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8.04.01 17:01
수정 : 2018.04.01 20:44
베이징국제영화제 초청작 ‘콜 미…’ 상영 안 하기로
당국 “동성애 등 비정상적 성관계는 삭제 뒤 상영”
‘동성애를 성범죄 취급’ 비판…문화 관여 강해질 듯
중국에서 동성애를 소재로 한 영화의 영화제 상영이 잇따라 취소되면서, 동성애를 ‘비정상적 성관계’로 규정한 당국이 개입했을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오는 15일부터 1주일 동안 열리는 제8회 베이징국제영화제에서 애초 초청작이었던 <콜 미 바이 유어 네임>의 상영이 취소됐다고 홍콩 <명보>가 31일 보도했다. 지난 16일 발표된 초청작 목록에는 있었으나 현재 공식 누리집이나 예매 사이트에서는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한국에서도 상영중인 이 영화는 2007년 출판된 소설이 원작으로, 이탈리아에 오게 된 24살 미국 청년과 17살 현지 소년의 사랑을 다룬 작품이다. 올해 아카데미상 시상식에서 4개 부문에 노미네이트되고 각색상을 받았다.
상영 취소 배경에는 중국 당국의 반대 방침이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베이징시 정부와 더불어 이 영화제를 공동주최하는 국가신문출판광전총국의 산하 기구에서 지난해 6월 통과시킨 ‘인터넷 동영상 프로그램 내용 심의 준칙’에는 “비정상적 성관계는 편집, 삭제한 뒤 방영할 수 있다”는 내용이 있다. ‘비정상적 성관계’의 예로 든 것이, 불륜, 동성애, 변태, 성범죄, 성학대, 성폭력이다. 동성애를 성범죄와 같은 선상에 놨다는 비판이 제기됐지만, 중국 당국은 침묵했다.
‘동성애 영화’ 상영 금지 조처는 중국의 고전영화에까지 영향을 미치는 분위기다. 1일 레슬리 청(장국영)의 15주기에 맞춰 베이징의 한 극장이 <동사서독>과 <패왕별희> 등 추모작을 상영하기로 했으나, 돌연 극장 쪽에서 “필름에 문제가 생겼다”며 <패왕별희> 예매 관객들에게 환불을 실시했다고 인터넷 매체 <호기심일보>가 보도했다.
<패왕별희>(1993)는 청나라 말기부터 중국 문화대혁명 시기까지 경극 배우들의 애환을 다룬 홍콩 영화로, 여성이 금지된 경극 극단에서 우희의 배역을 맡은 레슬리 청이 패왕(항우) 역을 맡은 단짝 배우에게 품은 연정이 주요 스토리 구조로 제시된 작품이다. 천카이거 감독이 연출한 이 영화는 애초 문화대혁명을 정면으로 다룬 정치성과 동성애를 묘사했다는 등의 이유로 중국에서는 상영이 금지됐다. 나중에 국제적 흥행 속에 해금됐지만, ‘홍보 불가’ 조처를 당했다.
문화예술에 중국 당국의 관여는 앞으로 한층 강화될 것이란 관측이 제기된다. 최근 발표된 중국공산당과 정부 기구 개편 방안을 보면, 영화 부문은 앞으로 출판 매체 등과 더불어 당 중앙선전부 관할로 넘어가게 되는 탓에 한층 관리가 엄격해진다는 뜻이다.
베이징/김외현 특파원
osca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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