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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9.01.24 16:11 수정 : 2019.01.24 21:54

중국 민주화 주장해온 양헝쥔
폭넓은 ‘간첩’ 혐의 적용 가능성
화웨이 CFO 체포 연관일 수도

중국 출신의 오스트레일리아 이민 작가로 중국의 민주화를 주장해온 양헝쥔(53·사진)이 중국을 방문했다가 현지에서 억류됐다.

오스트레일리아 외교통상부는 24일 성명을 내어, 중국 당국이 베이징의 오스트레일리아 대사관 쪽에 양헝쥔의 억류 사실을 통보해왔다고 밝혔다. 지난 19일 광둥성 광저우에 도착한 뒤 연락이 두절된 양헝쥔의 실종 사실은, 전날 그의 지인들이 오스트레일리아 정부에 도움을 요청하면서 알려지기 시작했다. 성명은 “베이징의 우리 대사관이 중국 당국을 만나 영사 접근을 요구할 것”이라며 “이 문제가 투명하고 공정하게 다뤄지도록 지속적으로 중국과 접촉하겠다”고 말했다.

양헝쥔의 정확한 구금 사유는 알려지지 않고 있다. 중국 외교부 출신 작가라는 독특한 이력의 양헝쥔은 중국 정치 문제를 다루는 블로그를 운영하면서 민주화와 개혁의 필요성을 강조해왔다. 2008년 베이징올림픽 성화 봉송 때 중국 유학생들이 오스트레일리아에서 ‘보호’ 시위를 벌이자, 중국의 내정 간섭이라고 주장해 눈길을 끌었다. 최근 들어선 두드러진 반체제 성향을 보이지 않았다는 게 중론이지만, 비교적 폭넓게 적용되는 간첩 혐의를 받아 구금됐을 수 있어보인다.

2000년 오스트레일리아 국적을 취득한 양헝쥔은, 최근 2년 동안 미국 뉴욕 컬럼비아대 방문학자로 있던 중 본인 및 가족의 비자 문제 해결을 위해 중국을 잠시 방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주변에서는 위험할 수 있다며 만류했지만, 가족과 함께 광저우를 거쳐 상하이로 가려던 중 광저우 공항에서 억류됐다. 부인과 함께 12시간 동안 조사를 받은 뒤 부인은 풀려났다.

일각에서는 양헝쥔의 구금이 지난달 미국의 요청으로 캐나다에서 체포된 멍완저우 화웨이 최고재무책임자(CFO) 사건과 관련된 것으로 보기도 한다. 중국이 전직 외교관 마이클 코브릭과 사업가 마이클 스페이버 등 캐나다인 2명을 억류하면서 보복성 논란이 제기된 가운데, 오스트레일리아 정부는 최근 이와 관련해 우려를 밝히기도 했다.

양헝쥔의 억류는 지난해부터 악화일로를 걸어온 양국 관계에 상당한 부담이 될 가능성이 크다. 지난해 중국이 오스트레일리아 정·재계에 로비를 벌이고 있다는 의혹이 이어진 뒤, 오스트레일리아는 사실상 중국을 겨냥해 ‘내정 간섭 금지법’을 도입한 바 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 모닝 포스트>는 나아가 중국과 서구권의 관계도 악화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베이징/김외현 특파원 osca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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