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8.05.25 12:04
수정 : 2018.05.25 22:48
중 관영매체 “완전히 끝난 것 아냐…대화해야”
‘미-중 대결 감안하면 중국에 나쁠 것 없다’ 분석도
대북제재 등 미국 협조 대가로 양보 얻어낼 가능성
중국 관영매체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 보낸 편지 내용을 ‘건방지다’고 표현하며 대화 재개를 촉구했다. 무역전쟁 등 미국과 대결구도를 이루고있는 중국이 ‘북-미 교착’을 기회로 활용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루캉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25일 오후 정례브리핑에서 ‘취소’ 사태를 직접 거론하지 않고 ‘파동’이라는 표현을 쓰며 “지켜보고 있다”고 밝힌 뒤, “동시에, 트럼프 대통령도 여전히 적절한 때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회담하고 싶다고 밝히고, 조선(북)도 미국과 앉아 문제를 계속 해결하고 싶다고 밝힌 것도 주목한다”고 덧붙였다. 양쪽의 대화 의지가 아직 살아있으니 파국으로 볼 수 없다는 뜻인 셈이다.
관영 <차이나데일리>는 25일치 사설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김 위원장에게 전화나 편지로 연락하라고 한 것이 “건방진 요청”(cheeky invitation)였다면서도, 그런 내용이 있는 만큼 “대화의 문을 닫은 것은 아니다”라고 짚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24일 편지에서 “당신의 마음이 바뀐다면 전화하거나 편지 쓰는 것을 주저하지 말라”고 적었다.
사설은 또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22일 문재인 대통령을 만나 “특정한 조건들이 충족되지 않으면 회담이 열리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면서도 “그것이 한동안 열리지 않을 거란 뜻은 아니다”라고 한데 주목했다. 그러면서 사설은 “적대감의 종언과 한반도 비핵화는 많은 나라들이 몇십년 동안 도모해온 것”이라며 “모든 당사국은 접촉을 유지해야 하며 같은 목표를 향해 노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중국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북-미 대화가 완전히 끝난 것은 아니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뤼차오 랴오닝사회과학원 연구원은 <환구시보>에 “완전히 끝난 것이 아니다. 뒤이어 양국의 더 격렬한 수싸움이 있을 수 있다”며 “미국도 완전히 포기하기보다 체면을 회복하기 위해 조선(북)에 더 많은 요구를 할 수 있다”고 말했다. 뤼 연구원은 북한의 현재 협상 지위에 대해서도 “조선(북)은 어떤 손실도 없으며, 다만 원점으로 돌아온 것”이라면서 “핵 실험장 폐기로 도의상 국제사회의 칭찬을 얻었다”고 평가했다.
중국의 이해관계상 북-미 정상회담이 삐걱대는 것이 나쁠 게 없다는 평가도 나온다. 최근 무역협상과 남중국해 문제, 대만 문제 등 미-중 대결 구도가 가중돼가는 만큼, 북-미 교착은 중국에 움직일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줬다는 시각이다. 미국이 북한을 다시 압박하기 위해 중국에 대북제재 협조를 요구한다면, 중국은 이를 빌미로 미국의 양보를 받아낼 수 있다는 것이다.
중국 전문가 제임스 만은 <뉴욕타임스>에 “(북-미) 정상회담이 연기되는 정도가 아니라 최대한 미뤄지는 것이 시진핑 국가주석의 이익에 부합한다”며 “‘타결 없는 협상’은 중국이 미국을 상대하는데 지렛대(레버리지)를 제공한다. 무역협상에서 특히 그렇다”고 분석했다. 청샤오허 인민대 교수는 “(북-미 정상회담의) 취소는 중국에 ‘중단된 협상’을 구제한다는 식의 기회를 줄 수 있다”고 말했다.
중국에서 ‘미국은 강경하게, 북한은 온건하게’ 식의 여론이 제기되는 것도 이같은 배경일 가능성이 크다. <환구시보>는 25일치 사설에서 미국의 ‘변심’을 강하게 비판했다. 사설은 “미국이 어떻게 설명을 하건, 24일 정상회담 취소 결정은 국제 여론은 워싱턴이 이란 핵협정을 탈퇴한 것과 연계해서 보게될 것”이라며 “미국 정부가 제멋대로이고 하고싶은대로 한다는 외부의 시각을 강화시킬 것이며, 미국의 국제적 신용에 손해가 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 사설은 반면, 북한은 그동안 북-중 및 남북 관계의 개선과 김정은 위원장의 국제무대 데뷔에 따른 이해 증대 등 얻은 것이 적지 않다며, “중국은 반드시 앞으로 조선(북)과의 관계 개선을 이어가면서 우호적 흐름을 발전시켜야 한다. 우리는 한국도 (한)반도에 쉽지않게 찾아온 화해 추세를 귀중히 여겨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중국은 트럼프 대통령이 시 주석을 “세계적 수준의 포커 플레이어”라 하는 등 방식으로 제기하는 ‘중국 책임론’에는 사실상 대꾸도 않고 있다. 앞서 23일 루 대변인은 “중국은 (한)반도 문제에서 화해를 권하고 대화를 촉구하는데 힘을 다하면서, 적극적인 역할을 해왔다”는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다. 이날 브리핑에서도 그는 “우리는 조(북)-미가 최근에 거둔 긍정적 진전을 귀중히 여기고, 인내심을 유지하면서, 서로의 선의를 이해하고, 서로 마주보고 가면서, 대화와 협상을 통해 서로의 우려를 해결하는데 계속 힘을 쏟으면서 (한)반도 비핵화 프로세스를 추진하기 바란다”고 말했다.
베이징/김외현 특파원
osca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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