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주요메뉴 바로가기

본문

광고

광고

기사본문

등록 : 2018.08.24 13:12 수정 : 2018.08.27 13:24

베이징 싼리툰의 애플과 나이키 판매장. 4억명 규모로 중국 중산층 시장은 그동안 보다 나은 제품을 찾아 소비 수준을 높이고 있는 것으로 평가돼왔지만, 미-중 무역전쟁과 부동산 급등, 중국 경제의 둔화 여파로 소비를 줄이고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한겨레 자료

나들이·외식 줄이고 결혼·출산 미뤄
‘헬스장 대신 광장무 춤추자’ 풍자도
“부부 소득 2/3가 주택대출금·임대료”
무역전쟁서 미국에 유리할 거란 전망도

베이징 싼리툰의 애플과 나이키 판매장. 4억명 규모로 중국 중산층 시장은 그동안 보다 나은 제품을 찾아 소비 수준을 높이고 있는 것으로 평가돼왔지만, 미-중 무역전쟁과 부동산 급등, 중국 경제의 둔화 여파로 소비를 줄이고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한겨레 자료
중국 경제의 둔화와 함께 튼튼한 내수 시장을 형성했던 중국 중산층이 소비를 줄이고 있다고 <뉴욕타임스>가 22일 보도했다.

중국 광둥성 후이저우의 전자제품 업체에 근무하는 리커리는 예전엔 주말이면 아이(7)를 데리고 근교에 다녔지만, 이젠 무료 시설인 아파트 단지 놀이터를 전전한다. 무역전쟁 탓에 회사가 직원 3분의 2 가량을 해고하고, 약 500달러(약 56만원)였던 그의 월급을 10% 삭감하면서부터다. 베이징의 회계사 천쓰치(30)도 얼마 전부터 외식을 줄이고, 생필품과 옷을 저가 제품으로 쓰고 있다. 중산층을 대상으로 한 ‘양질의 제품 공급’을 목표로 해온 전자상거래 업체 징둥은 2분기 3억3440만달러 규모의 손실을 기록했다. 1분기보다 2배 가까운 손실 규모다.

수치상으로 올 상반기 중국 경제는 예상을 웃도는 6.8% 성장을 기록했지만 <뉴욕타임스>는 “자세히 보면 균열이 보이기 시작한다”고 지적했다. 올해 들어 민간 소비 성장률이 10여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한데다, 민간 기업 급여 인상률도 세계 금융위기 이후 최저치다. 4년 전부터 일을 시작한 상하이의 건축가 천잉(33)은 올해 임금 인상이 아예 없거나 있어도 5%에 머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지금까지 인상률(해마다 15~20%씩)은 이제 옛이야기다.

중산층의 소비 및 소득 감소는 부동산 가격이 급등해 주거비 비중이 높아진 것과 관련돼 있다. 광둥성 선전의 반도체 기업에서 일하는 왕자즈(34)는 2년 전 대출을 받아 아파트를 장만했지만, 대출금 상환 부담 때문에 아파트를 다른 이에게 임대하고 나와 살고 있다. 애초 아파트 구입 목적은 결혼이었지만 지금은 ‘절약’을 위해 결혼 계획도 미뤘다. 베이징 인터넷 기업에서 일하는 우샤오충은 부부 소득의 3분의 2를 대출금 상환과 남편의 상하이 숙소 임대료로 쓰고 있다. 이들 부부는 자녀 계획이 없다. 그는 “저축도 없고 퇴직 계획도 없다. 그동안 부모님이 재정 지원을 해주셨다. 이런데 아이를 어떻게 키우나?”라고 말했다.

미-중 무역전쟁과 위안화 가치 하락, 증시 침체에 주거비·교육비 급증으로 중산층의 실질 소득이 줄어들며 인터넷에서는 중산층의 ‘절약’ 풍조를 풍자하는 글이 넘쳐난다. ‘아보카도를 그만 먹자’, ‘택시 대신 자전거를 타자’, ‘칵테일 대신 맥주를 마시자’, ‘수제맥주는 안 된다’, ‘헬스장에 가지 말고 아주머니들과 광장무를 추자’ 등 내용도 다양하다. 미-중 무역전쟁에서 미국산 대두에 고율관세가 매겨진 것을 비꼬아, 두부 대신 고기를 먹자는 내용도 있다.

중국의 ‘중산층’은 전체 인구 약 14억명 가운데 4분의 1을 넘는 4억명 정도로 집계되며 계속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중국 경제를 견인해 온 이들이 결혼과 출산을 꺼리며 소비를 줄이는 현실은 중국 정부에게 큰 골칫거리다. 내수 시장 육성으로 미국과 벌이는 무역전쟁을 견뎌내려던 중국 당국의 계획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뉴욕타임스>는 “(중국 중산층의) 소비가 줄어든 현실이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을 대담하게 만들 수 있다. 그는 중국이 경제적 타격을 더 이상 이겨낼 수 없으리라고 보고 도박을 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짚었다.

베이징/김외현 특파원 oscar@hani.co.kr

광고

브랜드 링크

멀티미디어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한겨레 소개 및 약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