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판] 뉴스분석왜
70돌 관함식 계기 중국 해군력 주목
대만해협위기 거치며 확충에 박차
항공모함 등 갖춘 대양해군 성장
미 “앞으로 격차 더 줄어들 것” 경계
‘무리한 경쟁 패배한 소련과 유사’
서방 분석에 중국 내부서 반박 나와
“민간 조선산업 다 망하고 예산으로
군수산업 지탱하는 미국이 더 비슷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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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3일 중국 산둥성 칭다오에서 열린 중국인민해방군 창설 70돌 기념 국제관함식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구축함인 시닝함에 오르기 전 해군 의장대를 사열하고 있다. 칭다오/로이터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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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이스”(시작)
지난달 23일 오후 중국 산둥성 칭다오 앞바다, 중국판 이지스 구축함인 시닝함에 오른 시진핑 중국국가 주석의 시작명령을 신호로 중국인민해방군 창설 70돌 기념 국제관함식이 진행됐다. 중국이 자랑하는 핵추진 잠수함 ‘창청 10호’ 등 8척의 잠수함 편대를 선두로 항공모함 랴오닝함과 아시아 최대 구축함으로 불리는 055형 최신예 이지스 구축함 등이 모습을 드러냈다.
중국의 관함식은 지금까지 모두 6번 거행됐다. 1957년 8월 칭다오 해군기지에서 열린 중국의 첫 관함식에서 저우언라이 중국 총리가 올랐던 기함은 목제함선이었다. 그리고 반세기 뒤 중국해군은 항모전단을 갖춘 ‘근육질’의 강군으로 거듭났다. 이번 관함식은 세계가 중국의 해군력을 또다시 주목하는 계기가 됐다.
미국 추격하는 중국의 해군력
해군과 관련해 중국은 아편전쟁과 청일전쟁 북양함대의 패전 등 아픈 역사가 있다. 최근 중국에 해군력의 중요성을 다시 한 번 뼈저리게 느끼게 한 것은 1990년대 중반 3차 대만해협위기다. 1995년 대만 독립주의자 리덩후이 총통과 갈등을 빚던 중국은 대만총통선거를 앞두고 대만 해역 인근에 둥펑-15 미사일을 발사하는 등 긴장을 고조시켰다. 이에 미국은 인디펜던스호와 니미츠호 항공모함 등 대규모 항모전단을 긴급 파견했고, 중국은 미국의 막강한 해군력 앞에서 아무 대응도 할 수 없었다. 그 뒤 중국은 이지스함을 비롯해 여러 종류의 신형 자국산 전함을 계속 건조하며 해군력 확충에 박차를 가했다. 그리고 이제 중국은 이지스함은 물론 항공모함 전단과 핵잠수함, 1만t 규모의 신예 구축함을 갖춘 대양해군으로 거듭났다.
대양해군의 핵심은 항공모함전단이다. 중국은 해상공원을 만든다는 명분으로 1998년 우크라이나로부터 고철 매물로 나온 구소련의 항공모함을 사들여 오랫동안 개조작업 벌였다. 그리고 2011년 중국 첫 항모 랴오닝함을 진수시켰다. 그 뒤 랴오닝함을 복제한 최초의 중국산 항모 산둥함을 만들어 지난해부터 시험운항을 하고 있다. 2017년부터는 상하이 장난 조선소에서 제3항모를 건조 중이다. 중국은 오는 2030년까지 스텔스기를 탑재한 핵추진 항공모함 등 6척의 항공모함을 보유할 계획이다. 아직 11개 항모전단을 지닌 미국과는 격차가 있는 것이 사실이지만 중국해군이 머지않아 서태평양에서 미 해군에 도전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미국은 10년 전 관함식과 달리 이번 관함식에 함정을 보내지 않았다. 미국은 10년 전인 60돌 행사 때는 이지스함을 파견했었다. 이를 두고 전략적 경쟁자로 부상한 중국에 대한 불편한 감정을 내보인 것이라는 해석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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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첫 항모 랴오닝함의 모습. 로이터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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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산업과 해군력의 관계
중국은 과연 미국 해군력에 도전할 수 있을까. 서방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미-중 해군력 대결을 두고 중국이 미국과 무리한 군비경쟁을 벌이다 무너진 구소련의 ‘붉은 함대(소련 해군의 별칭)’의 전철을 밟을 수도 있다는 시각이 많다.
지난달 25일 중국 주요 매체 <관찰자망>에는 이런 시각에 대한 중국의 속내를 보여주는 기사가 실렸다. <관찰자망>은 이 기사에서 “미 해군이라면 대항모전단을 가진 냉전의 승리자를 떠올리지만 공업화 시대가 지난 미국은 이제 완전한 해군 군수산업 사슬을 갖추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또 “현재 미국 해군의 전력은 중국과 큰 격차가 있지만, 중국보다 오히려 미국이 30년 전 구소련의 붉은 해군에 더 가까울 수 있다”고 꼬집었다. 1980년대 구소련 해군은 미국의 해상 경쟁자로서 강력한 항공모함과 전함, 핵잠수함 등을 보유했다. 하지만 미국과의 냉전대결 속에서 민간산업과 연계가 떨어지는 군수산업에 대한 과도한 예산투입으로 구소련 체제와 함께 몰락했다. 이런 측면에서 보면 1980년대 소련 해군의 상황과 더 흡사한 쪽은 중국이 아닌 미국이라는 것이다.
미국 조선업의 위기는 미국 정부의 자체 보고서에서도 확인된다. 미국 국방성은 지난해 9월 ‘미국 제조업 및 방위산업기지와 미국 공급망 복원력에 대한 평가와 강화’란 제목의 보고서를 냈다. 트럼프 미 대통령의 요구로 작성된 이 보고서는 “현재 제조업 위축으로 미국 군수산업의 자급률에 문제가 있다”고 인정했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2000년 이래로 미국 조선업 전체에서 2만명 이상의 실직자가 발생했다. 민간 조선업의 위축은 군수산업에도 영향을 미친다. 생산설비가 노화되고, 선박의 부품 공급·수리와 제조인력 공급 등에도 영향을 미쳐 비용 상승, 일정 지연, 품질 저하 등의 문제를 낳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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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국방성이 지난해 9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요청으로 작성한 ‘미국 제조업 및 방위산업기지와 공급체인 복원력에 대한 평가와 강화’ 보고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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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군사용 조선업은 2018년 현재 여전히 세계 1위지만, 상업용 조선업 점유율은 세계시장의 1% 내외로 중국(32%)의 약 1/30에 불과하다. 구소련이 그랬듯 미국 조선업체들은 자신을 발전시킬 재투자를 하기 어렵다. 민간 조선산업의 경쟁력 상실로 미국은 조선업 자체를 유지하기 위해 해마다 막대한 재정을 투입해야 한다. 미 해군연구소(USNI)는 미 의회예산처(CBO)가 2017년 펴낸 보고서를 근거로 270여 척인 해군 함정 수를 향후 30년 동안 트럼프가 공약한 355척으로 확대·유지하려면 해마다 1020억 달러의 예산을 투입해야 한다고 예측한 바 있다.
반면 중국 해군의 성장은 급성장한 중국 조선산업에 힘입고 있다. 중국의 조선산업은 2012∼2017년 수주량에서 세계 1위를 차지했다. 중국은 항모 외에 052D형 이지스 구축함을 13척 건조하고 056형 호위함, 039A형 잠수함 등을 찍어내듯 대량생산해 함대의 주력으로 삼았다. 군사기술이 세계 최대 수준의 민간 조선산업과 선순환하며 착실하게 발전하고 있는 모양새다.
영국 국제전략문제연구소(IISS) 자료를 보면 첫 국산항공모함을 물에 띄운 2015~2017년 중국의 군함 생산량은 37만4200t으로 미국의 18만1300t에 크게 앞섰다.
2014~2018년 사이 중국이 생산한 배는 67만8000t으로 현재 인도와 프랑스 해군이 보유한 함선의 총 t수 보다 크다. 미국의 보수성향 싱크탱크 국제전략연구소(CSIS)는 “2018년 현재 중국해군은 300척 이상의 전함으로 구성돼 있어 수적으로만 보면 미 해군 287척보다 더 큰 규모”라고 밝혔다.
군비경쟁으로 타격?
미국과의 지나친 군비경쟁이 소련처럼 중국에도 타격을 미칠 수 있지 않을까. 이에 대해 중국은 자신들은 구소련처럼 미국과 무리한 군비경쟁을 벌일 필요가 없으며, 자신들이 지켜야 할 바다에서의 ‘핵심이익선’(국가안보, 영토 및 주권보호를 위한 선. 황해와 동중국해, 남중국해 등과 석유수송로를 지칭)만 지키면 된다는 견해다. 소련과는 달리 중국의 군사지출은 고도 성장 중인 중국 경제로서는 관리 가능한 비율이라는 것이다. 스톡홀름
국제평화연구소(SIPRI) 자료를 보면 2017 중국의 국방예산은
2280억 달러로, 미국의 6100억 달러에 이어 2위를 차지했다.
중국의 이런 군사력 확충에 대한 미국의 경계심은 크다. 미 안보전문 매체 <내셔널 인터레스트>는 “1990년대 초까지 중국 해군은 미군에 도전할 능력이 없는 연안 방어군에 불과했지만 지난 30년 동안 유례없이 빠르게 발전했다”고 지난 15일 지적했다. 이 매체는 “이미 지구 위에서 두 번째로 강력한 해군인 중국 해군은 앞으로 10년 안에 미 해군과의 격차를 현저하게 줄일 것”이라며 “2030년이 되면 일본부터 괌과 팔라우를 지나 인도네시아를 잇는 황해(서해)와 동중국해, 남중국해 등 중국의 앞마당에서 주도적인 해군력을 행사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닉 차일즈 영국 국제전략문제연구소(IISS) 연구원은 연구소 누리집에 실은 기고문에서 “중국의 조선소 수는 인상적이지만 이를 해군전투력으로 변환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라면서도 “중국 해군은 미국보다 아직 고급기술력은 부족하지만, 지역에서의 힘의 균형을 변화시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박영률 기자 ylpak@hani.co.kr
군수 조선산업 집중된 불균형, 결국 부담으로
‘붉은 함대’와 러시아 해군의 현재
“중국 해군보다 오히려 오늘의 미국(해군)이 1980년대 구소련 붉은 함대와 더욱 흡사하다.…미 군수 조선산업의 메카인 잉걸스 조선소는 미국의 우랄바곤자보드(구소련의 세계최대 전차공장이었으나 경영위기에 빠짐)이며, 미국이 자랑하는 포드급 항공모함은 한때 세계 최강을 자부했던 T-80 전차다.”
지난달 25일 중국 주요매체 <관찰자망>은 세계 최강 미국 해군의 미래를 전망하며 ‘붉은 함대(구소련 해군의 별칭)’를 인용했다. 민·군 불균형의 상태가 유사하다는 것이다.
붉은 함대는 어떻게 쇠락의 길을 걸었을까. 구소련은 1970년대부터 대양해군 건설에 본격적으로 나섰다. 키예프급·쿠즈네초프급 항공모함 등을 취역시켰고, 울리야놉스크급 초대형 핵추진 항공모함 건조에도 착수했다. 그러나 미국과의 과도한 군비경쟁은 소련 체제붕괴의 한 원인이 됐다.
체제붕괴와 함께 소련의 해군력 건설은 중지됐다. 민간산업이 뒷받침하지 않고 재정으로 버티던 과도한 군수 조선산업은 체제붕괴 후 부담으로 다가왔다. 러시아 해군은 구소련으로부터 키예프·쿠즈네초프급 항공모함과 각종 구축·순양함, 아쿨라급 탄도미사일 잠수함을 비롯한 200여대의 잠수함 등 강력한 현대적 함대를 상속받았다. 그러나 시장경제로의 전환에 어려움을 겪고 있던 러시아는 그 대부분을 폐기하고 최신 장비만 보존했다.
그 뒤 2000년대 중반 유가상승으로 국력을 회복한 러시아는 세계 4위의 국방비를 쓰며 해군 재건에 나섰다. 하지만 소련이 붕괴한 지 28년이 지난 지금에도 주로 구소련 시대의 함정에 의존하고 있는 실정이다. 러시아 해군의 문제는 단순히 함정 수의 축소만이 아니라 산업기반의 쇠퇴에 있다. 소련이 붕괴하며 낡은 조선소 시설과 항공모함이 고철 덩어리가 돼 세계 곳곳에 팔려나갔다. 러시아 조선업은 지금도 90% 이상 군사용에 집중된 불균형한 구조다. 조선업 투자 부진과 조선설비 노후화가 군사용 조선기술 발전의 발목을 잡고 있다. 뒤늦게 민간 조선 산업 부흥에 나서고 있지만 상황이 녹록지 않다.
러시아 해군 쇠락의 한 모습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이 최근 러시아 유일의 항공모함 ‘쿠즈네초프 제독함’ 사례다. 구소련 붕괴 직전인 1991년 취역한 노후 항모인데 최근 잇따른 고장을 일으켜 말썽을 빚었다. 지난해 10월 러시아 북부 수리공장에서 하부 수리를 위해 항모를 띄우던 중 부유 독이 침몰하면서 대형 크레인이 갑판에 떨어져 크게 파손됐다. 수리를 감당할만한 다른 마땅한 독도 없어 방치된 상태다. 중국이 대신 수리를 해주겠다고 제안했으나 기술유출 등의 문제로 난색을 보인 것으로 보도됐다. 당초 건조하려 했던 새 항공모함도 예산 등 여러 이유로 2025년으로 미룬 터라 러시아는 앞으로 당분간 사실상 1척의 항모도 운용하기 힘든 상태다. 미국 군사전문매체 <폭스트롯 알파>는 “러시아는 소련의 해군력을 다시 가지기는 힘들 것이며, 전함과 항공모함의 노후화에 따라 대양해군에서 지역해군으로 변화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박영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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