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8.03.27 19:28
수정 : 2018.03.28 0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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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25~27일 중국을 방문해 베이징에서 시진핑 국가주석과 회담한 것으로 <한겨레> 취재 결과 확인됐다. 왼쪽은 김 위원장이 지난 2월8일 조선인민군 창건 70돌 기념 열병식에 참석한 모습이고, 오른쪽은 지난 20일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폐막식을 마친 뒤 시 주석이 손을 흔드는 모습. 평양 베이징/EPA A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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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북미 회담 앞두고 중국과 관계 복원 나서
집권 7년만에 첫 해외 방문…27일 베이징서 떠나
귀국길에 중국 동북 지방 방문 가능성도 있어
부인 리설주, 동생 김여정 제1부부장 동행 관측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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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25~27일 중국을 방문해 베이징에서 시진핑 국가주석과 회담한 것으로 <한겨레> 취재 결과 확인됐다. 왼쪽은 김 위원장이 지난 2월8일 조선인민군 창건 70돌 기념 열병식에 참석한 모습이고, 오른쪽은 지난 20일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폐막식을 마친 뒤 시 주석이 손을 흔드는 모습. 평양 베이징/EPA A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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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중국을 전격 방문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첫 정상회담을 했다.
25~27일 중국을 방문한 북한의 고위급 인사는 김 위원장이었던 것으로 <한겨레> 취재 결과 확인됐다. 2011년 말 북한 최고지도자가 된 김 위원장은 7년 만의 첫 외국 방문지로 중국을 택했다. 남북 정상회담과 역사적인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전통의 우방인 중국과의 관계 복원에 방점을 찍으면서 주요 현안을 논의한 것으로 보인다.
김 위원장은 26일 저녁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3시간 동안 시 주석과 정상회담을 하는 등 중국 공산당 지도부를 만난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외교에 정통한 한 소식통은 “김 위원장이 26일 베이징에 도착해 저녁엔 회담 및 연회에 참석했다”고 전했다. 김 위원장은 비핵화와 평화체제 등 남북, 북-미 정상회담 의제와 관련해 시 주석 등과 의견을 조율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위원장은 26일 밤 조어대(국빈 숙소) 18호실에 묵은 것으로 알려졌다. 조어대 18호실은 부친인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베이징 방문 때 묵었던 곳이다.
복수의 소식통들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25일 밤 전용열차 편으로 북-중 접경지역인 신의주와 중국 랴오닝성 단둥역을 통과해 중국을 방문했다. 전용열차가 베이징역에 도착하는 모습과 방중단 일행이 검은색 승용차 10여대에 옮겨 타 오토바이 호위 속에 베이징 시내를 이동하는 광경은 일부 일본 방송사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공개됐다.
김 위원장이 부인 리설주, 동생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과 함께 동행했다는 보도도 나왔다. 차량 행렬이 27일 베이징의 대학 및 정보기술(IT)기업 밀집지역인 중관춘과 관광지 천단공원에서 목격된 가운데, 대만 <둥썬> 방송은 김 위원장은 중관춘을, 리설주와 김 부부장은 천단공원을 방문했다고 전했다. 김 위원장은 이날 오후 3시(현지시각)께 베이징 방문 일정을 마치고 전용열차에 탑승해 제3의 장소로 이동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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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최고위급 인사가 탄 것으로 보이는 차량이 27일(현지시각) 중국 베이징 중심도로를 달리고 있다. 외신은 북한의 최고위급 사절단을 태운 것으로 추정되는 중국 방문 열차가 이날 오후 베이징역을 출발했다고 전했다. 북·중 양국이 북한 최고위급의 방중을 확인하지 않고 있는 가운데 탑승자가 누구인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로이터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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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위원장이 바로 귀국했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중국 동북 지역을 방문할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 정보당국은 전용열차가 북-중 경계를 통과했을 때부터 움직임을 추적·분석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김 위원장의 전격 방중은 북한의 핵·미사일 실험과 중국의 제재로 최악의 상태에 빠진 양국 관계가 급속도로 복원되는 신호다. 하지만 갑작스러운 ‘변수’는 아니며, 김 위원장이 남북, 북-미 정상회담을 제안할 때 북-중 관계 복원까지 염두에 두고 계획했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김연철 인제대 교수는 “전통적으로 북한은 협상력을 높이는 데 풍부한 경험을 가지고 있다. 그런 차원에서 북-미 관계를 앞에 두고 북-중 관계를 풀어가는 것은 의의가 크다”며 “북한의 (과거) 외교를 주목해서 봐야 한다. 중요한 것은 북한이 어느 한쪽에 치우치지 않았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방중이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대미 협상력을 높이는 결과를 가져올 테지만, 대북 강경파인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지명 등 최근 미국 쪽 움직임에 대응해 갑자기 추진한 것은 아니라는 해석이다.
베이징/김외현 특파원, 김지은 기자
osca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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