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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8.02.04 19:35 수정 : 2018.02.04 21:57

지난해 11월9일 중국 베이징 인민대회당 앞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첫 국빈방문을 환영하는 성조기가 걸려 있다. 베이징/AP 연합뉴스

틸러슨 “중, 중남미 약탈자” 부르자
신화통신 등 ‘미국 약탈사’ 논평
중·러가 경쟁자라는 트럼프 정부에
“냉전적 사고 버려라” 정면 대응

지난해 11월9일 중국 베이징 인민대회당 앞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첫 국빈방문을 환영하는 성조기가 걸려 있다. 베이징/AP 연합뉴스
미국을 향한 중국의 ‘반격’이 심상찮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경쟁자’라는 규정에, 대응을 고심하는 중국의 말도 함께 거칠어지고 있다.

관영 <신화통신>은 3일 ‘누가 중남미의 약탈자인가’라는 제목의 논평에서, 렉스 틸러슨 미국 국무장관이 중국을 ‘약탈자’라고 부른 것에 강력히 반발했다. 틸러슨 장관은 1일부터 멕시코·아르헨티나·페루·콜롬비아·자메이카를 순방하기에 앞서 텍사스대에서 한 연설에서 “오늘날 중국은 중남미에 발판을 만들고 있다”며 “잠재적 약탈자에 맞서 주권을 지키기 위해 강한 기구와 믿을 만한 정부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 그래픽을 누르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신화통신>은 “역사는 최고의 교과서”라며, 미국이 19세기에 전쟁을 통해 멕시코 영토였던 텍사스·캘리포니아·애리조나를 편입하고, 스페인과의 전쟁에서 이긴 뒤 쿠바로부터 관타나모를 영구 조차해 돌려주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또 1903년 파나마 독립을 지지했다는 이유로 얻은 운하 사용권을 1999년에야 돌려줬다고 비판했다. 이와 함께 트럼프 행정부가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탈퇴를 위협하고, 멕시코 국경장벽 설치를 추진하는 한편, 베네수엘라에 제재를 가하며 군사적 위협까지 일삼았다고 지적했다.

같은 날 <환구시보> 사설도 “트럼프 행정부의 이민 정책은 중남미 국가들을 가장 하대하고, 아이티와 엘살바도르를 ‘거지 국가’로 칭했다”고 비난하면서 “시진핑 주석은 2013년 취임 이후 세 차례나 남미를 순방했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아직 방문하지 않았다”고 했다. 두 매체는 미국이야말로 ‘중남미 약탈사’의 주인공이라고 주장하는 셈이다.

중국 매체들의 반격은 미국이 중국과 러시아를 ‘경쟁자’로 규정하고 대결적 언사를 강화하는 것에 대한 반응으로 볼 수 있다. 틸러슨 장관은 이번 연설에서 “중남미는 자국 이익만 추구하는 신제국주의적 권력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며 “중국의 국가 주도 개발은 구식이며, 이쪽 반구(서반구)의 미래일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미국은 선명한 대척점에 서 있다”고 주장했다. “우리는 불량 국가와 테러 집단, 중국 및 러시아처럼 우리의 이익과 경제, 가치에 도전하는 이들과 직면해 있다”고 한 트럼프 대통령의 지난달 30일 국정연설과 궤를 같이하는 말이다.

중국 정부도 정면 대응하고 있다. 중국 외교부는 “국제 규칙을 멋대로 적용하고, 내정간섭을 일삼고, 심지어 무력 위협을 하는 게 누구인지 세계 각국은 잘 안다”고 주장했다. 최근 마이크 폼페이오 중앙정보국(CIA) 국장이 ‘중국이 미국 정보를 탈취한다’고 비판하자, 화춘잉 외교부 대변인은 “최근 몇년간 공개된 정보를 보면 도대체 다른 나라를 감청하고 정보를 훔친 게 어느 나라인가? 누가 갖은 수단으로 자국의 영향력을 유지하고 있는가?”라고 반박했다. 4일 중국 국방부는 이틀 전 나온 미국의 ‘핵 태세 검토 보고서’가 중국 등에 대한 우려를 강조하면서 핵무장을 강화한다는 내용을 담자 “냉전적 사고”를 버리라고 요구했다. “냉전적 사고”는 미국이 중국을 전략적 경쟁자로 규정한 뒤 중국이 자주 쓰는 표현이다.

일각에서는 언어적 위협이 경제와 군사 등의 실제 대결로 이어질 가능성을 우려한다. 중국 쪽에서는 트럼프발 ‘무역 전쟁’이 분위기를 악화시킨다고 본다. 시 주석이 내세우는 ‘신형대국관계’는 소극적 외교 노선에서 벗어나 경제력을 바탕으로 ‘분발유위’(분발해서 성과를 이뤄냄)한다는 의미도 담고 있어, 중국이 매를 맞기만 하던 시대는 지났다는 분석도 나온다.

한편 중국의 정책 선전과 홍보의 최전선에 서 있는 관영 <중국중앙텔레비전>(CCTV) 사장에 선하이슝(51) 광둥성 선전부장이 임명됐다고 <봉황망> 등이 3일 보도했다. <신화통신> 출신인 선하이슝은 시 주석이 저장성과 상하이시에 재직할 때 같은 곳에 근무한 시 주석 계열 인사로 분류된다.

베이징/김외현 특파원 osca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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