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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8.05.10 19:47 수정 : 2018.05.10 21:33

중국 통신장비업체 중싱(ZTE) 그룹의 한 판매원이 2012년 10월 후베이성 우한에서 고객을 기다리고 서 있다. 우한/AP 연합뉴스

“주요 영업 활동 중단한다” 발표
미국산 부품 차단으로 생산 차질
선전 공장 가동과 국내 판매도 중단
미-중은 무역 갈등 계속 타협 시도

중국 통신장비업체 중싱(ZTE) 그룹의 한 판매원이 2012년 10월 후베이성 우한에서 고객을 기다리고 서 있다. 우한/AP 연합뉴스
미국의 제재 대상에 오른 중국 통신장비업체 중싱(ZTE) 그룹이 ‘무역 전쟁’의 첫 희생양이 됐다.

광둥성 선전에 본사를 둔 중싱은 9일 홍콩증권거래소에 “회사의 주요 영업활동이 중단됐다”고 밝혔다고 <월스트리트 저널>이 보도했다. 중싱은 가전, 휴대폰, 통신장비, 클라우드컴퓨팅 등 사업 분야를 운영해왔지만, 중단된 사업이 무엇인지는 밝히지 않았다. 다만 “긍정적 결과를 위해 미국 쪽과 적극 소통하고 있다”, “충분한 현금을 보유하고 상업상 의무를 다하고 있다”고 밝히며 투자자들을 안심시키려고 안간힘을 썼다.

중싱의 ‘영업 중단’은 미국의 제재 탓으로 보인다. 미국 상무부는 지난달 16일 대이란·대북 제재 위반을 이유로 중싱이 앞으로 7년 동안 미국 기업과 거래할 수 없게 조처했다. 이후 중싱의 주식 거래가 중단되고 주주총회도 연기됐다. 직원이 7만5000여명에 이르는 중싱의 선전 공장도 가동이 중단됐다. 중싱의 중국 내 스마트폰 판매가 중단됐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업계에서는 중싱이 통신기기의 주요 부품으로 미국산을 많이 사용하고 있어 타격이 크다고 분석하고 있다. 중싱의 제품에는 미국산 마이크로칩과 광학 소재가 쓰인다. 중싱의 저가형 스마트폰에는 미국 구글의 안드로이드 운영체제(OS)가 탑재돼 있다. 중싱의 미국산 부품 의존율은 25~30%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미국의 제재 조처로 제품 생산에 차질이 불가피해진 것이다.

<파이낸셜 타임스>는 중싱이 모바일 사업부를 화웨이나 샤오미 등 중국 내 경쟁사에 매각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전했다. 세계 점유율 9위인 중싱의 스마트폰은 2011년 경쟁이 심한 중국 국내를 넘어 미국에 진출한 뒤 큰 성공을 거뒀다. 캐나다, 멕시코, 오스트레일리아 등에서 4위권에 올라 있다. 아프리카에서도 인기를 끌고 있다.

미-중 무역 분쟁으로 직접적 피해를 입는 중국 업체가 나오면서, 무역 갈등을 완화시킬 협상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스티븐 므누신 미국 재무장관이 이끄는 협상팀이 3~4일 중국을 방문한 데 이어, 류허 중국 부총리가 미국을 찾아 대화를 이어갈 예정이다. 중국은 미국이 요구한 2년간 2000억달러(약 214조원)에 이르는 대미 무역흑자 축소 규모엔 동의하지 않지만, 미국의 무역적자 폭을 줄이기 위해 협력할 의사를 비치는 것으로 전해졌다.

베이징/김외현 특파원 osca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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