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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9.07.07 19:40 수정 : 2019.08.16 11:02

‘범죄인 인도 조례’에 반대하는 홍콩 시민들이 일요일인 7일 중국 본토와 이어지는 고속철도 출발역인 웨스트 카우룬역 방면으로 시위 행진을 벌이고 있다. 웨스트 카우룬 고속철역은 중국 본토 관광객들이 많이 찾는 곳으로, 이곳에서 범죄인 인도 조례 반대 집회가 열린 것은 처음이다.홍콩 / AFP 연합뉴스

인권·정치·학생단체 등 시민사회 연대
지도부 없이 느슨한 결속으로 시위 뒷배

현안 집중대응 유리하지만 ‘장기전’ 취약
분수령 국면 맞아 향후 움직임 주목

‘범죄인 인도 조례’에 반대하는 홍콩 시민들이 일요일인 7일 중국 본토와 이어지는 고속철도 출발역인 웨스트 카우룬역 방면으로 시위 행진을 벌이고 있다. 웨스트 카우룬 고속철역은 중국 본토 관광객들이 많이 찾는 곳으로, 이곳에서 범죄인 인도 조례 반대 집회가 열린 것은 처음이다.홍콩 / AFP 연합뉴스
지난 1일 입법회 의사당 점거 시위 이후 홍콩 ‘반송중’(중국 송환 반대) 시위가 고빗길로 접어든 모양새다. 홍콩 시민들은 일요일인 7일 오후 카우룬 반도에 있는 쇼핑가 침사추이에서 인근의 웨스트 카우룬 고속철 역 부근까지 시위 행진을 벌였다. 주최 쪽 추산 23만명, 경찰 추산으로 5만6천명이 참여한 이날 시위는 지난주와 같은 물리적 충돌 없이 평화롭게 진행됐다.

홍콩 당국이 대대적인 시위대 체포작전을 통해 정국 반전을 시도하는 가운데, 그간 시위의 ‘배후 구실’을 해 온 홍콩 시민사회 연대체인 민간인권진선(전선)(이하 인권전선)의 행보에 관심이 쏠린다. 인권전선이 홍콩 시위의 향후 동력을 엿볼 수 있는 가늠자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홍콩 ‘반송중’ 시위의 특성은 특정한 지도부 없이 시위대가 자발적으로 모이고 흩어지기를 반복하며, 참여를 이끌어 낸다는 점이다. 인권전선 쪽도 주요 시위가 열릴 때마다 소셜미디어를 통해 일정과 참여 방식 등을 알릴 뿐, 현장에서 시위를 주도하지는 않았다. 이는 인권전선의 조직적 특성을 고스란히 반영한다는 평가다.

인권전선의 출발은 지난 2002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홍콩 당국이 국가보안법 제정에 나서자, 기본권 침해를 우려한 시민사회는 공동 대응을 위해 같은 해 9월13일 인권전선을 출범시켰다. 창립 당시 인권전선의 구성을 보면 △인권단체(4) △정치단체 및 정당(10) △직능단체(3) △종교단체(6) △노동단체(4) △학생단체(3) △여성 및 성소수자 단체(7) 등 홍콩 시민사회가 사실상 망라돼 있다. 참여 단체가 다양한 만큼, 의견도 제 각각일 수밖에 없다. 인권전선이 현안 대응을 위한 시민사회의 느슨한 연대체 정도로 자리매김한 것도 이 때문이다.

2003년 들어 홍콩 정부가 입법회에서 보안법 심의를 강행하자, 인권전선은 홍콩 반환 기념일인 7월1일에 맞춰 대대적인 시위를 준비했다. 이후 해마다 열리는 ‘7·1 행진’의 시작이다. 당시 행진에 홍콩 시민 50만명이 참여했다. 1989년 5~6월 천안문(톈안먼) 민주화 운동 지지 집회에 100만명 이상이 참여하긴 했지만, 홍콩 내부 문제로 이 정도 규모의 시위가 벌어진 것은 이때가 처음이다.

인권전선의 주요 의사결정은 회원단체의 총회를 통해 이뤄진다. 단체의 규모나 세력과 상관없이 회원단체 모두 1표를 행사하는 구조다. 시민사회의 저항에 밀려 당국이 보안법 제정을 포기한 이후 인권전선을 홍콩 민주화 운동의 구심점으로 삼기 위한 상설 기구화가 추진되기도 했지만 2004년 8월 열린 총회에서 부결됐다. 규모가 크고 재정 능력을 갖춘 일부 단체가 인권전선 활동을 좌우할 수 있다는 소규모 단체의 우려 탓이다.

이후 인권전선은 ‘7·1 행진’을 중심으로, 현안이 발생할 때마다 시민사회가 머리를 맞대는 원탁회의 구실을 해왔다. ‘반송중’ 시위 역시 마찬가지다. 유연한 조직의 특성상, 합의 수준이 높지 않더라도 참여를 극대화할 수 있는 건 인권전선의 장점이다. 특정 현안에 대해 짧은 기간 집중적으로 대응하는 데 유리하다는 얘기다.

반면 안정적인 핵심 세력이 없다 보니, 한계도 명확하다. 마옥 홍콩시립대 교수(정치학)는 ‘홍콩의 사회운동과 국가-사회의 관계’란 논문에서 인권전선의 조직 특성에 대해 “지도부의 부재로 정세 변동에 지나치게 민감한 것도 약점으로 꼽힌다”며 “근본적인 제도 개혁을 위한 장기전에는 취약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짚었다. ‘반송중’ 시위가 안고 있는 고민과 정확하게 맞닿아 있다.

베이징/정인환 특파원 inhw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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