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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9.09.30 19:53 수정 : 2019.09.30 20:01

건국 70주년 중국, GDP 450배 증가
’역사적 비약’과 함께 성장한 중산층
‘경제발전=민주화’ 공식, 중국선 예외
“중산층 성장, 국가에 전적으로 의존 탓”

성장세 둔화·무역전쟁 등 불안감 속
혜택 잃으면 정치개혁 요구할 수도

“중화민족은 떨쳐 일어났고, 부유해졌고, 강대해졌다.”

지난해 5월4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카를 마르크스 탄생 200주년 대회’에서 언급한 ‘3대 역사적 비약’이다. 국경절을 앞두고 봇물 터지듯 쏟아지는 각종 기자회견에서 빠지지 않고 ‘구호’처럼 등장한다.

1일로 건국 70주년을 맞는 중국의 오늘은 수치가 말해준다. 1952년 300억달러에 그쳤던 국내총생산(GDP)은 2018년 말 13조6100억달러로 450배 이상 폭발적으로 늘었다. 1950년 11억3천만달러였던 교역 규모는 지난해 말 4조6천억달러를 기록했다. 이에 힘입어 1970년대까지만 해도 외환 부족국이었던 중국이 지난해 말 보유한 외환은 3조700억달러를 기록해, 13년째 세계 1위다. ‘역사적 비약’은 결코 빈말이 아니다.

지난 40년여의 개혁·개방이 오늘의 중국을 만들었다면, 최대 수혜자는 이른바 ‘운 좋은 세대’로 불리는 1970~90년대생이다. 중국 경제가 초고속 질주하던 시기에 성장기를 보낸 이들은 교육을 마친 뒤 양질의 일자리를 어렵지 않게 구했다. 소득 수준이 높아지면서 삶의 질도 달라졌다. 상당수는 대도시에 거주하며, 전문직이나 관리직으로 일하고, 아파트와 외제차를 장만하고, 정기적으로 해외여행을 떠난다. 세계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중국 중산층의 주력이다.

중국 중산층 인구(약 1억900만명)가 미국 수준(약 9200만명)을 뛰어넘었다고 다국적 투자은행 크레디스위스가 지적한 게 이미 2015년이다. 중국 국가통계국은 지난 1월 중산층 인구가 1억4천만가구(약 4억명)에 이른다고 발표한 바 있다. 중산층의 기준을 둘러싼 논쟁의 여지는 있지만, 중국 중산층의 구매력과 소비 수준이 서구에 견줄 만해졌다는 점에는 이견이 많지 않다.

서구에서 중산층의 성장은 정치적 각성으로 이어졌다. “중산층 없이는 민주주의도 없다”는 말이 나온 것도 이 때문이다. 하지만 중국은 예외다. 1980년대 말 소련을 필두로 현실 사회주의권이 붕괴했음에도, 중국 공산당은 여전히 강력한 통치 기반을 유지하고 있다. 1989년 6월 천안문 민주화 운동 진압 이후엔 정치개혁을 요구하는 내부 목소리도 잦아들었다. 경제 분야의 개혁·개방이 정치 분야로 번지지 않고 있다.

이런 현상에 대해 첸제 미국 제임스매디슨대 교수는 “중국 중산층의 보수적 태도에는 이유가 있다”고 지적한다. 그는 <민주주의 없는 중국 중산층>이란 책에서 “1990년대 모습을 드러낸 중국 중산층은 지금까지 성장과 생존을 공산당이 주도하는 국가 체제에 거의 전적으로 의지해왔다. 이 때문에 이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것은 민주주의적 정치 변화”라고 지적했다. “정치 변화는 필수적으로 공산당 주도의 국가 체제에 변경을 불러올 것이며, 따라서 자신들이 누리는 삶의 질을 위협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서구에 유학 중인 중산층 가정 출신 중국인 학생들도 정치적 자유와 민주주의 확대보다 사회·경제적 안정을 훨씬 상위 가치로 여기고 있다. 미국 퍼듀대학이 중국 유학생·방문학자 1천여명을 상대로 실시해 지난해 10월 내놓은 여론조사 결과, 응답자의 48%가 “중국의 현 정치 체제가 중국에 잘 맞는다”고 답했다. 응답자 3명 가운데 1명은 “개인의 자유보다 사회적 안정이 더욱 중요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중국 공산당이 지난 6월 펴낸 <당내 통계 공보>를 보면, 지난해 말 공산당원은 전년 대비 103만명 늘어난 9059만4천여명에 이른다. 당원의 절반가량이 전문대 졸업 이상 고학력자고, 농목어민(28.08%)과 노동자(7.19%)에 견줘 전문직(15.46%)과 관리직(10.81%) 당원도 적지 않다. 특히 30살 이하 당원이 전체의 14.06%에 그친 반면 퇴직자 비중은 20.03%에 이른다. 중국 공산당도 고학력, 고연령층을 중심으로 한 ‘중산층’ 정당이 돼가고 있다는 뜻이다.

중국 중산층의 ‘변심’ 가능성은 없을까? 중국 경제 성장세가 둔화하는 가운데, 미-중 무역전쟁은 불을 뿜고 있다. 활황이던 부동산 시장도 주춤한 상태에서 위안화 가치 약세도 중산층의 불안감을 키우고 있다. 첸제 교수는 “그간 국가 주도의 경제 체제로 누려온 혜택이 사라질 위기라고 판단하면, 중국 중산층이 적극적인 정치개혁을 요구하고 나설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베이징/정인환 특파원 inhw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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