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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8.03.11 17:00 수정 : 2018.03.11 22:23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11일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전국인민대표대회 3차 전체회의에서 ‘주석 임기 제한 철폐’ 등을 핵심으로 하는 개헌안에 투표한 뒤 투표용지를 함에 넣고 있다. 베이징/ 로이터 연합뉴스

11일 전인대 표결 찬성 2958, 반대 2, 기권 3, 무효1
시진핑 장기집권 또는 종신집권도 가능
강력한 지도자와 당 역량 강화 방점
불만과 우려의 여론 계속 확산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11일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전국인민대표대회 3차 전체회의에서 ‘주석 임기 제한 철폐’ 등을 핵심으로 하는 개헌안에 투표한 뒤 투표용지를 함에 넣고 있다. 베이징/ 로이터 연합뉴스
국가주석 임기 제한을 철폐해 시진핑 주석의 장기 집권을 확정짓는 개헌안이 11일 중국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에서 99.8%의 찬성으로 통과됐다.

이날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전인대 3차 전체회의에선 인민대표(국회의원 격) 2980명 가운데 2964명이 표결에 참여해 ‘주석 임기 제한 철폐’ 등을 뼈대로 하는 개헌안을 찬성 2958, 반대 2, 기권 3, 무효 1의 압도적 표차로 통과시켰다.

이번 개헌은 중화인민공화국 역사에 한 획을 긋는 사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중국 공산당은 국가기구의 통일된 체제를 완성시키려는 변화라고 강조하지만, 현실적으로 시진핑 국가주석의 장기 또는 종신 집권의 길을 여는 성격이 더욱 두드러진다. 이번 개헌은 1982년 통과된 ‘개혁개방 헌법’을 5번째 고치는 것으로 모두 21개 조항을 수정했다. 이 가운데 11개는 신설되는 강력한 반부패 기구인 국가감찰위원회의 위상과 역할을 정리한 것이고, 나머지 10개 조항 중 가장 두드러지는 것은 세 가지다. 첫째, 서문에 마오쩌둥 사상, 덩샤오핑 이론 등과 더불어 ‘시진핑 새시대 중국특색사회주의 사상’이 새로 들어갔다. 둘째, 총강인 1조 “사회주의 제도는 중화인민공화국의 근본제도이다” 뒤에 “중국 공산당의 영도는 중국특색사회주의의 가장 본질적인 특징”이라는 내용이 들어갔다. 셋째, 국가주석의 임기(5년)를 2차례 연임으로 제한한 조항을 삭제했다. 덩샤오핑이 설계한 ‘2기 연임’(10년 집권) 제도의 종언이다.

무엇보다 이번 개헌을 통해 시 주석이 장기 집권의 발판을 확보했다는 데 이견은 없다. 중국 당국은 당 기관지 <인민일보> 등을 통해 시 주석의 종신 집권을 목표로 하는 게 아니라고 강조하지만, 시 주석의 2기 임기가 끝나는 2023년 3월 이후 3기, 4기 집권 가능성에 대해서는 침묵하고 있다.

또 다른 특징은 중국의 당-국가 일당통치 구조에서 당의 역량이 한껏 확대됐다는 점이다. 여기엔 강력한 지도자를 중심으로 중국 공산당의 정통성과 집권 역량을 강화해 국내외의 도전에 대응해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 ‘중국몽’을 실현한다는 구상이 반영돼 있다. 문화대혁명 이후 중국 지도부가 당과 국가의 역할 분리를 추진한 결과 당의 지도력이 약화됐으며, 중국 경제의 성장이 둔화하고 미국과의 경쟁이 치열해지는 가운데 보호무역과 반세계화로 불확실성이 증대되는 새로운 환경에서 ‘강력한 당과 지도자’가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개헌 과정에서 자문을 맡았던 리수중 정법대 부총장은 <사우스차이나 모닝포스트>에 “시 주석은 중국의 개혁을 위해 우선 당을 개혁할 필요가 있다고 믿고, 당의 지배를 강화하는 것이 국가 거버넌스를 개선시킬 것이라고 믿는다”고 말했다. 당 기관지 <인민일보>는 개헌안 통과 뒤 곧바로 사설을 실어 이번 개헌은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과 중국몽을 실현하기 위한 헌법적 보장을 제공하는 현실적 의의와 심원한 역사적 의의를 가지고 있다”고 역설했다.

문제는 반대 여론을 사실상 무시하다시피 억누른 채 추진한 개헌이 여론의 불만과 역풍을 불러올 가능성이다. 당의 의견에 이견을 내지 않아 ‘고무도장’으로 야유받는 전인대에서 사실상 만장일치인 99.8%의 찬성이 나오긴 했지만, 개헌 반대 여론은 암암리에 번져왔다. 며칠 전에는 베이징의 칭화대 교정에 “너에 대한 사랑은 기한이 없지만, 만약 있다면 지워버리면 돼”라고 적힌 붉은 펼침막이 나붙은 사진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큰 관심을 끌었다. 역사의 후퇴라고 풍자하는 의미가 담기면서 ‘차가 후진합니다. 조심하세요’라는 노래도 ‘괜스러운’ 유행가가 됐고, 한 활동가가 이 노래 때문에 연행됐다는 소식도 있었다. 에스엔에스에서는 ‘종신제’, ‘시대 역행’, ‘부끄럽다’, ‘반대한다’ 등의 직설적인 표현은 물론, ‘연호’, ‘칭제’, ‘만세’ 등 황제에 빗댄 표현도 금지어가 됐다.

공개적으로 성명을 발표하는 이들도 있다. 문화대혁명 시기를 다룬 ‘상흔 문학’의 대표작인 <혈색황혼>의 작가 라오구이(71·본명 마보)는 9일 성명을 내어, “헌법은 신성불가침이다”, “개헌은 투명해야 하며, 모든 공민(국민)이 참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성명은 “장쩌민, 후진타오도 헌법을 지켰다. 훙얼다이(시진핑 주석 등을 비롯한 혁명지도자 후손)도 특수할 수 없으며 오히려 종신제를 하지 않는다는 덩샤오핑의 결정을 더욱 모범적으로 이행해야 한다”고 밝혔다. 앞서 리다퉁 전 <빙점> 편집장이 전인대 대표들에게 부결권 행사를 요청하고 나서기도 했다.

반대 여론에도 불구하고 이번 개헌은 공산당과 시 주석의 집권을 강화시키면서 대대적인 당·국가기구 개혁, 사회에 대한 통제 강화, 과감한 통치, 강경한 대외정책 등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가장 우려를 사는 부분은 중국을 퇴보시켰다는 평가를 받는 문화대혁명처럼, 지도자 개인의 오류가 당과 국가적 오류로 이어지는 혼란이 다시 중국을 덮칠까 하는 점이다. 중국군 총참모장을 지낸 뤄루이칭의 아들 뤄위는 홍콩 <빈과일보>에 혁명 원로이자 시 주석의 아버지인 시중쉰이 문혁 때 ‘반당분자’로 몰려 고초를 겪었던 일을 언급하며 “덩샤오핑이 (마오쩌둥 시기의) 종신집권제를 없애지 않았다면 시중쉰도 복권되지 못했을 것이고, 그가 복권되지 못했으면 오늘의 시진핑도 없었을 것”이라며 개헌 반대 뜻을 확인했다.

베이징/김외현 특파원 osca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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