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9.03.08 17:57
수정 : 2019.03.08 2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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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 전경. <한겨레>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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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죄 용의자 넘겨줄 수 있도록 하는 내용 뼈대 입법 추진
“중국 사법제도 못 믿어…정치적 악용 가능성 높다”
홍콩 주재 외국 기업인 등 집단 반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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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 전경. <한겨레>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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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 당국이 범죄 용의자를 중국 본토로 넘겨줄 수 있도록 하는 입법이 추진되자 현지에 진출한 외국 기업 등이 반발하고 있다고 <월스트리트 저널>이 7일 보도했다. 정치적 악용 우려 탓이다.
이 신문은 홍콩 당국의 설명을 종합해 “현행 법체계는 중국을 비롯해 홍콩과 범죄인 인도 협정을 맺지 않은 국가의 사법당국에 범죄 용의자의 신병을 넘겨줄 수 없는 법적 허점이 있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입법을 추진하고 있다”고 전했다.
실제 지난해 홍콩 출신 남성이 대만에서 여자친구를 살해하고 홍콩으로 도주했지만 관련 법령 미비로 용의자를 대만에 넘겨주지 못하면서 논란이 불거진 바 있다. 당시 홍콩 당국은 “용의자를 인도할 법적 권한이 없다”고 밝혔다.
홍콩에 진출한 외국계 기업들은 “중국 당국이 관련 법규를 정치적으로 악용할 수 있다”며 집단 반발하고 나섰다. 정치적 사건 연루자의 다른 범죄 혐의를 들어 인도를 요청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최근 홍콩에서 외국인을 겨냥한 ‘표현의 자유’ 침해 사건이 심심찮게 벌어지는 것도 이런 우려를 키우고 있다. 홍콩 당국은 지난해 10월 중국 본토에서 홍콩을 독립시켜야 한다고 주장하는 시민활동가 초청 행사를 주관한 영국 언론인의 비자 연장을 거부하는 방식으로 사실상 추방한 바 있다.
현지 미국상공회의소는 홍콩 공안당국에 서한을 보내 “중국 사법제도에 대해 깊이 우려하고 있다. 관련 법이 통과돼 홍콩에 거주하거나 홍콩 공항에서 환승하는 외국 기업인들이 체포돼 중국으로 송환될 가능성이 조금이라도 높아진다면 세계적 무역·금융의 중심지라는 홍콩의 명성에 치명타가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홍콩 변호사협회도 4일 성명을 내어 “홍콩 반환 20년이 지나도록 중국 본토와 범죄인 인도 협정을 체결하지 않은 것은 단순한 행정 착오나 실수가 아니다. 그만큼 중국 본토의 사법제도에 대한 불신이 깊다는 증거”라고 강조했다. 1997년 영국이 중국에 반환한 홍콩은 특별행정구로서 2047년까지 사법 자율권이 보장된 상태다.
베이징/정인환 특파원
inhw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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