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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8.11.20 15:03 수정 : 2018.11.20 15:42

24일 지방선거를 앞둔 대만에서 국민당 소속인 한궈위 가오슝 시장 후보가 지난 17일 유세를 하고 있다. 가오슝/로이터 연합뉴스

민진당 20년 텃밭 가오슝에 국민당 시장 한궈위 후보
젊고 경험많은 상대 후보에 여론조사 3~17%P 앞서
“10년 내 인구 2배” “최고 부자 도시” 등 장밋빛 공약
19일 TV토론에선 KO패…낙선해도 대권 도전 하나

24일 지방선거를 앞둔 대만에서 국민당 소속인 한궈위 가오슝 시장 후보가 지난 17일 유세를 하고 있다. 가오슝/로이터 연합뉴스
2016년 1월 총통선거에서 정권을 내준 뒤 좀처럼 구심점을 찾지 못해왔던 대만 국민당에 오는 24일 지방선거를 앞두고 ‘스타’가 등장했다. 그 주인공인 한궈위(61) 가오슝 시장 후보는 당선 여부와 관계없이 대만 정치에 파란을 불러올 수도 있어보인다.

대만 언론에 나오는 선거 관련 뉴스에선 한궈위의 소식이 빠지는 날이 거의 없다. 1998년 이래 민진당이 20년 동안 시장직을 내리 석권해온 가오슝에서, 한궈위가 국민당 후보임에도 높은 지지율을 보이기 때문이다. 지난 13일까지 발표된 각종 여론조사에서 한궈위는 민진당 소속 천치마이(53) 후보에 3~17%포인트 앞선 것으로 나타났다. 집권 민진당은 애초 의사 출신 재선 의원으로 2005년 임시 시장대리를 맡는 등 젊으면서도 경험이 풍부한 천치마이를 내보내고 무난한 승리를 예상했지만, 졸지에 가슴을 졸이는 처지가 됐다.

한궈위는 1993~2002년 입법위원(국회의원)을 지냈으며, 이후 중허시(현 신베이시 중허구) 부시장, 국민당 정부 시절 농산물도매공사 총경리(사장) 등을 맡은 바 있다. 지난해 국민당 주석 경선에 출마했다가 4위로 낙선한 뒤, 가오슝 시당 위원장을 맡아 이번 시장 선거에 출마했다. 국민당에겐 ‘험지’인 탓에 경쟁도 없었고 지원도 없었다. 한궈위는 단기필마로 나와 “가오슝을 대만 최고의 부자도시로 만들겠다”, “10년 안에 인구를 500만명까지 늘리겠다(현재 277만명)”며 경제가 힘들다는 인식의 표심을 자극한다. 또 “민진당은 젊은이들을 돌아오게 만들지 못했다”며 20년 집권 민진당을 비판한다.

한궈위 열풍을 뜻하는 ‘한류’가 단순히 민진당에 대한 피로감과 반작용으로 국민당이 득세한 것으로 보기는 힘들다는 평가가 나온다. 민진당의 전통적인 표밭인 타이난에서도, 지난 선거에서 뒤집혀 민진당에 내준 타오위안에서도, 국민당 후보들은 여전히 고전하고 있다. 민진당의 차이잉원 총통 정부가 비록 지지율은 높지 않지만, 중국의 거센 압박 속에서도 경제를 안정적으로 관리하고 있다는 외부 평가와도 관련된 것으로 보인다.

오는 24일 대만 지방선거에서 국민당 소속인 한궈위 가오슝 시장선거 후보가 지난 8월 폭우 피해를 입은 주민과 이야기하고 있다. 페이스북 갈무리
오히려 한궈위의 성공은 포퓰리즘이라는 비판을 무릅쓰고 뽐내고 있는 그 자신의 개인기가 주효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지난 8월 가오슝을 비롯한 대만 남부 폭우 때 한궈위가 홀로 우산을 쓴 채 양복 바지를 걷고 침수 현장을 돌아다니며 주민들과 대화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는 이야기가 많이 나온다. 점잖은 학자 출신이나 정·재계 유력 가문의 자제들이 드글드글한 국민당답지 않게 소탈한 모습을 보여준 ‘비전형’(전형적이지 않은) 후보라는 평가다. 머리숱이 없는 한궈위는 23일 저녁 막판 선거운동에서 대머리 500명과 한곳에 함께 모여 가오슝을 ‘밝히는’ 이례적 퍼포먼스를 선보이겠다고 예고하기도 했다.

24일 선거에서는 지방자치단체장과 지방의회 의원들을 선출하고 2020년 도쿄올림픽 참가 명칭, 동성 커플, 원전 등 주요 정책에 대한 국민투표도 같이 실시되지만, 대만 정치권은 한궈위의 당선 여부에 집중한 채 주판알을 튕기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소식통은 “한궈위가 당선되면 민진당은 큰 타격을 입을 것이다. 차이잉원 총통이 겸하고 있는 당 주석 지위가 위태로와지고 총통 연임에도 빨간불이 켜질 수 있다”며 “국민당은 당선 여부와 무관하게 한궈위를 중심으로 재편될 전망이다. 시장에 낙선하면 차기 총통 후보가 될 가능성도 거론된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다만, 한궈위가 19일 티브이 토론에서 상대 민진당 후보 천치마이에게 ‘KO패’를 당했다는 평가가 나오는 등 바닥을 보이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도 제기된다. 토론에서 천치마이가 “어떻게 최고의 부자 도시로 만들겠다는 건가? 구체적인 정책이 없으면 사기꾼들과 다를 게 뭔가”라고 원색적으로 비난하자, 한궈위는 “중·영 쌍어 교육을 추진하고 전세계에 팔을 벌려 가오슝에 상인들이 운집하게 하겠다”고 할뿐 제대로 답하지 못했다.

베이징/김외현 특파원 oscar@hani.co.kr

대만 지방선거를 앞두고 19일 저녁에 진행된 가오슝 시장 후보 토론에서 국민당 한궈위 후보와 민진당 천치마이 후보가 벌인 논쟁을, 한 누리꾼이 요약해 메신저 대화 형태로 재구성했다. 한궈위의 답변이 부실했다는 점을 꼬집고 있다. 자유시보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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