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8.06.05 16:38
수정 : 2018.06.05 20:48
다음달 1주기 조각상 제막 계획
타이베이시 당국은 일단 보류 나서
부인 류샤 “류샤오보 사랑한 게 중죄”
중국의 노벨평화상 수상자 류샤오보의 1주기에 맞춰 대만에 그를 기념하는 조각상 건립이 추진된다. 그러나 당국이 일단 제지하고 나서 논란이 일고 있다.
비영리단체 ‘류샤오보의 친구들’은 최근 중국의 인권활동가 류샤오보가 숨진 지 1년이 되는 7월13일 대만 타이베이에서 조각상 제막식이 열린다고 발표했다. 이들은 관광객들로 붐비는 타이베이의 랜드마크인 ‘타이베이 101’(국제금융센터) 앞 자유광장에 조각상을 세우겠다고 밝혔다.
2.5m 높이의 조각상은 크게 세 부분으로 나뉜다. 노벨상 시상식에 불참한 탓에 시상식장에서 그를 대신한 ‘빈 의자’, 그의 작품을 상징하는 펼쳐진 책과 그 위에 놓인 장미, 미소 짓는 류샤오보의 얼굴상이다. 그리고 “나에겐 적이 없다”는 그의 명언이 영어·중국어로 새겨진다.
그러나 타이베이시 공원 관리 당국은 “법규상 공원에는 공공예술과 무관한 작품을 전시할 수 없다”는 이유를 들어 반대 입장을 밝혔다고 대만 <자유시보>가 5일 보도했다. 시의회에서 “자유와 인권은 당연히 공공성과 관련이 있다”는 등 반론이 이어지자, 커원저 시장은 “내부적으로 관련 사항을 검토할 것”이라며 한발 물러섰다. 또 “타이베이시가 처리할 수 있는 범위를 벗어나면 중앙정부에 요청하겠다”고 했다. 커 시장의 입장은 연말 선거를 앞두고 류샤오보 문제에 예민하게 반응하는 중국을 자극하지 않으려는 의도라는 분석이 나온다.
류샤오보 동상 제막 뉴스는 천안문 사건 29돌(4일) 직전에 발표됐다. 그는 1989년 베이징 천안문광장에서 민주화 시위가 시작되자 미국에서 귀국해, 무력 진압 때까지 다른 3명의 지식인과 함께 ‘4군자 단식농성’을 벌였다. 이후 반혁명죄로 수감과 연금을 이어가던 류샤오보는 기회가 있었지만 중국을 떠나지 않았다. 2010년 수감 도중 노벨평화상 수상자로 결정됐지만 시상식에 참석하지 못했다. 지난해 5월 말기 암 진단을 받고서야 감옥을 나와 병원에서 치료를 받다가 결국 눈을 감았다.
류사오보는 떠났지만 그의 비극은 이어지는 중이다. 2014년 1월 이후 가택연금 상태인 류사오보의 부인 류샤는 1일 독일에 체류 중인 작가 랴오이우가 인터넷으로 공개한 전화통화에서 “류샤오보를 사랑하는 것은 중대한 죄다. 나는 그 때문에 종신형을 선고받았다”며 울먹였다.
베이징/김외현 특파원
osca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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