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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9.11.18 19:19 수정 : 2019.11.19 02:41

홍콩 경찰이 반정부 시위대가 점거한 홍콩 폴리테크닉대(이공대) 진입 작전을 시작하면서 시위대와 격렬한 대치전이 벌어진 가운데 18일(현지시각) 오전 시위대가 육교에 쌓아놓은 화염병에 불이 붙으며 화재가 일어났다. 홍콩/AP 연합뉴스

시위대 ‘최후의 보루’서 격렬 대치
“먹을것 부족하고 부상자도 늘어”
경찰이 학교 봉쇄, 물대포 재등장
학교밖에선 “학생들 구하러 가자”

홍콩 법원 “복면금지법 위헌”
367명 체포한 복면금지법에 ‘제동’
근거 된 긴급조례도 위헌 논란일듯
시위대 “법치에 한줄기 희망 남아”

홍콩 경찰이 반정부 시위대가 점거한 홍콩 폴리테크닉대(이공대) 진입 작전을 시작하면서 시위대와 격렬한 대치전이 벌어진 가운데 18일(현지시각) 오전 시위대가 육교에 쌓아놓은 화염병에 불이 붙으며 화재가 일어났다. 홍콩/AP 연합뉴스

홍콩 전역에서 18일 시위대와 경찰의 격렬한 공방전이 이어진 가운데, 시위대의 ‘최후 보루’가 된 홍콩 폴리테크닉대(이공대) 안에선 수백명의 시위 참가자가 고립된 채 경찰과 충돌과 대치를 반복하고 있다. 경찰의 봉쇄로 외부와 단절된 이공대 안의 시위대는 식량 부족과 부상에 시달리며 ‘인도주의적 위기’를 겪고 있다.

전날 밤늦도록 경찰과 시위대가 격렬한 공방전을 펼친 이공대에선 18일에도 오전 5시30분께부터 교내로 진입하려는 경찰과 이를 막아선 시위대 사이에 불꽃 튀는 충돌이 벌어졌다. 경찰의 소개명령에 따라 전날과 이날 오전 학교를 빠져나오던 시위대 전원이 체포되면서 시위대의 분노가 커지고 있다. 의료계 몫 입법의원인 피에르 찬은 “이공대 안에서 부상 시위대를 치료하던 자원활동가 전원도 학교 밖으로 나오자마자 체포됐다”고 전했다.

<홍콩 프리 프레스> 등의 보도를 종합하면, 현재 학교 안에는 600~700명 정도가 남아 있다. 이 가운데 절반 이상이 이공대생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공대 안에 머물고 있는 19살 시위 참가자는 <로이터> 통신에 “여기 너무 오래 갇혀 있었다. 얼마나 버틸 수 있을지 모르겠다. 외부의 도움이 필요하다”며 눈물을 터뜨렸다.

홍콩 경찰의 소개 명령에 따라 홍콩폴리테크닉대(이공대)를 점거하던 시위대가 18일(현지시각) 경찰의 체포를 피해 학교를 빠져나오는 가운데, 노란 안전모를 쓴 시위대(왼쪽)가 경찰에게 진압봉으로 구타당하고 있다. 중국 정부가 “폭도와는 타협의 여지가 없다”며 강경 진압을 주문함에 따라 경찰의 강제진압이 임박하면서, 이공대 점거 학생들은 최후 결전을 준비하는 모양새다. 홍콩/AFP 연합뉴스

경찰의 강제진압이 임박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시위대도 ‘최후의 결전’을 준비하는 모양새다. 이 학교 켄 우 총학생회장 대행은 “경찰이 이공대에서 인도적 재앙을 만들고 있다. 우리는 함정에 빠졌다”며 “먹을 것도 부족하고, 부상자도 늘고 있으며, 위생 상태도 나빠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학교를 봉쇄한 경찰은 항복을 하든 목숨을 걸고 저항을 하든 둘 중 하나를 택하라고 강요하고 있다”며 “벼랑 끝으로 내몰리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공대 시위대의 위태로운 상황이 알려지면서 이날 오전부터 수십명 단위 시위대가 계속해서 이공대 접근을 시도했지만, 경찰은 최루탄과 고무탄환을 쏘며 가로막았다. 현직 입법의원과 학교 관계자들이 협상을 위해 학교 진입을 시도했지만 경찰 쪽은 “안전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인질로 사로잡힐 수 있다”는 등의 이유로 제지했다. 오후 들어 이공대 주변에 다시 물대포가 등장해 경찰의 교내 재진입이 임박했음을 알렸다.

카오룽반도 전역에서 크고 작은 시위가 이어지는 가운데 300여명의 시위대가 오후 들어 침사추이에 모여 “이공대로 가자. 학생들을 구하자”고 외치며 시위를 벌였다. 입법회 범민주파 진영 공동대표인 타냐 찬 입법의원이 이공대 상황을 풀기 위해 람 장관에게 긴급회동을 제안했지만, 람 장관 쪽은 오후까지 답이 없는 상태다. 찬 의원은 “최소한 학교 안에 있는 부상자는 병원으로 옮기고, 미성년자는 사회복지사가 동반해 귀가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중국 당국은 강경 기조를 누그러뜨리지 않았다. 우첸 중국 국방부 대변인도 “홍콩에서 폭력 사태를 멈추고 질서를 회복하는 것이 가장 긴급한 임무”라며 “홍콩 주둔군은 단호하게 국가 안보를 수호하고 홍콩의 장기적 번영과 안정을 지킬 능력이 있다”고 강조했다.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도 “폭도와는 타협의 여지가 없다”며, 강경 진압을 재차 주문했다.

이런 가운데 홍콩 법원이 시위대의 마스크 착용을 금지한 ‘복면금지법’에 위헌 결정을 내렸다. 이번 결정으로 복면금지법 시행의 근거인 긴급정황규례조례(긴급조례) 활용에 제동이 걸린 모양새다.

홍콩 폴리테크닉대(이공대)를 점거하던 반정부 시위대가 18일(현지시각) 학교를 빠져나오던 중 경찰에게 붙잡혀 뒤로 손이 묶인 채 거리에 앉아 있다. 홍콩/AFP 연합뉴스

홍콩 고등법원(대법원 격)은 18일 캐리 람 행정장관이 지난달 4일 긴급조례를 발동해 시행에 들어간 복면금지법이 홍콩의 헌법 격인 기본법에 반한다며 지난달 5일 홍콩 범민주파 전·현직 입법의원 25명이 낸 위헌소송에서 원고 승소 결정을 내렸다. 재판부는 이날 오후 내놓은 106쪽 분량 결정문에서 “경찰이 공공장소에서 누구한테든 복면을 벗도록 할 수 있게 한 것은 지나치게 포괄적인 권한 부여”라며 “경찰이 복면금지법에 따라 행사할 수 있는 재량권의 범위가 지나치게 넓다”고 지적했다. 복면금지법에 대한 위헌 결정으로, 근거가 된 긴급조례의 위헌성에 대한 논란도 더욱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앞서 람 장관은 지난달 4일 시민의 기본권을 대폭 제약할 수 있는 긴급 ‘비상대권’을 발동하고, 첫 조치로 합법 집회를 포함한 모든 집회·시위에서 복면(마스크) 착용을 금지했다. 이를 위반하면 1년 이하의 징역이나 2만5천홍콩달러(약 380만원)의 벌금형에 처할 수 있다.

복면금지법 시행 이후에도 시위대의 복면 착용이 줄어들지 않으면서 지난 7일까지 남성 247명과 여성 120명이 이 법을 위반한 혐의로 체포됐다. 이 가운데 24명은 기소돼 재판 절차가 진행 중이다. 이날 법원의 결정 소식이 전해진 직후 카오룽반도 침사추이 지역에서 시위대에게 마스크를 나눠 주던 40대 남성은 <사우스차이나 모닝포스트>에 “합법이든 불법이든 마스크를 계속 쓸 것”이라며 “법원이 진작에 위헌 결정을 내렸어야 했다”고 말했다. 또 다른 20대 시위대는 “법치에 아직 한 줄기 희망이 남아 있는 것 같다”며 반겼다.

베이징/정인환 특파원 inhw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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