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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하이 푸둥 개발을 이끈 개혁개방의 주역인 자오치정 중국 전 정협 외사위 주임이 14일 성균관대 성균중국연구소에서 한겨레와 인터뷰하고 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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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개혁·개방 상징 자오치정 단독 인터뷰
상하이 신구 개발 맡아 푸둥개발 이끈 주역
“성과는 전면적 개혁, 과제 빈부격차
국진민퇴 논란 있지만 정부 뜻 아냐
미-중 신냉전은 일어날 우려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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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하이 푸둥 개발을 이끈 개혁개방의 주역인 자오치정 중국 전 정협 외사위 주임이 14일 성균관대 성균중국연구소에서 한겨레와 인터뷰하고 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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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이 문화대혁명(문혁)을 끝내고 개혁개방으로 들어선 1978년, 자오치정은 38살의 핵물리학자였다. 문혁으로 대학이 10년간 문을 닫아 인재가 없는 상황에서 중국공산당 지도부는 자오 같은 기술분야 인재들을 발탁해 경제를 맡겼다. 자오치정은 상하이시 부시장, 푸둥신구 관리위원회의 초대 주임을 맡아 걸핏하면 홍수가 나던 빈곤 지역이던 상하이의 황푸강 동쪽 지역을 중국 경제·금융의 중심인 푸둥신구로 바꿔놓았다. 그는 중국 개혁개방을 상징하는 인물이 되었다. 그는 1998년부터 2005년까지 정부 대변인에 해당하는 국무원 신문판공실 주임으로 일했고, 이후 정협 대변인을 거쳐 현재 인민대학 신문학원 원장(학장)을 맡고 있다.
성균관대 성균중국연구소의 초청으로 방한한 자오치정을 지난 14일 만나 중국 개혁개방의 과거와 현재, 미래에 대해 질문을 던졌다.
-개혁개방을 시작할 때 가장 어려웠던 문제는?
“사람과 관련해 두가지 문제가 있었다. 문혁이 끝난 뒤여서 우리는 무역, 무역 관련 법률, 설계 등 분야에서 국제 수준의 전문가가 없었다. 우리는 많은 외국 전문가들을 초청해 중국 전문가들과 함께 일하게 했고, 세심하게 외국의 지식을 흡수하면서 우리 전문가들을 길러냈다. 두번째는 농민들이 대규모로 한꺼번에 도시민이 되는 문제였다. 역사상 도시화는 몇 세대가 걸리는 과정이었지만, 중국에선 10~20년 안에 수많은 농민들이 도시민이 되었다. 도시민들에게 새로운 일자리를 주고, 직업 훈련을 시키고, 토지를 잃으면 보상금을 줘야 했다. 이 두가지 문제 해결에 많은 노력이 필요했다.”
-개혁개방의 최대 성과와 미완의 과제는?
“최대의 성과는 중국이 전면적인 개혁을 해낸 것이다. 덩샤오핑은 개혁은 제2의 혁명이라고 했다. 사람들의 관념과 사상에 큰 진보가 있었다. 계획경제에서 시장 경제로 전환하는 데는 큰 힘이 들었다. 한국인들은 시장경제로 전환하는 게 왜 그렇게 어려운지 이해하지 못할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계획 경제에 너무 익숙했다. 공장장들은 자신의 생각 없이 지시 받은 대로만 하면 됐다. 개혁개방은 험난한 과정이었다. 개혁개방이 막 시작되었을 때는 시장경제라는 말을 쓰지 않았고, 1982년 12차 당대회에서 계획경제가 중심이 되고 시장이 보완한다고 했고, 1987년 13차 당대회에서 공유제를 기초로 다종소유제(국유·집체·민영기업 등을 인정)를 발전시킨다는 개념이 나왔고, 1992년 14차 당대회에서 비로소 사회주의 시장경제 건설이 공식화됐다. 그 결과 전반적으로 사람들의 생활이 개선되었고, 특히 빈곤문제가 해결되었다. 개혁개방을 시작할 때 중국 인구 10억명 가운데 7억7천만명이 유엔이 기준으로 삼은 빈곤선 이하에서 생활하고 있었다. 지금은 14억 인구중 빈곤 인구는 3천만명이다. 빈부격차는 있지만, 최빈곤층은 거의 사라졌다. 아쉬운 점은 부패와 환경오염, 빈부격차다.”
-미-중 무역 갈등이 심각해지면서 미-중 신냉전을 우려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 신냉전이 일어날 것으로 보는가?
“미-중 신냉전은 발생하지 않을 것으로 본다. 미국과 중국 내부에 신냉전에 대한 요구가 없기 때문이다. 냉전이 자국에 끼치는 손해가 상대방에 끼치는 손해보다 더 클 수 있기 때문에 냉전이 일어날 요구도 동력도 없다. 미국이나 유럽 언론들이 미-중 사이에 냉전이 일어날 거라고 하는데, 나는 그렇지 않을 것이라고 답한다. 우리는 그렇게 어리석지 않다. 과거 냉전 시기에 미국과 러시아 사이에는 기본적으로 무역이 없었고 문화적 교류도 없었다. 하지만 미국과 중국은 그렇지 않다. 두 나라 모두 각자 이익을 고려하기 때문에, 무역 마찰도 해결할 수 있다. 만약 미-중 무역 마찰이 계속된다면 미국도 손해를 느낄 것이다.”
-미국은 특히 중국의 첨단기술 개발을 우려한다. 중국은 미국의 견제에 어떻게 대비할 것인가? 중국의 목표는 첨단기술 자력갱생인가?
“미국이 중국의 기술 발전을 견제하는 것은 새로운 현상이 아니며, 계속 그래왔다.미국은 한국에도 최첨단 기술은 주지 않는다.그러나 중국이 빠르게 추격할 가능성을 우려하기 때문에 중국에 대해서는 특히 엄격하다. 중국은 과학을 전공하는 대학 졸업생이 매년 700만여명씩 배출된다.그래서 미국은 중국의 기술에 대해 경계한다. 미국이 계속 중국을 견제했던 두가지 기술이 있다.하나는 핵이다.미국은 핵발전소를 절대로 중국에 판매하지 않으려 했다. 그런데 프랑스, 러시아 기업이 중국에 판매하자, 미국은 뒤늦게 최첨단 원자로를 팔겠다고 나섰다. 하지만 이제 중국은 온전히 스스로의 기술로 원자로를 설계할 수 있다.두번째는 우주항공기술이다.미국은 국제우주항공회의에 중국 전문가들이 참여하지 못하게 막았다. 우리는 어떤 우주항공기술도 훔치지 않았지만, 미국과 러시아 다음 수준으로 발전했다. 미국은 그들의 견제로 인해 우리의 기술 개발 속도가 느려질 수는 있지만 우리를 막지는 못한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첨단 기술 자력갱생은 가능하긴 하지만, 그렇게 하면 외국과 교류하지 않음으로써 대가가 커진다. 중국이 핵무기를 개발할 때는 어느 나라도 도와주지 않아 자력갱생의 방법으로 할 수밖에 없었지만, 이제 우리는 외국과의 교류를 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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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4년 1월 상하이를 방문한 부시 전 미국 대통령(오른쪽에서 두번째)에게 푸둥신구 개발에 대해 설명하는 자오치정(왼쪽에서 두번째) 당시 푸둥신구 관리위원회 주임. 자오치정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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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중국에선 국진민퇴(국유기업은 발전하고 민영기업은 쇠퇴한다) 논쟁이 벌어지고 민영기업들의 우려가 커졌다. 중국이 개혁개방을 되돌려 민영기업을 포기할 가능성이 있나?
“중국공산당은 14차 당대회에서 (국유기업과 민영기업을 모두 인정하는) 다종소유제를 발전시키기로 결의했다. 정부의 지시만 있다면 시장경제가 발전하기 어렵다. 중국은 헌법에서건 정책에서건 민영경제의 발전을 희망한다.오늘날 민영기업은 납세, 자본, GDP 기여도 모두 중국 경제의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 발전소,철도 등 국가경제와 국민생활의 핵심 기능을 담당하는 부분은 국유기업이 전담하게 했지만,최근에는 이 분야 일부도 민영기업에 개방하기 시작했다.올해 국진민퇴 이야기가 나오는 것은 일부 민영기업,특히 소규모 민영기업들의 상황이 어렵기 때문이다.은행들이 대부분 국유은행이라서 국유기업 대출은 쉽게 해주면서도, 민영기업을 신뢰하지 않고 대출을 잘 해주지 않는다. 또다른 원인은 일부 사람들이 그런 주장을 하는 글을 썼기 때문이다.하지만 그런 주장들은 정부의 뜻을 대표하는 것이 아니고,일부 싱크탱크나 개인의 관점을 대표할 뿐이다. 민영기업들이 도태하게 될 것이라는 주장은 근거 없는 주장이다.중국 정부도 절대로 개혁개방을 후퇴시키지 않을 것이다.중국이 올해 연 수입박람회에는 40만명이 와서 거래를 했다.”
-중국 개혁개방을 이끈 지도자로서 북한의 개혁개방 가능성을 어떻게 생각하는가?
“북한의 관리들을 만난다면 우리의 경험을 이야기할 것이다. 개혁은 해야만 하고, 개혁이 스스로를 부정하는 것이 아니며, 시대에 따라 변해야 한다. 나는 북한이 개혁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우리는 북한이 개혁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그들은 위협을 느끼고 안보를 걱정했기 때문에 핵폭탄을 만들었다.그런
위협이 없어진다면, 상황이 조금 완화된다면 그들은 개혁으로 나아갈 수 있을 것이다. 북한이 변화하고 있음은 분명하다. 그들은 경제를 발전시키겠다고 했고 이것은 좋은 신호다.그들이 중국의 경험을 그대로 배우지는 않을 것이고 스스로의 개혁 사상을 만들 것이다. 새뮤얼 헌팅턴은 1960년대 인구, 면적, 지디피가 (아프리카의) 가나와 거의 비슷했던 한국이 1990년대에는 10대 경제대국이 된 데에는 교육, 저축을 중시하고 조직력을 가진 한국인들의 우수한 문화 전통이 원인이라고 했었다. 북한은 한국과 형제로서 같은 조건을 가지고 있다.”
박민희 기자
minggu@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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