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9.06.05 19:37
수정 : 2019.06.05 2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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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관광객들이 지난해 서울 중구 소공동 롯데백화점의 면세점 개장을 기다리며 길게 줄을 서 있다. 강재훈 선임기자 kh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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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발적 증가 중국 관광객…연간 300만명 돌파
미 대중 관광수입 300억달러…업계 타격 불가피
중 교육부, 미국 유학생들에도 ‘경계령’
미-중 갈등 심화 속 인적교류도 줄어들듯
중, 미 포드와의 합작사에 277억원 과징금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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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관광객들이 지난해 서울 중구 소공동 롯데백화점의 면세점 개장을 기다리며 길게 줄을 서 있다. 강재훈 선임기자 kh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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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정부의 ‘여행주의보’ 발령으로 미국으로 향하는 중국인 관광객이 큰 폭으로 줄어들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 방어체계) 논란 때 한국에 대해 ‘유커 카드’를 꺼내든 중국이 미국에 비슷한 방식으로 대응하고 인적 교류까지 무역전쟁의 무기로 등장하면서 갈등 수위 조절이 더 어려워질 전망이다.
중국이 유커 카드를 대미 압박용으로 꺼내든 데는 이유가 있다. 5일 통계 전문업체 슈타티스타의 자료를 보면, 2003년 16만명대였던 미국행 중국인 관광객은 2011년 109만명으로 100만명대를 돌파했다. 2017년(317만명)에는 300만명을 돌파했다.
미국에 가는 중국인들은 씀씀이도 크다. 미국 공영라디오(NPR)는 미국여행협회 관계자 말을 따 “중국인 관광객은 미국에서 평균 14박을 머물며, 외국 관광객 평균보다 50%나 많은 1인당 7000달러를 쓴다”고 전했다. 미국 여행관광청(NTTO) 자료를 보면, 2009년 중국인 여행객들로 인한 관광 수입은 68억6900만달러였는데, 2015년에는 300억달러를 돌파했다. 무역전쟁 와중에 지난해 중국인 관광객이 290만명으로 전년보다 5.7% 줄었는데도 미국의 관광 수입은 사상 최대인 363억5200만달러(약 42조8700억원)를 기록했다.
또 눈여겨볼 대목은 관광수지다. 2009년 35억6200만달러였던 미국의 대중 관광수지 흑자는 2011년 101억5600만달러, 2014년 218억3100만달러, 2018년 307억1000만달러로 급격히 늘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대중 무역적자를 줄이겠다며 무역전쟁에 나섰지만, 관광수지 면에선 중국이 큰 적자를 보는 것이다. 미국은 지난해 중국에 4191억달러라는 사상 최대의 상품수지 적자를 봤는데 관광수지로 어느 정도 벌충한 셈이다.
중국 당국이 미국 여행을 얼마나 제한할지는 지켜봐야겠지만, 미국 관광업계의 타격은 불가피해 보인다. 2017년 사드 배치 논란 때 중국 당국이 한국 관광을 제한하자, 2016년 807만명을 기록했던 중국인 관광객은 2017년 417만명으로 반토막이 됐다. 개별 관광객은 454만명에서 367만명으로 감소세가 크지 않았지만, 단체 관광객이 7분의 1 수준으로 급감했다.
관광객뿐이 아니다. 중국 교육부는 이달 2일 “미국 유학생들의 비자 심사 기간이 늘어나고, 유효기간이 축소되거나, 아예 발급을 거절당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며 ‘2019년 제1호 유학 경계령’을 내렸다. 이어 “이런 상황들이 중국 유학생들의 정상적인 미국 유학과 학업 완료에 영향을 끼치고 있다”고 경고했다. 미국 <시엔비시>(CNBC) 방송은 “미국에서 공부하는 중국인 유학생은 36만명으로, 이들이 쓰는 돈은 연간 140억달러 규모”라며 “학생은 물론 연구자에게도 사증 발급 등에 제한이 생기면서, 중국 유학생들이 영국·캐나다·오스트레일리아 등지로 방향을 틀고 있다”고 전했다.
한편 중국 반독점 기구인 국가시장관리감독총국은 5일 딜러들에게 최저 판매가를 강제해 공정한 경쟁을 방해했다며 미-중 합작 자동차업체 충칭포드에 과징금 1억6280만위안(약 277억원)을 부과했다. 이 역시 미국 업체 포드를 겨냥한 보복이 아니냐는 풀이가 나온다.
베이징/정인환 특파원
inhw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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