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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8.03.27 21:56 수정 : 2018.03.28 07:35

6자회담 당사국 모두 접촉
왕이, 특사 자격 러시아 방문
양제츠는 한국 방문뒤 미국으로
대미 무역전쟁 등 돌파구 포석도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과 전격적으로 만난 것은 한반도 문제에서 소외되지 않고 주도적 역할을 하겠다는 의지로 보인다. 또 최근 ‘무역전쟁’과 대만여행법 통과 등으로 대미 관계에서 곤혹스러운 처지에 있는 것도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중국으로선 여러모로 북한과의 관계 개선이 필요한 상황이다.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과 중국의 대북 제재 동참으로 북-중 관계가 최악의 상태로 악화되면서, 중국 내에선 한반도 문제에서 영향력을 상실했다는 우려가 커져왔다. 최근 남북 정상회담과 북-미 정상회담 일정이 잇따라 발표되는 과정에서 중국의 존재감이 보이지 않으면서 이른바 ‘차이나 패싱론’이 불거지기도 했다.

이런 상황에서 김정은 위원장이 문재인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회담을 앞둔 상태에서 시진핑 주석과 첫 정상회담을 했다. 중국으로선 북한이 자칫 중국의 영향력에서 빠져나가 미국의 우방으로서 중국 견제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까지 나오던 상황을 일거에 만회하고, 북-중의 전통적 관계가 굳건함을 재확인한 것이다. 2012년 말 시진핑 주석의 집권 이후 계속해서 껄끄러웠던 양국 관계를 일거에 복원하려는 신호다.

앞서 양국은 물밑에서 이번 정상회담 성사를 위해 빠르게 움직인 것으로 보인다. 북-중 관계 회복을 위해 중국 당국이 최근 북한을 비난하지 말라는 지침을 내렸다는 관측도 있다. <환구시보>는 지난 18일 사설에서 갑자기 “조선(북)은 존중할 만한 나라” “동북아에서 극도로 찾기 힘든 고도의 자주독립국”이라며 북한을 이례적으로 추어올리기도 했다.

중국 당국은 대외적으로 북핵 등 한반도 문제 해결을 위해 어떤 당사국끼리의 접촉도 환영한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특히 ‘북핵 문제의 직접적 당사국’인 북한과 미국의 접촉을 적극 지지하고 있다. 한편으로는 북핵 6자회담 의장국으로서 궁극적으로는 중국도 참여하는 6자회담 틀이 불가피하다고 주장하면서 중국의 역할을 강조하고 있다.

중국이 이번 북-중 정상회담에 즈음해 6자회담 당사국들을 대상으로 전방위적 외교를 펼치고 있는 모습도 이런 맥락에서 풀이가 가능하다. 외교 분야 최고 사령탑인 양제츠 정치국원은 28일부터 이틀간 한국을 방문해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등을 면담한 뒤 미국을 방문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왕이 중국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은 27일부터 이틀간 시진핑 국가주석의 특사 자격으로 러시아를 방문한다. 중국 외교부는 자료를 내어 왕 국무위원이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과 세르게이 라브로프 외무장관을 만날 예정이라고 밝혔다. 5월 초를 겨냥해 한-중-일 정상회의가 추진되고 있는 만큼, 일본과의 접촉도 머잖아 이뤄질 것이 확실시된다. 결국 중국은 남북과 미국, 러시아, 일본 등 기존 북핵 6자회담 당사국을 상대로 고위급 채널을 폭넓게 가동하면서 한반도 외교 주도권을 되찾기 위해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이는 시 주석이 지난 5개월 동안 중국 공산당 19차 전국대표대회(당대회)와 전인대를 거치면서 권력 집중이 한층 강화된 지도부를 출범시킨 뒤, 미-중 무역전쟁 국면과 더불어 본격적으로 개시하는 ‘2기 외교’의 단면이라고 볼 수도 있다. 시 주석은 지난해 10월 당대회 보고에서 ‘중국특색 대국외교’를 강조하면서 “인접국과의 선린 관계 및 동반자 관계를 위주로 하는 주변 외교 방침에 따라 주변국과의 관계를 심화할 것”이라면서도 “책임감 있는 대국으로서의 역할을 계속 발휘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베이징/김외현 특파원 osca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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