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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8.03.04 17:53 수정 : 2018.03.04 20:42

중국 전국인민대표대회 개막을 하루 앞둔 4일 천안문광장 경비대원 뒤로 마오쩌둥의 초상화가 광장을 응시하고 있다. 베이징/AFP 연합뉴스

주석 임기 제한 철폐, 감찰위 설립 등 민감 사안 앞두고
당국 휴대전화 소지 금지 및 기자 접촉 차단 나서
“새로 들어선 사람들, 당 노선 따라 새 주류될 것”
시진핑계 부상 속에 태자당·공청단 사전 ‘경고’
‘짜고치는’ 기자회견에서 임기 철폐 당위 강조하기도

중국 전국인민대표대회 개막을 하루 앞둔 4일 천안문광장 경비대원 뒤로 마오쩌둥의 초상화가 광장을 응시하고 있다. 베이징/AFP 연합뉴스
3일 오후 3시 중국 최고 자문기구인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정협) 개막식을 앞두고 베이징 인민대회당에 위원들이 속속 도착했다. 대회당 계단 아래 작은 광장엔 보안요원들이 두 줄로 늘어서 위원들을 위한 통로를 만들었다. 위원들한테서 격리된 기자들이 ‘왜 예전엔 안 하던 식으로 하냐’고 묻자, “새해 들어 새 규정이 생긴 것”이란 답이 돌아왔다. 정작 위원들이 광장에 들어서자 ‘기자 저지선’은 오래지 않아 뚫렸지만, 기자들도 큰 소득은 없었다. 대부분 대꾸 없이 입장해버렸기 때문이다.

관영매체들은 올해 정협 및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곧 양회의 특징 가운데 하나로 휴대전화 소지 금지 지침을 들면서, “대표들이 보다 회의에 집중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동시에 회의 내용이 새어나갈 틈은 막혔다. 기자들은 극히 일부 공개 회의를 제외하면 거의 접근이 불가능하다.

이번 양회는 국가주석 임기 제한 철폐 등 헌법 개정, 국가감찰위원회 설립 등 조직 개편과 부장(장관)급 인선을 통해 ‘시진핑 2기’ 구상을 확정짓는다. 제도 내에서 반발이 있다면 사실상 마지막 기회이겠지만, 전문가들은 가능성을 낮게 본다. 오는 11일 개헌안 표결 등 의결권을 직접 행사하는 전인대 대표들은 74.2%가 초선으로, 그 비율은 5년 전(65.6%)보다 8.6%포인트 늘었다. 헌법 개정은 전인대 3분의 2 이상의 찬성을 얻으면 가능하다. 최고자문기구로서 각종 현안을 논의하게될 정협 위원들도 절반 이상이 처음 회의에 참석한다. 정치평론가 장리판은 “이들은 특정 계파에 속하지 않아 당의 노선을 굳게 따를 사람들로, 새로운 주류를 형성할 것”이라고 말했다.

시진핑 국가주석으로의 권력 집중이 앞으로도 강화된다는 전망에 이의를 다는 사람은 없다. 최근 일련의 사건들이 이를 못박기 위한 조처라는 시각도 있다. 정부가 안방보험을 위탁경영하고 덩샤오핑의 외손녀사위 우샤오후이 회장을 기소하는 것은 태자당을 겨냥한 것이고, 리커창 총리의 측근이라 할 수 있는 양징 전 국무원 비서장이 강등된 것은 공산주의청년단 계열을 노린 것이란 견해다. 이와는 반대로 시 주석의 측근 중에선, “기층의 문제를 해결하려면 진짜 총칼을 들고 피를 본다는 각오를 해야 한다”며 중국판 ‘민중은 개돼지’ 발언으로 논란을 일으킨 차이치 베이징시 서기가 중앙통일전선부장으로 영전한다는 관측이 나온다.

여론은 엄격히 통제됐다. 전인대 개막을 하루 앞둔 4일 오전 장예쑤이 대변인은 기자회견에서, 전인대 기간 중 국가발전개혁위원회 주임과 재정부장, 외교부장 등의 기자회견이 14차례 예정돼 있다고 소개했다. 그러나 이런 기자회견은 질문자와 질문 내용, 순서는 물론 질문자 좌석까지 사전 결정된 상태에서 진행된다. 당국이 매체를 결정해 연락을 해오기도 한다. 오랜 기간 중국을 취재해온 크리스 버클리 <뉴욕 타임스> 기자는 트위터에 “기도하건대, 이번 전인대에선 기자들이 길들여진 질문을 하기 위한 협상을 중단하기 바란다. 가식적인 신뢰도는 누구에게도 좋지 않다”고 적었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한 기자가 ‘국가주석 임기를 철폐하면 시 주석의 종신 집권을 가능하게 하는 것 아니냐’고 묻자, 장 대변인은 “당장(당헌)과 헌법은 총서기나 중앙군사위 주석에 대해선 임기 제한을 두지 않는다”며 국가주석 임기 제한 철폐는 자연스럽다는 식으로 답했다. <인민일보>는 당장에 “당의 각 지도 간부 직무는 종신적인 것이 아니다”라는 내용이 있다며, 시 주석의 종신 집권 의혹을 부인했다.

그러나 독재 회귀에 대한 우려는 끊이지 않는다. 후베이성 우한에서는 활동가 황징이가 자신의 생일파티 참석자들과 ‘후진중입니다. 조심하세요’라는 풍자성 노래를 부르며 춤을 추는 동영상을 인터넷에 올린 혐의로 구속됐다고 현지 온라인매체가 보도했다.

베이징/김외현 특파원 osca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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