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8.12.05 10:27
수정 : 2018.12.05 12:40
‘가난하다’와 ‘못생겼다’ 합쳐 창조한 글자
‘나(我)’ 성조 붙이기도…“반박할 수 없다”
중국 누리꾼들이 ‘가난하고 못생겼다’는 뜻의 글자를 올해의 한자로 꼽았다. 원래 존재하는 글자가 아닌 ‘창조해낸’ 글자다.
최근 중국 에스엔에스 웨이보에서는 ‘2018년 한자 qiou’라는 해시태그가 큰 관심을 끌고 있다. 게시물에는 한자 형태의 글자가 있지만 실제 쓰이는 글자가 아니다. ‘가난하다’는 뜻인 窮의 중국 간체자(?)와 못생겼다는 뜻인 醜의 간체자(丑)를 합친 글자다. 누리꾼들은 두 글자의 음인 충과 처우를 합쳐 ‘추’(qiou)라는 음도 붙였다. 실제론 없는 글자여서 입력을 할 수 없기에, 에스엔에스에서는 알파벳을 이용한 중국어 표기법(qiou)과 그림파일만 올라온다.
말 그대로 ‘가난하고 못생겼다’는 뜻인 이 글자에서 누리꾼들은 맨 아래 흙(土) 모양을 강조해, ‘흙을 파먹을 정도로 가난하다’는 뜻까지 부여한다. 여기에 ‘가난하고 못생긴 건 나’라는 뜻에서 나를 뜻하는 我와 같은 3성으로 읽어야 한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아예 我와 같은 음으로 읽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이들도 있다.
이 글자는 고공행진하는 부동산 가격과 외모지상주의에 좌절한 중국 젊은층의 심리를 대변한다는 평가가 나온다. 시대 풍자와 자기비하가 섞여있는 셈이다. 누리꾼들은 “우리 시대에 적합한 글자다” “사전을 찾아보지 않아도 무슨 뜻인지 알겠다” “좀 심하지만 반박할 수가 없다”는 등의 반응을 내놓고 있다. “빵 터졌는데 속으로는 눈물이 난다”는 반응도 있다.
한자에는 각 글자의 뜻을 모아 새로운 글자를 만드는 ‘회의’를 통해 만들어진 글자가 많다. 나무가 많다는 뜻인 林, 森이나, 해가 나무에 걸린 모양인 東 등이 해당된다. 현대 중국에서는 카드를 뜻하는 ?처럼 기존 글자에 새로운 뜻을 부여하기도 한다.
누리꾼들은 qiou자에 주목하고 있지만, 해마다 12월 중국 국가언어자원검측연구센터 등이 공식 발표하는 ‘올해의 한자’는 아직 발표되지 않았다. 지난해에는 공유경제를 뜻하는 享과 인공지능을 뜻하는 智가 선정됐다.
베이징/김외현 특파원
osca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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