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9.04.23 17:33
수정 : 2019.04.23 2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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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23일 관함식에서 해군 의장대를 사열하고 있다. 칭다오/로이터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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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북해 함대 사령부 있는 칭다오 앞바다서 해상사열
항공모함 랴오닝호 앞세워 항모전단 구축 위용
최신예 함정·항공기 등장…한·일 등 13개국 18척 참여
중국과 대립 중인 미국은 함선 파견 안 해
시 주석, “해상 공통위험 공동 대처·협력” 강조
중 매체, “근해에서 미 ’힘 자랑’ 말아야” 꼬집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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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23일 관함식에서 해군 의장대를 사열하고 있다. 칭다오/로이터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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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인민해방군 해군 창설 70돌을 맞아 23일 오후 산둥성 칭다오 앞바다에서 열린 국제관함식은 달라진 중국 해군의 위상을 여실히 보여줬다. 중국의 첫 항공모함 랴오닝과 구축함·잠수함·항모비행단 등이 항모전단을 이룬 장면은 중국의 ‘강군몽’이 실현되고 있음을 세계에 알렸다.
행사는 시진핑 국가주석이 북해함대 사령부가 있는 칭다오항에서 해군 의장대를 사열하면서 시작됐다. 관영 <신화통신>은 “오후 2시30분께 예정 해역에 도착한 시 주석이 사열대에서 행사의 시작을 알렸다”고 전했다. 지난해 4월 남중국해 해상 열병식 때 군복을 입은 시 주석은 이번에는 인민복 차림이었다. 시 주석은 이어 이지스 구축함 시닝에 올라 해상 사열을 했다. 함선 48척, 항공기 76대, 병력 1만여명이 투입된 1년 전과 달리 이번엔 함정 32척, 항공기 39대가 투입돼 규모는 줄었다. 하지만 랴오닝이 처음 외국 함정들 앞에 모습을 드러내고, 아직 명명식도 하지 않은 최신예 잠수함과 구축함이 대거 등장해 ‘위력’은 훨씬 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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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해군 창군 70년을 기념하기 위해 23일 칭다오 앞바다에서 열린 국제관함식에 참여한 중국의 최신 구축함 구이양. 칭다오/신화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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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함식 선두에 등장한 것은 8척으로 구성된 잠수함 편대였다. 중국이 자랑하는 핵추진 잠수함 ‘창청 10호’(094형)가 오성홍기를 휘날리며 나아갔다. 창청 10호는 사정거리 8000㎞로 서태평양에서 미국 본토 타격이 가능한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을 12발 탑재한 것으로 알려졌다.
핵추진 잠수함과 함께 항모 랴오닝이 눈길을 끌었다. 소련 붕괴로 건조가 중단된 항모를 사들여 2012년 실전배치한 랴오닝은 최근 대대적 보강·수리를 거친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의 첫 ‘순수’ 국산 항모 ‘001A형’은 ‘전투 태세 미비’를 이유로 등장하지 않았다. 랴오닝을 모델 삼아 건조된 ‘001A형’은 지난해 5월 첫 항해 이후 5차례 시험 운항에 나섰다. 랴오닝은 26대, ‘001A형’은 32대까지 함재기를 탑재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새 항모는 건국 70돌을 맞는 10월에 첫선을 보일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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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국제관함식에 등장한 중국의 핵추진 잠수함 094형. 칭다오/신화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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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 최대인 유도미사일 구축함 ‘난창’(055형)도 위용을 드러냈다. 1만2천t의 배수량을 자랑하는 이 항모 방어용 구축함은 ‘대양 해군’을 위한 항모전단 구성의 핵심 축이다. 하늘에선 전략폭격기 훙-6K을 비롯해 조기경보기·정찰기·대잠초계기·함재전투기 등 역시 항모전단을 구성하는 항공기들이 위용을 과시했다.
서태평양과 남중국해에서 미국의 제해권에 도전하는 중국은 ‘대양 해군’ 양성에 골몰하고 있다. 특히 시 주석의 역점 사업인 일대일로(육·해상 실크로드) 구상의 한 축인 ‘해상 실크로드’를 확립하려면 자국 전력을 영토 밖 먼 곳까지 투사할 수 있는 항모전단 육성이 필수적이다. 랴오닝호는 2016년 12월 처음으로 서태평양에 진출해 중국의 이런 의도를 드러냈다. 중국은 항모 6척을 보유하는 것을 목표로 삼은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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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해군이 자랑하는 1만t급 최신예 구축함 난창. 난창도 23일 국제관함식에서 처음 위용을 드러냈다. 칭다오/신화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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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 3시께부터는 한국·일본·러시아·인도 등 13개국에서 보낸 함정 18척이 사열을 이어갔다. 한국의 신형 호위함 경기함과 욱일승천기를 펄럭이며 항해하는 일본 해상자위대의 스즈쓰키함도 눈에 띄었다. 시 주석은 행사에 앞서 “모든 국가가 서로 존중하고, 평등하게 상대를 대하며, 해상에서 발생하는 공통의 위협에 맞서 협력하고, 해상의 평화와 안정을 유지하기 위해 노력하자”고 강조했다. 중국의 해양 진출을 경계하는 미국은 대사관 무관만 파견하고 함정은 보내지 않았다.
관영 <환구시보>는 이날 사설에서 “일부 서방 언론이 이번 관함식을 ‘중국의 힘자랑’이라고 주장했지만, 이는 중국의 힘이 계속 커지는 것을 서방이 원치 않기 때문”이라며, 미국을 겨냥해 “중국 근해에 와서 힘자랑하지 말고 자제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베이징/정인환 특파원
inhw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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