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9.06.03 18:14
수정 : 2019.06.03 2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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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30일 천안문광장에 관광객으로 보이는 이들이 자리를 잡고 있다. 베이징/EPA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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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안문 희생자 유가족 단체 ‘어머니회’
1995년 이후 해마다 지도부에 공개 서한
당국, 여전히 ‘동란’이자 ‘반혁명적 폭동’ 규정
“번영이 범죄를 가려도 역사에 새겨진 진실 지울 수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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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30일 천안문광장에 관광객으로 보이는 이들이 자리를 잡고 있다. 베이징/EPA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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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의 거리에 남아 있던 총알구멍과 핏자국은 지워졌다. 고층 건물로 상징되는 ‘번영’이 범죄를 가렸다. 하지만 역사에 새겨진 진실은 누구도 지울 수 없다.”
당국의 철저한 통제에도, 천안문 민주화운동 희생자 유가족 단체 ‘천안문 어머니회’는 1995년 이후 해마다 진상 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요구하는 공개서한을 중국 지도부에 보내왔다. 올해 4월 죽은 이의 넋을 기리는 명절인 청명에 맞춰 ‘통곡하는 유가족과 동포들’ 명의로 된 서한을 중국에선 접속이 차단된 누리집(tiananmenmother.org)에 공개했다. 생존 유가족 127명과 이제는 고인이 된 유가족 55명 이름으로 된 서한 내용을 요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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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9년 천안문 앞에 모인 이들이 ‘자유가 아니면 죽음을’이라고 쓴 현수막을 내걸고 민주화를 요구하고 있다. AF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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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4일의 학살로부터 오랜 시간이 지났다. 갓난아기가 자라 부모가 될 만한 세월이다.
그렇게 세월이 흘러도 우리의 고통과 아픔은 사라지지 않는다. 우리의 상처는 더욱 헤집어졌고, 그 위에 소금이 뿌려졌다. … 그때 권력자들은 ‘20년의 안정을 위해 20만명이라도 죽일 수 있다’고 서슴없이 말했다. 그들은 지금도 6월4일을 ‘동란’이자 ‘반혁명적 폭동’이라고 주장한다.
우리는 6월4일 영웅들의 지킴이다. 평화와 이성, 비폭력이란 1989년의 원칙을 지키기 위해 해마다 중국 지도자들에게 진상 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요구하는 편지를 보내왔다. 그들은 우리의 요구에 귀를 막았고, 공공의 안전과 국가의 안위를 앞세워 철저히 통제했다.
잔인한 세월이었다. 삶과 죽음이란 자연의 법칙을 거스를 수 없었다. 1995년 이후 55명의 유가족의 세상을 떠났다. 2018년에만 5명이 우리 곁을 떠났다. … 홀로코스트 생존자이자 (1986년) 노벨평화상 수상자인 엘리 위젤은 말했다. ‘학살을 잊는 것은 두 번째 학살이다. 망각한다면 우리도 공범이다.’
당국은 두 가지 선택을 할 수 있다. 첫째, 일본처럼 과거의 범죄를 숨기고, 이를 기억하는 이들이 하나둘씩 숨지기를 기다릴 수 있다. 둘째, 독일처럼 현실을 직시하고 과거의 잘못을 인정하며, 진정 어린 대화에 나서는 것이다. 천안문의 비극이 다시는 되풀이되지 않도록, 새로운 시대를 열 수 있다. … 새벽이 어서 오기를, 하늘이 우리 중국을 보우하시길.”
베이징/정인환 특파원
inhw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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