강력한 1인 지도체제를 추구하는 시진핑 국가주석이 마오에게 지나친 관심이 쏠리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는 정치적 해석이 나온다. 빈부 격차에 대한 불만이 커진 상황에서 평등주의를 주창한 마오 시대에 향수를 느끼는 이들이 느는 것도 중국 당국으로서는 부담스러운 부분이다. 지난달엔 마오 사상을 비롯한 좌파 서적 독서모임을 주도한 베이징대 출신의 20대 회사원이 체포돼, 석방운동이 벌어지고 있다.
박민희 기자
minggu@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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