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8.02.23 17:31
수정 : 2018.02.23 19:49
덩샤오핑 외손녀사위 우샤오후이 회장 기소
월도프아스토리아 호텔 인수 등 국외M&A ‘큰손’
중국 보험 감독 당국이 무분별한 해외 인수합병으로 입길에 올랐던 안방보험을 위탁 경영에 나서기로 했다. 이 회사가 최대주주인 한국 동양생명과 ABL생명(옛 알리안츠생명)에 파장을 미칠 가능성도 우려된다.
중국 보험감독관리위원회(보감회)는 23일 우샤오후이 안방보험 회장이 ‘경제범죄’로 기소됐다는 사실을 처음으로 밝히면서, 안방보험이 불법 경영 탓에 부채 상환 능력이 우려되므로 법에 따라 이날부터 1년 동안 경영권을 인수해 관할한다고 밝혔다. 투자금 모집 사기, 업무상 횡령 등 혐의를 받고 있는 우 회장의 구속 여부 등은 확인되지 않고 있지만, 많은 이들은 그가 당국의 통제를 받고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보감회는 구체적인 위탁 경영 실시 배경은 언급하지 않은 채, 지난해 6월부터 안방그룹에 대한 현장 실사 등을 진행했으며 현재 경영 상태는 전체적으로 안정적이라고 전했다. 외신들은 소식통을 인용해 우 회장이 지난해부터 실질적인 구금 상태여서 사실상 당국이 안방그룹을 맡아오던 상황에서, 최근 그림자 금융 관련 상품으로 인한 부채가 늘면서 위탁 경영을 공식화한 것이란 관측을 내놓기도 한다. 중국 당국이 중국 주요 기업을 외채에 넘어가도록 방치할 수 없었기 때문이라는 이야기도 나온다.
2004년 창립한 안방그룹은 자산 보험에서 시작해 다방면에 걸친 금융기업으로 성장했으며, 2014년 미국 뉴욕의 월도프 아스토리아 호텔(19억5000만달러), 2015년엔 미국 보험사 피델리티 앤드 개런티 라이프(16억달러), 한국 동양생명(9억5000만달러), 네덜란드 보험사 비바트[교열용 Vivat](1억6700만달러) 등을 차례로 인수하며 세계 금융 및 리조트 인수합병 시장의 큰손으로 떠올랐다. 특히 덩샤오핑의 외손녀사위인 우 회장이 중국 최고위층 인사들과 맺어온 인맥은, 안방그룹이 이렇게 성장하는 과정에서 각종 사업 인허가와 대출에 톡톡한 도움이 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보감위는 인민은행 및 금융 당국과 기관과 함께 꾸려가게 될 위탁 기간 동안 안방그룹의 대외 채무 및 채권은 손대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지만, 외부에서는 국외 자산을 조정할 가능성을 주목하고 있다. 안방그룹을 비롯해 하이난항공, 푸싱(포선), 완다 등은 지난 몇 년 동안 호텔, 영화사, 축구팀 등 거액의 국외 인수합병에 열을 올렸지만, 금융에 위기를 초래할 수 있는 주범으로 지목되면서 차차 발이 묶이는 모양새다. 중국 당국은 자본 유출과 부채 급등 우려 속에, 주요 민간기업의 경영권을 인수라는 유례없는 조처까지 취하게 됐다는 분석이다.
베이징/김외현 특파원
osca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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