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8.11.14 07:00
수정 : 2018.11.14 09: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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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10일 중국 인터넷에서는 베이징동물원의 코끼리가 실종됐다는 공안국 통지문이 개인화 매체 등을 통해 화제가 됐지만 가짜 뉴스로 밝혀졌다. CCTV 보도화면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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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 당국, 위챗·웨이보 기반 9800여개 ‘매체’ 계정 없애
SNS 연동 소셜미디어 형태…한때 ‘여론 다양성’ 상징
‘팩트 체크’ 문제 되기도…위챗 지난해 18만개 폐쇄
‘가짜뉴스’ 빌미로 한 여론 획일화, 정치 검열 우려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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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10일 중국 인터넷에서는 베이징동물원의 코끼리가 실종됐다는 공안국 통지문이 개인화 매체 등을 통해 화제가 됐지만 가짜 뉴스로 밝혀졌다. CCTV 보도화면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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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중국 매체 시장 다변화의 총아로 여겨졌으나 ‘가짜 뉴스’의 온상이 돼버린 개인화 매체와 관련해, 중국 인터넷 관리 당국이 이들을 대거 폐쇄시키면서 강경한 대응 방침을 확인했다.
중국 국가인터넷판공실은 지난달 20일부터 관련부처와 함께 진행한 ‘집중 정화 활동’을 통해 9800개가 넘는 개인화 매체를 폐쇄하고, 텐센트(텅쉰)의 위챗(웨이신)과 시나(신랑)의 웨이보 등 플랫폼 업체에 관리 책임 등을 물어 엄중히 경고했다고 12일 밝혔다. 텐센트와 시나 쪽은 앞으로 엄격한 관리를 약속했다.
인터넷판공실은 폐쇄 배경과 관련해, 정치적으로 해로운 글을 유통시키거나, 당과 국가의 역사를 악의적으로 고쳐 영웅들과 국가의 이미지를 훼손시켰다는 이유를 제시했다. 시사 현안이나 역사를 다룬 계정들이 대상이었다는 뜻으로 읽힌다. 폐쇄 계정 목록이 구체적으로 제시되지 않았지만, 인터넷판공실 게시물에는 ‘도널드가 말하기를’(唐納德說)과 ‘야사비문’(野史秘聞) 등 계정이 폐쇄됐다고 나온다. ‘도널드…’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사진을 프로필로 쓰던 웨이보 계정이고, ‘야사비문’은 웨이신 궁중하오(블로그) 서비스를 통해 각종 야사를 전하던 계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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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관영 중앙텔레비전(CCTV)의 위챗 궁중하오 계정. 궁중하오는 블로그 형태의 대표적 쯔메이티(개인화 매체)이다. 위챗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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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관영매체 등은 이번 조처를 환영하고 있다. 중국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는 13일 평론을 통해 “인터넷 공간은 치외법권이 아니며, 개인화 매체의 세계는 밀림이 아니다”라며 폐쇄 조처를 옹호했다. <환구망>은 일부 개인화 매체가 조회수를 높이기 위해 거짓 정보, 자극적인 제목, 무단복제, 선정성 강화 등 갖은 수단을 가리지 않았다면서, “이번 조처가 결국 플랫폼 관리를 법치화, 규범화, 제도화의 길로 들어서게 할 것”이라고 낙관했다.
중국어로 ‘쯔메이티(自媒體)’로 불리는 개인화 매체는, 서비스 형태상 블로그와 유사하지만 위챗과 웨이보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보다 밀접하게 연동돼 개념상으로는 소셜미디어에 가깝다. 애초엔 개인이 기부와 광고를 주 수입원으로 삼아 운영했지만, 나중엔 관영매체를 포함한 방송사·신문사 등 기존 매체들과 각종 단체들도 뛰어들었다. 2017년 위챗에서만 개인화 매체 계정 수가 350만개에 이르는 등 가파르게 성장했다. 기존 매체뿐 아닌 개인의 목소리가 쏟아지면서 여론 지형이 다양해졌다는 평가도 나왔다.
개인화 매체의 보도는 에스엔에스를 기반으로 삽시간에 퍼지는 휘발성을 자랑했지만, 사실 확인을 제대로 거치지 않아 문제가 되기도 했다. 지난해 10월 한 매체가 “미국 라스베이거스 총기 사건 이후 텍사스 주민들이 길거리에서 총을 들고다닌다”면서 총을 휴대한 미국인들의 사진을 보도해 화제가 됐지만, 이는 총기 허용론자들의 캠페인 사진을 짜깁기한 것이었다. 지난 3월 독일의 중국 유학생이 사탄 숭배자들로부터 위협을 받는다는 소식이 보도돼 중국 대사관이 조사에 나서는 등 소동이 있었지만 거짓이었다. 지난달 베이징동물원에서 코끼리가 실종됐다며 잡아먹지 말라는 소식도 있었지만 역시 ‘가짜 뉴스’였다.
중국 인터넷 관리 당국이 ‘가짜 뉴스 근절’을 내걸고 개인화 매체 단속을 진행하면서, 각 플랫폼 업체의 매체 계정 개설 및 관리 관련 규제도 강화돼왔다. 텐센트는 지난해 유언비어 배포 등을 이유로 18만개 계정을 폐쇄했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가짜 뉴스 대응을 빌미로 여론 획일화가 진행되고 정치적 검열로 발전할 수도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정치 관련 내용을 다뤄온 개인화 매체가 꾸준히 ‘탄압’받아온 것도 현실이다. 중국공산당이 집권 정당성의 근거로 삼는 역사에 대한 해석도 줄곧 관리 대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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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0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58명이 숨진 총기 난사 사건이 발생한 뒤, 중국의 위챗 기반 개인화 매체가 "텍사스 주민들이 길거리에서 총을 들고다닌다”면서 총을 휴대한 미국인들의 사진을 보도했다. 그러나 이는 2014년, 2016년에 있었던 총기 허용론자들의 캠페인 사진을 짜깁기한 것이었다. 위챗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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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로어가 70만명 규모였던 ‘도널드…’ 계정은 12일 다른 계정을 통해 “자유의 시대에 자신의 심혈이 이렇게 어린애 장난처럼 끝나니 웃지도 울지도 못하겠다”고 소회를 밝혔다. 한 누리꾼은 “비평이 자유롭지 못할 때, 찬미를 하는 것은 덧없지 않은가”라고 씁쓸한 반응을 보였다.
베이징/김외현 특파원
osca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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