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8.02.01 16:47
수정 : 2018.02.01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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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찰대, 치안지원자, 아주머니, 아저씨 등이 모두 `차오양 군중'이라고 소개하는 그림. 차이나데일리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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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 차오양구 ‘인간감시망’ 30명당 한명꼴
누구나 참여 가능…성매매·소매치기 등 적발
감시카메라와 더불어 인권 침해 우려 목소리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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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찰대, 치안지원자, 아주머니, 아저씨 등이 모두 `차오양 군중'이라고 소개하는 그림. 차이나데일리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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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 CIA, 소련에 KGB, 이스라엘에 모사드, 영국에 MI6가 있다면, 중국엔 BJCYQZ가 있다!”
중국의 한 누리꾼이 거론한 ‘BJCYQZ’는 ‘베이징 차오양 군중’의 머리글자를 딴 것으로, 이는 ‘차오양 군중’이 세계 유수의 첩보기구들만큼이나 범죄 문제에 대해 맹활약하고 있음을 강조한 뼈 있는 농담이다.
베이징시 차오양구의 민간 범죄 감시단인 ‘차오양 군중’의 규모가 지난해 말 기준 14만명에 이르렀다고 관영 <차이나 데일리>가 최근 보도했다. 차오양구 전체 인구(396만명)에 견주면 30명당 1명꼴, 전체 면적(470.8㎢)에 견주면 1㎢당 297명꼴이다. 모두 자발적으로 경찰의 ‘차오양 군중’ 명단에 이름을 올린 이들이다.
이들의 주요 임무는 수상한 사건을 목격했을 때 경찰에 신고하는 일이다. 왕아무개(71)는 지난해 5월 새로 이사온 이웃의 미심쩍은 모습을 발견해 신고했다. 젊은 청년이 출근도 않고 동네를 어슬렁거리면서 다른 남자들과 수다만 떨고 다녔다. 끼니 때마다 식당에서 배달을 시켜 먹는데 늘 7~8인분을 시켰다. 경찰이 수사를 한 결과, 이곳에선 여성 6명을 데려다놓고 성매매를 하고 있었다. 피의자 15명이 붙잡힌 뒤 신고자는 표창을 받았다.
이밖에도 소매치기 등 각종 사건의 단초를 제공해 포상을 받은 사례가 있다. 경찰은 ‘차오양 군중’을 통해 지난해 8300건의 ‘가치 있는’ 범죄 정보를 얻었으며, , 370건이 사건으로 성립돼 250명을 구속했다고 밝혔다. 경찰 당국이 지난해부터 스마트폰 앱을 만들어 배포하면서 1980년대 이후 태어난 젊은층의 참여가 늘었다. 차오양구의 ‘성공 사례’를 참고 삼아 시청구, 하이뎬구, 펑타이구 등 베이징 다른 지역에서도 민간 감시단이 만들어지고 있다고 이 신문은 전했다.
민간의 무분별한 신고가 인권 침해로 이어질 가능성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감시카메라 네트워크와 인공지능(AI) 기술에서 앞서가는 중국이 범죄 대응을 핑계로 ‘감시 사회’를 만들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베이징/김외현 특파원
osca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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