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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8.02.20 17:22 수정 : 2018.02.20 22:56

중국 가톨릭 신자들이 사순절이 시작되는 재의 수요일인 2월14일 베이징의 난탕(남당) 성당에서 미사를 드리고 있다. 베이징/AFP 연합뉴스

전인대 뒤 결정…큰 방향 이미 결정
중국 자체 임명한 주교 모두 인정
앞으론 주교단 추천, 양국 승인토록
바티칸으로선 중국은 ‘꿈의 시장’
교회 일각 “교황 주변서 진상 가려” 비판

중국 가톨릭 신자들이 사순절이 시작되는 재의 수요일인 2월14일 베이징의 난탕(남당) 성당에서 미사를 드리고 있다. 베이징/AFP 연합뉴스
중국과 바티칸이 주교 서품과 관련해 다음달 공식 협약을 맺을 것으로 관측되는 등 양쪽 관계가 큰 진전을 보이고 있다. 종교 정책에도 주권을 강조하는 중국에 대해 세계적 교세를 유지하려는 가톨릭이 한발 양보한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베이징에서 3월5일 개막하는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가 끝난 뒤 중국 외교부 부부장이 바티칸을 방문해 주교 서품 관련 협약을 체결할 예정이라고 중화권 매체들이 이탈리아 일간 <코리에레 델라 세라>를 인용해 20일 보도했다. 폐막 날짜는 아직 공지되지 않았지만 전인대는 통상 열흘가량 진행되기 때문에 협약은 3월 안에 맺어질 가능성이 있다. 이 신문은 “바티칸은 3월 말 이후 언제든지 중국 당국과 협약을 맺을 준비가 됐다”면서, 큰 방향은 이미 결정됐고 체결 행사 참석 인사 및 장소 등 세부 사항을 논의 중이라고 전했다.

주교 서품 문제는 프란치스코 교황 즉위 이후 꾸준히 추진된 중국에 대한 접근에서 가장 큰 걸림돌이었다. 교황의 주교 서품권을 주된 질서로 삼는 전 세계 가톨릭과 달리, 중국은 당국 통제를 받는 천주교애국회를 통해 주교를 임명해 왔다. 바티칸이 임명한 주교들의 교회는 ‘지하 교회’ 형태로 존재해 왔다. 그러나 양쪽이 지난 몇 년간 협의를 거쳐, 바티칸이 우선 천주교애국회의 주교 7명을 인정하고 앞으로는 지하 교회까지 포함한 주교단이 주교를 추천해 교황과 중국 당국으로부터 모두 승인을 받도록 하는 합의가 이뤄졌다는 보도가 최근 나왔다.

바티칸 성베드로성당
이에 대해 가톨릭 내부에서 반발이 나오고 있다. 홍콩 주교 출신인 조지프 쩐 추기경은 최근 홍콩 매체에 “교황께서는 모든 것을 알지 못할 수 있다. 그 주변에 있는 사람들이 전체적인 진상을 알리지 않고 단지 중국과의 협상 타결에 혈안이 돼 있다”며, 교황청이 투명하지 않은 방식으로 중국에 접근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바티칸의 한 관계자도 이런 반론을 의식한 듯 “이번 시기를 놓치면 중국 당국이 생각을 바꿀 수 있어, 우선 나쁜 협약이라도 맺는 것이 아무것도 없는 것보다 낫다는 생각에서 추진하는 것”이라고 <코리에레 델라 세라>에 말했다.

1951년 중국과 단교한 바티칸이 비판을 무릅쓰고 관계 정상화를 서두르는 데는 가톨릭 신자 분포의 변화가 배경으로 작용하는 것으로 보인다. 2015년 미국 조지타운대 보고서를 보면, 1980~2012년 지역별 가톨릭 성장률이 아프리카 238%, 아시아 115%를 기록했지만, 유럽에서는 6%에 그쳤다. <사우스차이나 모닝 포스트>의 칼럼니스트 알렉스 로는 유럽의 교세가 쪼그라들고, 북미와 남미의 성장률이 정체 또는 둔화하고 있다면서 “바티칸으로서는 중국이 ‘꿈의 시장’”이라고 짚었다.

다음달로 전망되는 중국과 바티칸의 협약에서 수교 문제는 다뤄지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지만, 다음 수순은 정식 수교라는 데에 누구도 토를 달지 않는다. 특히 현재 나오는 얘기대로 종교 업무와 무관한 유럽 담당 외교부 부부장이 협약 당사자로 나선다면 실질적으로는 수교 문제가 다뤄지는 듯한 인상도 배제할 수 없다. 중국은 ‘하나의 중국’ 원칙을 요구하므로 수교 시 바티칸과 대만의 단교가 불가피하지만, 교황청은 바티칸의 대만대사관을 로마 내 또 다른 주권국가로 간주되는 몰타기사단으로 이전하는 방안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현재 수교국이 20개국에 불과한 대만으로서는 외교적 타격이 불가피하다.

일각에서는 바티칸의 기대와 달리 중국의 가톨릭 교세 또한 예전 같지 않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홍콩 성신연구센터 자료를 보면, 중국의 가톨릭 인구는 2005년 1200만명으로 정점을 찍은 뒤 꾸준히 줄어들어 현재 1천만명 수준이다.

베이징/김외현 특파원 osca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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