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8.09.26 17:28
수정 : 2018.09.27 07: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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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웨덴 텔레비전>(SVT)의 시사풍자 프로그램 '스웨덴 뉴스'는 21일치 방송분에서 중국 관광객을 희화화하며 역사적 건물 밖에서 대변을 보지 말라는 가상의 관광안내 표지판을 선보였다. 스웨덴 텔레비전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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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관광객, 역사적 건물 밖서 대변보지 말라”
중국 정부 “악의적…편견·도발 가득” 비난
방송사 쪽 “코미디일뿐 풍자와 뉴스는 구분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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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웨덴 텔레비전>(SVT)의 시사풍자 프로그램 '스웨덴 뉴스'는 21일치 방송분에서 중국 관광객을 희화화하며 역사적 건물 밖에서 대변을 보지 말라는 가상의 관광안내 표지판을 선보였다. 스웨덴 텔레비전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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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스웨덴의 한 호텔 로비에서 숙박을 요구했다가 쫓겨난 중국 관광객들의 사연이 양국에서 논란이 된 가운데, 중국을 희화화한 스웨덴 방송사의 풍자성 프로그램이 갈등을 더 키우고 있다.
<스웨덴 텔레비전>(SVT)의 시사·정치 풍자 프로그램 ‘스웨덴 뉴스’는 지난 21일 중국에 대한 스웨덴 사회의 무지와 무관심 등을 다뤘다. 이달 초 스톡홀름의 한 호텔에서 중국인 가족 3명이 사실상 하루 일찍 도착해 ‘로비 투숙’을 요구했다가 거절당한 사건이 계기였다. 풍자성이 강한 프로그램답게, 끌려나간 관광객이 “주밍아!”(사람 살려!)라고 외치는 것이 “킬 미 나우”(날 지금 죽여줘)와 발음이 비슷하다고 비꼬고, 중국 외교관 이름을 놀리면서 웃음을 이끌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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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웨덴 텔레비전>(SVT)의 시사·정치 풍자 프로그램 ‘스웨덴 뉴스’는 지난 21일 방송분에서 중국을 희화화했다는 논란에 휩싸였다. 주스웨덴 중국대사관은 이날 방송에 나온 지도에서 대만과 티베트 일부가 빠져있다며 항의했다. 스웨덴 텔레비전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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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논란이 된 것은 전체 9분50초 분량 중 마지막 90초가량이다. 중국 관광객에게 스웨덴 방문 때 주의사항을 알려준다면서 “역사적 건물 밖에서 대변을 보면 안 된다”, “강아지를 산책시키는 사람을 보고 점심거리를 샀다고 생각해선 안 된다”고 했다. 제작진은 특히 이 90초 분량만 중국어 더빙을 해 중국 동영상 공유 사이트 유쿠에 올렸고, 중국인들은 이를 조회하며 부글댔다.
중국 정부는 발끈했다. 중국 외교부는 24일 대변인 성명을 내어 “해당 프로그램은 악의적으로 중국과 중국인을 모욕했다. 진행자 발언은 중국과 타민족에 대한 질시, 편견, 도발로 가득했으며, 언론의 직업 윤리를 완전히 위반했다”며 “중국 외교부와 주스웨덴 대사관은 이미 각각 스웨덴에 엄중히 항의했다”고 밝혔다. 성명은 방송사 쪽에 “악랄한 영향을 없애도록 즉각 조처하라”고 요구하면서 추가 조처를 취할 수 있음을 시사했다. 주스웨덴 중국대사관은 방송에 나온 중국 지도에 대만과 티베트 일부가 빠져있다는 사실도 문제 삼았다.
<스웨덴 텔레비전>은 성명 등을 통해 “스웨덴어를 안다면 이건 코미디라는 것이 명백하지만, 스웨덴어를 모르면 오해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도 이해한다”고 했다. 하지만 “중국 당국이 풍자와 뉴스는 구분해야 한다”고 밝혀, 사과 의사가 없음을 분명히 했다. 다만 “중국인들의 반응을 알기 위해 유쿠에 일부를 올렸는데, 전체 방송분을 올리지 않아 오해를 야기한 것은 실수”라며 “이 부분은 모욕이었을 수 있다고 인정하며 진심으로 사과한다”는 입장을 냈다.
일부 중국 누리꾼들은 이케아를 비롯한 스웨덴 브랜드 보이콧 등을 거론한다. 2010년에는 중국의 민주화운동가 류샤오보가 노벨평화상을 수상하자 중국이 노르웨이산 연어 수입을 금지시킨 전례가 있다. 스웨덴 관광을 중단하자는 이야기도 나오지만, 스웨덴이 중국에서 너무 멀리 떨어져 있어 그 효과가 제한적일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베이징/김외현 특파원
osca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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