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9.01.21 07:59
수정 : 2019.01.21 2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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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중앙텔레비전>(CCTV)이 17일 런정페이 화웨이 회장의 인터뷰를 방송하고 있다. CCTV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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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원에 보낸 메일 “앞으로 낙관적이지 않다”
“일부 직원 포기해 원가 줄여야” 구조조정 시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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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중앙텔레비전>(CCTV)이 17일 런정페이 화웨이 회장의 인터뷰를 방송하고 있다. CCTV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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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업자의 딸이 캐나다에서 체포되는 등 미-중 무역 갈등의 최전선에 서있는 세계 최대 통신장비 업체 중국 화웨이가 고용 축소를 시사하며 자사 직원들에게 “힘든 시절을 준비하라”는 지침을 내려보냈다.
런정페이 화웨이 회장은 18일 직원들에게 보낸 메일에서 “앞으로 몇 년 동안 모든 형세가 생각했던 것처럼 낙관적이지 않다”며 “화웨이는 힘든 시절을 보낼 준비를 해야 하며, 경제 형세를 정확하게 계산해야 한다”고 말했다. 런 회장은 화웨이가 가격·기술 경쟁력을 확보한 것으로 평가받는 차세대(5G) 이동통신 기술에 대해서도 “5G가 4G만큼 순조롭게 성장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비관적 견해를 보였다.
런 회장은 또 “이런 상황에서 화웨이가 어떻게 18만 직원을 먹여살리는가? 해마다 월급, 성과급, 주식배당으로 300억달러가 나간다”며 “양식을 그렇게 많이 생산하는 게 아니라면, 어떻게 나눌 수 있겠는가”라고 했다. 그는 또 모든 직종에 효율성 증대를 주문하면서 “일부 업무는 줄이거나 포기하고 (다른 곳에) 집중해야 한다. 일부 평범한 직원들을 포기해서 인력 원가를 줄여야 한다”고 말했다.
런 회장이 인적 구조조정까지 시사하면서 위기를 준비하라고 지시한 것은, 바로 전날 관영 <중국중앙텔레비전>(CCTV)에 나와 “(우리 제품을) 사지 않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라며 의기양양한 모습을 보인 것과 대조적이다. 그는 방송에서 “제품을 일단 잘 만들어 놓으면 사람들이 사지 않을 리가 없어 걱정할 필요가 없다. 나는 줄곧 이 문제로 걱정하지 않았다”고 했다. 미국을 중심으로 불매 움직임이 가시화됐지만 걱정하지 않는다는 주장이었다.
런 회장의 발언은 미-중 무역 갈등이 접점을 찾지 못하던 지난해 11월16일 간부 토론회에서 한 연설로, 두 달이 지나 전 직원에게 공개됐다. 화웨이의 통신 장비는 정보 유출 등 안보 문제를 이유로 미국으로부터 수입 금지 조처 등 견제를 받아왔다. 12월1일 런 회장의 딸인 멍완저우 최고재무책임자(CFO)가 미국의 요청으로 체포된 뒤로는 화웨이가 미-중 갈등의 전면에 노출돼있는 모양새다.
베이징/김외현 특파원
osca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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