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8.06.03 15:56
수정 : 2018.06.03 20:42
4일 사건 29주년 맞아 시진핑에 공개 편지
“늘그막에 살아있을 때 누명 벗기 바라”
“중국 대학생들은 천안문을 묻지 않는다”
1989년 유혈 진압으로 몇백~몇천명이 목숨을 잃은 천안문(톈안먼) 사건이 4일 발생 29돌을 맞이하면서, 유족들이 사건의 재평가를 요구하고 나섰다.
유족 단체 ‘천안문어머니회’는 최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에게 보내는 공개 편지 형태의 글을 인권 단체 누리집 등을 통해 발표했다. 128명의 회원이 연명한 편지는 “29년 동안 정부는 한 번도 우리에게 안부를 물어온 적이 없고, 누구도 미안하다는 말을 한 적이 없다”며 “6·4(천안문 사건의 중국식 표현)는 국가의 인민에 대한 범죄이므로 반드시 새로이 평가가 이뤄져야 하며, 정치 문제는 법률로 해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천안문 진압은 “반인류 범죄로서 우리 나라의 명예에 엄중한 영향을 줬다”고 규정하면서, 진상 규명과 배상, 책임자 처벌을 요구해온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다.
유족들은 또 다들 세상을 떠나기 전에 재평가가 이뤄지기를 바란다는 희망을 남겼다. 편지는 “이미 피해자 유족 51명이 억울하게 세상을 떠났고, 나머지 유족도 대부분 이미 70살 넘은 노인들인 데다 질병에 시달리고 있다”며 “이미 늘그막인데, 살아있을 때 우리의 친지가 누명을 벗기 바란다”고 적었다.
천안문 사건의 발단은 1989년 4월 개혁파 후야오방 전 총서기의 사망을 계기로 시작된 대학생들의 추모 행진 및 시위였다. 학생들은 베이징 천안문광장에 모여들었고, 당국의 해산 요구에도 광장 농성은 끝이 보이지 않았다. 중국 당국은 계엄령 선포로 30만 병력을 베이징에 집결시킨 뒤 6월3일 밤 탱크를 앞세워 진압에 나섰다. 사망자 수는 적게는 180명, 많게는 1만여명이라고 주장할 정도로 제대로 된 피해 통계조차 없다.
지금까지도 천안문 사건은 중국 당국이 가장 예민하게 받아들이는 사안으로, 공개적 토론은 사실상 금지돼왔다. 후난성 주저우의 활동가 2명은 지난 30일 공원에 전시된 모형 탱크 앞에서 ‘6·4 29주년’이라고 적은 종이를 들고 사진을 찍어 사회관계망서비스(SNS)로 공유했다가 즉시 연행당했다. 3일치 홍콩 <명보> 1면에 인터뷰가 실린 상하이 출신 홍콩중문대 강사 리밍(33)은 “내지(중국) 출신 학생들은 누구도 내게 6·4와 관련된 것을 묻지 않는다. 그들의 공포는 그(1989년) 세대보다도 깊다”고 말했다. 올해도 공개 추모 집회는 예전과 마찬가지로 4일 홍콩 빅토리아공원에서 열린다.
베이징/김외현 특파원
osca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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