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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8.05.08 19:12 수정 : 2018.05.08 22:14

일본 <엔에이치케이>(NHK) 방송이 8일 오후 중국 다롄 공항에서 촬영한 사진. 고려항공이라는 글자를 새긴 항공기 뒤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전용기(참매1호)와 거의 모습이 흡사한 비행기가 계류해 있다. 출처: NHK

고위급 교류는 3월 방중 때 약속한 전략소통 ‘이행’ 차원
김정은 왔다면 미국 압박 앞두고 중국에 “상의”하는 셈
대중국관계 재설정에서도 협상력 노려…“‘균형 외교’ 추구”
청와대, “한-미 정상회담 앞두고, 북-중 필요성 느낀 것”

일본 <엔에이치케이>(NHK) 방송이 8일 오후 중국 다롄 공항에서 촬영한 사진. 고려항공이라는 글자를 새긴 항공기 뒤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전용기(참매1호)와 거의 모습이 흡사한 비행기가 계류해 있다. 출처: NHK
8일 한국과 일본 언론의 이목은 일제히 중국 랴오닝성 다롄으로 쏠렸다. 각국 정부도 다롄 공항에 내린 북쪽 인사의 정체에 초미의 관심을 기울였다. 중국 당국은 3월 말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베이징을 ‘깜짝’ 방문했을 때처럼 방문자의 신원을 철저히 숨겼다. 사상 첫 북-미 정상회담을 앞둔 김 위원장이 불과 40여일 만에 시진핑 국가주석을 다시 만났다면 그 의도와 의미가 심장할 수밖에 없다.

김 위원장이 다롄을 방문한 게 사실이라면 예상을 뛰어넘는 파격이라 부를만하다. 김 위원장은 3월 말 방중 때 시 주석의 평양 답방을 약속받았는데, 그보다 앞서 중국을 찾은 꼴이 되기 때문이다. 김 위원장은 불과 5일 전인 3일에도 왕이 중국 외교부장을 만나 ‘호상 관심사’에 대해 충분히 의사소통을 했다. 이 만남에 대해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김 위원장이 “중요한 문제들에 대한 조중의 견해를 재확인하고 의견을 교환한데 대해 커다란 만족을 표시했다”고 밝혔다. 이런 상황들을 종합적으로 살펴보면, 최근 며칠 사이 김 위원장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직접 만나야 할 돌발 상황이 발생했다고 볼 수밖에 없다. 김 위원장의 아버지인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경우 가장 짧은 방중 간격이 3개월이었다.

김 위원장의 재방중의 가장 큰 이유로 꼽히는 것은 눈 앞에 다가온 북-미 정상회담을 앞둔 미국의 태도다. “수일 내로 나올 것”이라던 북-미 정상회담 일정과 장소가 공개되지 않는 것으로 봐 미국이 북한이 받아들이기 힘든 수준의 비핵화 요구를 하는 등 정상회담을 위한 양국 물밑 조율에 문제가 발생하고 있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구갑우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6일 북한 외무성 대변인이 언론 인터뷰를 통해 미국에 경고를 했는데, 미국이 (북-미 정상회담의) 의제를 (생화학무기, 인권 문제 등으로) 확대하려는 게 맞다면 북한은 불편한 상황이다. 중국과 상의하려는 것일 수 있다”고 말했다. 조성렬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수석연구위원도 “이렇게 되면 북한도 그동안 중국이 요구해 온 주한미군 완전 철수 문제 등을 의제화하는 카드를 꺼낼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즉, 북한 비핵화를 둘러싸고 요구 수준을 높이는 미국에 맞서 중국과 연대를 강화해 협상력을 높이겠다는 전략이란 설명이다. 이 같은 설명은 김 위원장의 지난 3월 말 방중 때도 나온 바 있다. 구갑우 교수는 김 위원장의 방중이 사실이라면 “미-중 사이에서 협상력을 높이려는, 곧 북한판 균형 외교가 되는 셈”이라고 덧붙였다.

김동엽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한반도 주도권을 놓고 진행되는 미-중갈등이라는 맥락에서 이번 사태를 해석했다. 그는 “김정은 위원장의 방중이 맞다면 말 그대로 갑작스러운 일이다. 김 위원장이 원해서 갔든, 중국이 불러서 갔든 미국과 중국 가운데 누가 북핵문제와 한반도 평화체제의 주도권을 쥐는가라는 미-중관계의 미래와 관련된 일”이라고 지적했다.

물론, 이번 방중에 심각한 의미를 부여할 필요가 없다는 의견도 있다. 양갑용 성균중국연구소 교수는 “이미 양국 정상이 만나 새로운 관계를 시작했다. 국가 정상이 움직이려면 미국과의 논란이 있기 훨씬 전부터 준비가 됐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남북 정상회담에서 합의한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나 종전선언, 평화협정 문제를 놓고도 북-중은 계속 협의할 필요성이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방중 인사가 김 위원장이 아니라 해도 이번 방중은 의미가 있다. 조성렬 수석연구위원은 다롄에서 8일 열린 중국의 두 번째 항모 001A의 시험 운항에 맞춰 북한 고위급이 방문한 것은 “군사 협력 관계 등 전방위적으로 관계를 복원한다는 의미로 보인다. 미국의 일방적 패권을 막으려는 중국의 입장을 북한이 지지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베이징/김외현 특파원, 노지원 성연철 기자 osca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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