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9.09.29 19:25
수정 : 2019.09.29 2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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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중화인민공화국 건국 70주년을 이틀 앞둔 29일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국가 훈장 및 국가 명예 칭호 대상자 시상식에 참석해 있다. 베이징/로이터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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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 열병식 공식적으로 16번째
육해공 로켓군 전략지원군 등
59개 제대 장병 1만5천명 참여
군용기 160여대·군사장비 580가지
첫 선 신형무기도 대거 등장할 듯
“사열 분열 포함 80분간 진행”
시진핑, 국방개혁 발언할지 관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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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중화인민공화국 건국 70주년을 이틀 앞둔 29일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국가 훈장 및 국가 명예 칭호 대상자 시상식에 참석해 있다. 베이징/로이터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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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베이징 지하철 2호선은 옛 도성을 휘감아 도는 순환선이다. 18개 역 가운데 11개에 ‘문’(먼)이란 이름이 붙은 것도 이 때문이다. 늦더위가 채 가시지 않은 29일 오후 도착한 전문(첸먼)역 A출구는 막혀 있었다. 천안문(톈안먼)광장에 바로 다가설 수 있는 출구다.
길을 돌아 마주한 광장에선 벌써부터 축제 분위기가 느껴졌다. 국경절 연휴(10월1~7일)를 앞둔 시민들은 손에 손에 국기(오성홍기)를 든 채 느긋한 표정으로 광장 들머리에 설치된 검색대 앞에서 30~40m 줄을 서 있었다. 곳곳에 설치된 건국 70주년 기념 조형물과 구호가 적힌 벽보를 배경으로 기념사진을 찍는 이들도 눈에 띄었다. 이달 들어 국경절 행사의 백미 격인 열병식(군사 퍼레이드) 예행연습 때마다 경비가 삼엄했던 것과는 눈에 띄게 분위기가 달라져 있었다. 준비가 끝났다는 뜻이다.
10월1일 천안문광장에서 열리는 중국 건국 70주년 기념식에서 열병식은 중국 육해공군과 로켓군·전략지원군 등 59개 제대 소속 장병 1만5천명이 참여하는 초대형 행사다. 차이즈쥔 열병식영도소조 부주임은 지난 24일 기자회견을 열어 “이번 열병식에서는 각종 군용기 160여대와 군사 장비 580가지를 선보일 예정”이라며 “열병식에 등장할 모든 무기는 (중국이) 자체 생산한 주력 장비들로 채워졌으며, 첫선을 보이는 신형 무기 비중이 높다”고 말했다.
흔히 열병식은 국력과 군의 위용을 대내외에 과시하는 행사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열병식은 잘 기획된 ‘정치적 의식’이기도 하다. 중화인민공화국 건국 8개월여 전인 1949년 2월3일 베이징에서 열린 인민해방군의 사상 첫 열병식이 이를 잘 말해준다. 이날은 인민해방군이 베이징에 진입한 지 나흘째였다. 당시 열병식에서 인민해방군은 천안문광장 동쪽 동교민항(둥자오민샹) 후퉁을 지나 정양문(지금의 첸먼)을 거쳐 황제가 도성으로 들어가는 남문을 통과했다. 수많은 시민이 지켜보는 가운데 봉건제도와 제국주의란 ‘구시대의 악습’을 끊어내는 ‘상징적 제례의식’이었다.
이번 열병식도 중국이 지난 70년 동안 ‘아시아 최빈국’ 중 하나에서 세계 2위 경제대국으로 발돋움함으로써 1800년대 서구 열강에 당했던 ‘굴욕의 세기’는 더이상 없다는 자긍심을 안팎에 보여줄 수 있는 기회다. 특히 시진핑 주석 들어 ‘중국몽’을 내세우며 중화민족주의를 강조해왔던 점에 비춰보면 한 국가의 경제와 과학기술 집약판이라 할 수 있는 신무기 공개는 열병식의 꽃이다. ‘신냉전’이라 불릴 정도로 무역분쟁과 과학기술 등의 분야에서 미국과의 패권경쟁이 격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이번 열병식을 통해 미국에 밀릴 수 없다는 강력한 신호를 보낼 수 있다.
열병식은 사열과 분열로 나뉜다. 도열해 있는 부대를 지휘관이 움직이면서 검열하는 사열에 이어, 부대가 대형을 갖춰 걷거나 차량에 타고 행진을 하며 참석한 상관 앞에서 부대의 세를 과시하는 분열을 하게 된다. 이번 열병식은 사열과 분열을 포함해 80분간 진행된다. 공식 행사는 오전 10시께 예포 발사와 함께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통상 중국 56개 민족을 상징하는 56문의 대포가 사용되며, 건국 70주년을 기념해 70발의 포성이 울릴 것으로 예상된다.
이어 군 의장대가 국기를 게양한 뒤, 시진핑 국가주석이 환영사를 겸한 연설을 하게 된다. 2015년 열병식 때 시 주석은 지상군 30만명 감군 계획을 밝힌 바 있어, 이번에도 국방개혁과 관련한 발언을 내놓을지에 관심이 모인다. 연설을 마친 시 주석은 차량을 이용해 장안대로(창안제)에 도열한 부대를 군 통수권자인 중앙군사위원회 주석 자격으로 사열하게 된다. 시 주석이 탑승할 차량으로는 전처럼 중국산 최고급 승용차 ‘훙치’를 개조한 무개차가 사용될 것으로 보인다.
열병식의 꽃이라 할 분열은 천안문광장 동쪽에서 출발해 서쪽으로 이동하며, ‘진입-행진-열병-분열-해산’ 순으로 이뤄진다. 지상에선 보병 의장대를 필두로 중국군 5개 전구와 무장경찰, 예비군과 평화유지군 등 각군 장병이 첨단 무기와 함께 위용을 뽐낼 예정이다. 국방기술의 중요성을 강조하기 위해 국방대학·군사과학원 등도 행진 대열에 참여한다. 동시에 하늘에선 각종 군용기와 헬리콥터 편대가 형형색색의 연기를 피워 올리며 공중 분열에 나선다. 열병식영도소조 쪽은 각군의 연합 작전 능력을 보여주는 게 이번 열병식의 주안점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건국 70주년 열병식은 중국 건국 이후 공식적으로 16번째다. 첫 열병식은 1949년 10월1일 마오쩌둥 주석이 중화인민공화국 정부 수립을 선포한 직후 열렸다. 이어 1959년 건국 10주년 때까지 모두 11차례 국경절 열병식이 열렸다. 대약진운동(1958~62년)과 문화대혁명(1966~76년)의 혼란을 거치며 중단됐던 열병식은 1984년 개혁·개방의 아버지인 덩샤오핑이 건국 35주년을 맞아 재개했다. 이어 건국 50주년(1999년)과 60주년(2009년), 전승 70주년(2015년)에 맞춰 대규모 열병식이 열렸다.
베이징/정인환 특파원
inhw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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