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8.08.30 20:02
수정 : 2018.08.30 2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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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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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북 협상 교착되자 불만 표출
“중, 북한과 관계 어렵게 만들어”
중국 부상 막으려는 전력 분석
중, 겉으론 일축 속으론 고민
중국에서 시 주석 방북 연기설 나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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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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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북-미 대화의 교착 원인으로 중국을 거듭 거론하면서 그의 ‘진짜 속내’가 무엇인지에 대한 궁금증이 커지고 있다. 북-중 관계를 강화해 한반도 정세 변화에 대응하려던 중국도 깊은 고민에 빠지게 됐다.
트럼프 대통령이 북-미 간 대화가 차질을 빚는 데 ‘중국에 책임이 있다’고 주장하기 시작한 것은 전례에 비춰 ‘파격적’이었던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2차 방중(5월7~8일) 이후부터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로부터 열흘 뒤인 5월17일 “그들(김 위원장 등)이 중국을 만났을 때 사정이 약간 바뀌었다고 생각한다. 그들이 시진핑 주석과 두번째로 만난 뒤 (미국을 대하는 태도에) 큰 차이가 있었다”고 말했다. 같은 달 22일 백악관을 찾은 문재인 대통령 앞에서도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북-미 대화에 부정적 영향을 끼치고 있다는 의미를 담아 ‘포커 플레이어’라 불렀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후 중국의 국경 통제가 예전만큼 강력하지 않다며 여러 차례 불만을 터뜨렸고, 지난 24일엔 미-중 간 무역전쟁 탓에 “그들(중국)이 전처럼 (북한의) 비핵화 과정을 돕지 않는다”며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의 4차 방북을 전격 취소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그동안 쏟아낸 발언을 보면, 그는 중국이 실제 북-미 협상에 부정적 영향을 끼치고 있다고 믿는 것으로 보인다. 그는 29일 백악관 성명을 통해 “북한이 미-중 간 무역분쟁으로 중국으로부터 엄청난 압박을 받고 있다”고 지적했고, 이날 기자들과 만나서도 “북한 문제가 중국과의 무역분쟁 때문에 발생하고 있다. 93%의 상품이 중국을 통해 북한에 들어간다”고 재차 강조했다. 북한과 일대일 담판을 지으려는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의 잦은 등장을 분명한 ‘방해 요소’로 보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중국은 “유엔 안보리 결의를 엄격하게 전면적으로 이행하고 있다”고 맞서고 있다. <미국의 소리>(VOA) 방송은 지난 24일 올해 1~7월 북-중 교역이 지난해보다 56.2% 줄었다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북핵 협상에 관해 ‘중국 책임론’을 계속 꺼내는 것은 ‘중국의 부상 저지’를 ‘북핵 해결’보다 더 큰 전략적 목표로 보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조성렬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트럼프 행정부의 목표는 중국의 부상을 확실하게 막는 것”이라며 “그에게 북한·북핵 문제는 (미-중 대결보다) 부차적이고 종속적인 변수”라고 말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지난해 말 발표한 국가안보전략(NSS)에서 처음으로 중국을 러시아와 함께 “라이벌 강대국”으로 명시했다. 북-미 관계에 밝은 정부 관계자도 “(미국이) 북-미 접촉을 해나가면서 북-중 관계가 가까워지는 상황을 견제할 필요가 있었을 것”이라며 “미-중 관계와 북한 문제가 간접적으로 연결되는 현실에서 북한이 이를 이용할 가능성도 고려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중국은 겉으로는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을 얼토당토않다며 일축하지만, 대북, 대미 정책 방향을 놓고 깊은 고민에 빠졌다. 화춘잉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30일 브리핑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재차 중국 책임론을 언급한 데 대해 “미국은 사실을 왜곡하고 있다. 역시 최고의 무책임한 논리”라고 반박했다. 루캉 대변인도 지난 25일 “이랬다저랬다 하지 말고, 남 탓을 하지 말라”고 비판했다.
초미의 관심사는 시 주석이 트럼프 대통령의 ‘맹렬한 견제’에도 북한 정부수립 기념일인 9·9절에 맞춰 방북할지 여부다. 중국에선 이 행사에 중국공산당 정치국 상무위원급을 보내고, 시 주석의 방중은 늦출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베이징/김외현 특파원, 김지은 기자
osca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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