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8.02.27 16:34
수정 : 2018.02.27 21:33
전 ‘빙점’ 편집장 “부결시켜달라” 공개 요구
“주석 임기 제한은 개인 독재 막기 위한 조처”
당국은 헌법 개정 논란 관련 인터넷 표현 차단
‘부끄럽다’·‘반대’나 황제 관련 단어도 금지
“나는 중국 공민이고, 베이징시 유권자다. 당신들은 우리가 뽑았고, 우리를 대표해 정치를 하며 표결권을 행사한다. 당신들에게 긴급하게 요구한다. 헌법 개정안에 반대표를 던져 부결시켜달라.”
26일 중국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선 리다퉁 전 <빙점> 주편(편집장)의 글이 큰 관심을 끌었다. 중국공산당이 다음달 5일 전국인민대표대회 개막을 앞두고 헌법의 국가주석 임기 제한 조항을 폐지하도록 건의한 가운데, 리 주편이 인민대표들에게 부결권 행사를 공개적으로 요청한 것이다. 리다퉁은 국가주석 임기를 두 차례 연임으로 한정하는 것은 문화대혁명 이후 개인 독재를 막기 위한 조처라며, 이를 폐지하는 것은 역사의 후퇴이자 중국을 ‘역사 동란’(문화대혁명)에 빠뜨리는 씨앗이 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에스엔에스에서는 당국의 결정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더러 눈에 띈다. 자신을 ‘중화인민공화국 공민 왕잉’이라고 밝힌 이는 “공화국의 실현은 중국인들이 100여년 동안 분투해온 이상이자 현 집권당의 약속”이라면서 이번 조처는 이를 어긴 것이라고 주장했다.
리다퉁이나 왕잉의 글은 에스엔에스에서 꽤 화제가 됐지만 검색 결과로 나타나지는 않는다. 검색어 자체가 차단됐거나, 게시되는 즉시 삭제되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차이나 디지털 타임스>가 파악한 웨이보의 게시 및 검색 금지어 목록을 보면 ‘종신제’ 같은 직접적 표현뿐 아니라 ‘부끄럽다’, ‘반대한다’, ‘시대역행’, ‘만세’, ‘연호’, ‘칭제’ 등의 비판적 표현이나 황제와 관련된 단어도 금지됐다. 비판 세력이 시 주석을 공화정을 무력화시키고 황제가 되려고 한 위안스카이에 비유해서인지 ‘위안스카이’도 금지어가 됐다.
철저한 단속 탓에 비판 세력이 트위터 등 중국 당국이 손을 쓰지 못하는 서비스를 통해 메시지를 공유하지만 한계가 분명하다. 트위터 등은 중국에서 차단돼있기 때문이다. 결국 중국의 ‘합법적’ 공론장에서는 옹호론 일색인 관영매체의 보도 말고는 좀처럼 접하기가 힘들다. 이들은 최고 지도자가 맡는 3대 주요 직책(총서기·국가주석·군사위주석) 가운데 유일한 국가주석의 임기 제한을 철폐하는 ‘제도적 보완’이라고 설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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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즈니 캐릭터인 위니더푸(곰돌이 푸)가 꿀단지를 발견한 뒤 "좋아하는 것을 찾은 뒤 영원히 놓지 않아"라고 말하는 이 그림은, 25일 중국공산당의 국가주석 임기 제한 철폐 뒤에는 이를 시진핑 주석의 ‘종신 집권' 시도로 보면서 비판하는 상징처럼 쓰이고 있다. 시 주석은 2013년 미국 방문 때 버락 오바마 당시 대통령과 걷는 모습이 푸와 티거에 비유된 이후, 종종 푸에 비유돼왔다. 27일 현재 중국 에스엔에스에선 ‘위니더푸’ 관련 단어는 검색이 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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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각에서는 시진핑 주석이 국제 무대에서의 안정적 역할을 위해 이번 조처를 취한 것이란 설명도 제시됐다. 중국 정치 전문가인 데이비드 섐보 조지워싱턴대 교수는 <사우스차이나 모닝 포스트>에 “국가주석 임기를 조정하지 않고 총서기와 군사위 주석만 계속 맡을 수도 있겠지만 그러면 국제 무대에서 중국을 대표할 수 없게 된다”고 말했다. 다른 사람에게 국가주석직만 물려주면 그가 비록 실권이 없더라도 ‘이중 권력’ 상태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시 주석이 당면 과제로 내건 대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목적이란 풀이도 나온다. 홍콩 <명보>는 27일 베이징 소식통을 인용해, “대만 문제는 해결해야만 하며, 줄곧 지금처럼 대물림할 수 없다”고 한 시 주석이 자신의 원래 임기인 2023년까지의 시간만으로는 충분치 않다고 생각했을 수 있다고 전했다. 지난해 중국공산당 19차 전국대표대회 때 시 주석이 2035년까지 ‘사회주의 현대화’를 기본적으로 실현한다고 선언하자, 이는 그 전까지 대만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의지라는 해석이 나오기도 했다.
베이징/김외현 특파원
osca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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