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8.05.30 18:19
수정 : 2018.05.30 21:09
지난주 부르키나파소 단교 뒤 아이티 대통령 방문
수교국 18개국…대부분 중미, 태평양·카리브해 섬나라
단교국들은 중국과의 경협이 목표인 경우 많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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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이잉원 대만 총통(왼쪽)과 아이티의 조베멜 모이즈 대통령(가운데)이 29일 타이페이 총통부 광장에서 군 의장대를 사열하고 있다. 타이페이/로이터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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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화민국(대만)과 외교 관계를 끊고 중화인민공화국(중국)과 수교하는 국가가 잇따르자 대만이 외교 고립을 탈피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카리브해 섬나라 아이티의 조베멜 모이즈 대통령이 29일 대만을 방문했다. 무아즈 대통령을 위해 대만은 타이페이 총통부 광장에서 환영행사를 열고 국빈 오찬, 훈장 수여, 양자 회담 및 공동성명 발표를 준비하는 등 극진한 대접을 쏟아냈다. 홍콩 <명보>는 대만의 절박한 움직임에 대해 ‘응급 외교’라는 평가를 내놨다. 대만의 움직임이 ‘응급 외교’인 것은 24일 서아프리카의 부르키나파소가 대만과 단교하고 수교국이 18개국으로 쪼그라들었기 때문이다.
중국과 대만은 ‘하나의 중국’ 원칙에 따라 양국 모두와 동시 수교를 허용하지 않는다. 특히 ‘대만 독립’을 내건 민진당의 차이잉원 총통이 2016년 5월 집권한 뒤 중국의 압박이 거세지며 상투메프린시페·파나마·도미니카공화국, 부르키나파소 4개국이 대만과 단교했다. 대만의 남은 수교국은 18개국뿐이다. 중국(177개국)과 10배 차이다.
대만은 정통성을 쑨원이 건국한 중화민국에서 찾는다. 신해혁명이 일어난 1911년을 기점으로 하는 ‘민국’ 연호를 지금도 쓴다. 냉전 초기에는 ‘자유진영’ 국가들이 대만과 수교를 유지해 중국보다 수교국 수가 많았다. 그러나 1970대 초 ‘데탕트’ 이후 미국·일본·캐나다 등이 중국과 잇따라 손잡으면서 수교국 수가 대폭 줄었다. 1971년엔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 지위도 중국에 뺏겼다.
대만에 가장 큰 좌절감을 안긴 것은 아시아의 같은 분단국인 한국의 ‘배신’이었다. 1992년 한-중 수교가 이뤄지며, 대만은 아시아 수교국을 모두 잃었다. 당시 대만인들은 태극기를 불태우며 배신감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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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의 친중국 단체 회원들이 28일 타이페이에서 중국의 오성홍기를 들고 대만과 중국의 통일을 촉구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타이페이/EPA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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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교적 고립이 이어지자 대만은 1991년 ‘동시 수교’에 준하는 관계 설정을 용인하는 ‘실용 외교’를 선언했지만, 중국은 이를 인정하지 않는다. 중국은 2050년 ‘대만 통일’을 목표로 대만의 외교적 고립을 더욱 추구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차이잉원 정부는 수교국들을 단속하고 있다. 대만에 온 모이즈 아이티 대통령과는 두 달 안에 아이티 경제 발전 계획을 내놓기로 하는 등 경제협력을 약속했다. 다음달에는 아프리카에 유일하게 남은 수교국 에스와티니(옛 스와질랜드) 국왕이 대만을 방문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대만 <중국시보>는 외교 소식통을 인용해, 수교국인 과테말라가 최근 중국과의 경협 강화를 추진한다고 보도하며 외교 고립이 더 심화될 가능성을 걱정했다. 현재 대만과 수교한 18개국을 모두 합쳐도 면적은 88만㎢로 중국의 10분의1에 못 미치고, 인구는 6천만명이 안 된다. 과테말라마저 빠지면 수교국 총 인구는 4240만명으로 줄어든다.
베이징/김외현 특파원
osca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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