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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8.08.31 14:21 수정 : 2018.08.31 18:16

중국 쓰촨성 더양의 한 소아과 의사가 미확인 보도와 ‘신상 털기’에 시달리던 중 25일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상유신문 갈무리

수영하다 부딪힌 아이가 이죽대며 화 돋워
남편이 아이 혼냈다가, 집단폭행·해고요구 당해
인터넷에 신상 ‘털리면서’ 극심한 스트레스도

중국 쓰촨성 더양의 한 소아과 의사가 미확인 보도와 ‘신상 털기’에 시달리던 중 25일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상유신문 갈무리
중국에서 인터넷 매체의 미확인 보도와 누리꾼들의 집단 ‘신상털기’에 시달리던 30대 여성 의사가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건이 발생해 충격을 주고 있다.

쓰촨성 더양시의 소아과 의사 안잉옌(35)은 25일 저녁 7시15분께 자신의 차 안에서 의식을 잃은 채 발견됐다. 즉시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바로 사망선고를 받았다. 사인은 약물 과다 복용이었다. 그는 앞서 오후 4시께 외삼촌에게 “다신 못 볼 것 같으니 사진을 한 장 보내달라”는 메시지를, 어머니에게 “상황이 잘못됐다는 걸 문득 알게 됐다”는 메시지를 각각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안잉옌은 지난 20일 이후 숨지기 전까지 벌어진 일련의 사건들로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아왔다고 남편이 전했다. 20일 저녁 안잉옌은 평소와 다름 없이 수영을 하던 중 한 남자아이(13)와 부딪혔다. 사과를 요구했지만, 아이는 이기죽대며 화를 돋우었다. 안잉옌의 얼굴에 침을 뱉었다는 이야기도 있다. 물 밖에 있던 남편이 “아내가 모욕당하고 있다는 생각”에 뛰어들어가 아이를 혼냈다. 그는 아이를 물속에 밀어넣고 머리를 때렸다. 안전요원들이 말리고 나서면서 상황은 일단 종료됐고, 양쪽 모두 탈의실로 향했다.

탈의실에선 아이의 모친 창아무개 등 여성 3명이 안잉옌에게 보복성 집단 구타를 했다. 남편은 탈의실에서 나온 안잉옌의 머리, 목, 양쪽 어깨에 할퀸 상처가 있었으며, 오른쪽 무릎의 물린 자국 탓에 나중에 멍이 심하게 들었다고 전했다. 양쪽은 경찰서로 향했고, 남편이 잘못을 인정하고 아이에게 사과하면서 합의가 이뤄지는 듯했다. 그러나 아이의 부모는 이튿날 안잉옌과 남편의 직장까지 찾아와 “아이를 때렸다”면서 각각에 대한 당적 박탈 및 해고를 요구했다.

안잉옌은 일단 휴가를 냈지만 사건 이튿날부터 사회관계망서비스(SNS)의 관련 게시물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었다. 어디서 났는지 수영장 폐회로텔레비전(CCTV) 동영상도 돌아다녔다. 사실관계 확인 없이 안잉옌 부부가 일방적 ‘가해자’로 묘사된 보도가 넘쳐났다. 중국 누리꾼들은 악명 높은 ‘인육검색’(신상털기)으로 부부의 직장, 주소, 전화번호, 사진 등을 찾아내 망신을 줬다. ‘더양 의사 안씨’는 실시간 검색어 상위권에도 올랐다.

중국 쓰촨성 더양의 소아과 의사 안잉옌이 수영장에서 시비가 붙어 집단 폭행을 당했다. 상유신문 갈무리
사건 닷새 뒤 안잉옌은 남편에게 “바깥 바람 좀 쐬고 오겠다”고 한 뒤 끝내 돌아오지 못할 길을 떠났다. 공무원인 남편은 “아내가 울면서 ‘내 인생을 망친 것 같다’는 얘기를 계속 했다”고 말했다. 그는 “아이 부모가 여론을 호도하고, 매체들이 확인도 없이 마음대로 보도하면서, 아내가 극단적 선택을 했다”며 “장례가 마무리되는 대로 법적 절차를 밟겠다”고 말했다.

‘피해자’임을 주장하는 아이의 모친 창아무개는 언론 인터뷰에서 “현재의 결과는 모두가 원치 않는 것이었다. 이렇게 될 줄 몰랐다”고 말했다. 초기 보도를 주도한 한 에스엔에스 매체는 27일 사과 성명을 냈다가, 이튿날 이 성명을 포함한 관련 게시물을 모두 삭제했다.

안잉옌의 주검은 28일 장례식을 마치고 화장을 했다. 남편은 본인도 정신과 치료를 받는 동시에, 초등학교 입학을 앞둔 딸(5)에게 엄마와의 영원한 이별을 어떻게 설명할지 고민에 빠졌다.

베이징/김외현 특파원 osca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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