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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9.11.19 16:10 수정 : 2019.11.20 02:42

홍콩 경찰이 반정부 시위대가 점거한 홍콩이공대 진입 작전을 시작하면서 시위대와 격렬한 대치전이 벌어진 가운데 18일(현지시각) 오전 시위대가 육교에 쌓아놓은 화염병에 불이 붙으며 화재가 일어났다. 홍콩/AP 연합뉴스

경찰 ‘고립작전’에도 100여명 아직 항전

홍콩 경찰이 반정부 시위대가 점거한 홍콩이공대 진입 작전을 시작하면서 시위대와 격렬한 대치전이 벌어진 가운데 18일(현지시각) 오전 시위대가 육교에 쌓아놓은 화염병에 불이 붙으며 화재가 일어났다. 홍콩/AP 연합뉴스
홍콩 시위대가 바리케이드를 치고 점거한 채 결사항전 중인 홍콩이공대에서 최후 잔류파 시위대 일부가 추위와 배고픔을 호소하며 잇따라 ‘투항’하고 있다. 시위대 수십명은 19일 새벽 학교 건물에서 몸에 밧줄을 묶고 미끄러져 내려온 뒤 미리 대기하고 있던 오토바이에 나눠 타고 빠져나가는 등 수차례에 걸쳐 ‘필사의 탈출’을 시도했다. 하지만 사흘째 이어지고 있는 홍콩 경찰의 ‘고립·포위 작전’에도 여전히 100여명은 보루를 지키며 버티고 있다.

경찰이 사방에서 포위한 이공대에서 탈출을 거부한 채 남아 있던 강경 잔류파 시위대 중 50여명이 이날 오전 10시께 대학 정문에서 걸어 나와 경찰에 자진 체포됐다. 홍콩의 이날 새벽 최저기온은 17도로, 홍콩 날씨치곤 꽤 쌀쌀했다. 밤새 엄습한 추위와 배고픔을 견디지 못한 탓이다.

이날 저녁까지도 진압복 차림의 경찰은 삼삼오오 흩어져 교정 밖에서 봉쇄를 풀지 않았다. 이공대 주변 곳곳에 둘러쳐진 주황색 줄은 ‘출입을 삼가라’는 무언의 경고로 보였다. 미성년 시위대는 부모나 사회복지사가 동반해 집으로 데려갔다. 성년인 시위대는 수갑을 찬 채 경찰서로 향했다. 부상을 입은 시위대는 구급차를 타고 병원으로 옮겨졌다. 물먹은 스펀지처럼 지칠 대로 지친 표정을 한 학생 3명이 수갑을 찬 채 망연한 표정으로 경찰에 끌려갔다.

전날 밤늦게부터 이날 새벽까지, 일부 시위대는 수차례에 걸쳐 이공대 탈출을 시도했다. 하지만 탈출 시도는 최루탄을 마구 쏘아대며 저지하는 경찰에 번번이 저지됐다. 시위대 수십명은 이날 새벽 학교 건물에서 몸에 밧줄을 묶고 미끄러져 건물 바로 옆에 있는 육교 쪽으로 내려온 뒤 미리 대기하고 있던 오토바이에 나눠 타고 고속도로를 통해 탈출에 ‘성공’했다.

홍콩 당국은 이날 아침까지 이공대에서 600여명이 수십, 수백명씩 무리를 지어 밤새 탈출을 시도하다가 대부분 경찰에 체포됐다고 밝혔다. 경찰 포위망에 고립된 채 저항하다가 끝내 탈출을 시도한 이들 400여명은 경찰의 대대적인 검거를 피하지 못한 채 대부분 체포됐다. 캐리 람 행정장관은 이날 시위대와 어떤 타협도 있을 수 없다며 “점거농성 시위대는 굴복하고 평화적으로 해산하라”고 촉구했다. 람 장관은 또 “폭력시위가 민주화 요구를 넘어 극렬해지고 있다”며 “시위대는 지금 시민들의 적이 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의료계 종사자’라고만 밝힌 사이(가명·42)는 이공대생들이 “안타깝다”고 했다. “희생만 중요한 게 아니다. 무엇보다 생명이 중요하다. 살아야 민주주의도 지킬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캐리 람 행정장관은 홍콩 시민과 전혀 교감을 하지 못하고 있다. 정치적 요구를 하면 머리를 맞대고 해법을 고민해야지, 경찰을 보내 진압해 버리면 그만이라고 생각한다. 그런다고 시위가 사라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홍콩 시민 수천명은 이공대 주변 도로에 쏟아져나와 “경찰은 포위 진압을 중단하라”고 외치며 학생 구출을 위한 시위를 계속 벌이고 있다. 저녁이 되자 시내 몽콕역 부근에선 검은 옷 차림의 학생들이 보도블록을 다시 도로 한복판으로 던졌다. “이공대에 갇힌 학생들을 위해서다.” 앳된 얼굴을 마스크로 가린 칭(가명·16)은 “이공대에 집결한 경찰을 분산시켜 조금이라도 탈출을 돕기 위해 오늘도 집회를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곁에서 듣기만 하던 잉(가명·16)이 작심한 듯 입을 열었다. “경찰은 총과 최루탄과 물대포를 가졌다. 우리가 가진 거라곤 보도블록밖에 없다. 정부는 그저 경찰을 보내 진압만 하려 한다. 이제 누구도 통제할 수 없는 상황이 됐다.” 어둠이 깔리기 시작한 홍콩이 위태로워 보인다.

홍콩/정인환 특파원 inhw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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