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8.08.20 15:42
수정 : 2018.08.20 2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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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라우. 한겨레 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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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 ‘외교적 지위 불법’ 들어 단체관광 중단
호텔·식당 텅텅…여행사·항공사 중단 등
‘대만 단교 및 중국 수교’ 압박 모양새
팔라우 정부 “대만에 더 가깝다” 강경 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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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라우. 한겨레 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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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이 지난해 말 태평양 섬나라 팔라우에 대한 단체관광을 중단시킨 뒤 현지 관광업계가 초토화되고 있다고 <로이터> 통신이 19일 보도했다. 한국과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를 둘러싸고 갈등을 벌일 때처럼 단체관광을 외교적 압박의 ‘무기’로 사용하는 중국의 민낯이 드러난 또다른 사례다.
팔라우의 중심도시인 코로르 상업지구에선 호텔과 식당이 텅 비어있고, 여행사의 문이 닫혔으며, 해상관광용 선박은 모두 정박된 상태라고 통신은 전했다. 중국 관광객이 줄어들며 나타난 현상이다. 방문객이 줄면서 팔라우 퍼시픽 항공은 이달 말부터 중국 왕복 항공편 운항을 중단할 예정이다. 항공사 쪽은 중국이 지난해 말 팔라우 단체관광을 중단시키면서 예약이 절반 수준으로 떨어졌다고 밝혔다. 지난해 팔라우 해외관광객은 12만2천여명으로 이 가운데 5만5천명(약 45%)이 중국인이었다.
중국 당국은 단체관광을 제한하면서 팔라우의 “외교적 지위가 불법”이라는 이유를 꼽았다. 팔라우는 대만과 수교 중인 18개국 가운데 하나로, 중국과는 외교관계가 없다. 중국은 ‘하나의 중국’ 원칙을 내세우고 있어, 한 나라가 중국·대만과 동시에 수교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단체관광 중단을 통해 팔라우에 대만과의 관계를 끊고 중국과 수교할 것을 압박하는 모양새다.
팔라우 정부도 강경한 입장이다. 토미 레멩게사우 팔라우 대통령은 “중국의 투자와 관광은 환영하지만, 우리 정부의 원칙과 민주적 이상은 대만과 더욱 가깝다”고 말했다. 중국 관광객들이 그동안 보여온 행태도 ‘반중’ 태도에 힘을 싣는다. 대표적 예가 팔라우의 주요 관광지였던 ‘해파리 호수’가 입은 피해다. 중국 관광객들이 호수에서 수영하는 사례가 늘면서 해파리 개체수가 줄어들자 지난해부터 폐쇄 중이다. 팔라우 정부는 단체관광 위주의 숫적 성장보다 고소득 여행객 유치를 중심으로 한 질적 성장을 도모하면서 현 상황을 극복하겠다는 입장을 되풀이하고 있다.
중국의 압박은 태평양의 미크로네시아, 마셜군도, 팔라우 등이 미국과 맺고 있는 ‘자유연합협정’(CFA)이 2023~2024년 만료되는 것과 관련됐다는 관측도 나온다. 미국은 이들 섬나라에 연평균 2억달러가량을 지원해 왔지만, 2024년 만료 이후 추가 계획을 내놓지 않고 있다. 결국 중국이 그 틈을 노리고 영향력 확대를 꾀한다는 것이다. 중국은 지난해 이미 태평양도서국포럼(PIF) 나라들과 교역이 82억달러에 이르러 미국(16억달러)을 크게 앞질렀다.
팔라우에서도 중국과 지나치게 대립각을 세우는 것을 부담스러워하는 여론이 있다. 지난해 이전까지 중국 투자자들이 짓기로 한 호텔 수가 60개에 이르렀으나 현재 대부분 공사가 중단된 상태다. 중국 투자자들은 ‘반중국’ 성향이 강한 현 대통령의 임기가 2021년 끝나고, 차기 정부가 중국과 ‘화친’하기를 기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2013년 퇴임한 존슨 토리비옹 전 팔라우 대통령은 “난 대만을 좋아하지만, 이젠 대만 사람들도 중국을 원하고 있다. 사업가들도 중국을 원한다”고 말했다.
베이징/김외현 특파원
osca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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