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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7.05.17 15:37 수정 : 2017.05.17 23:23

?한국-독일을 오가며 활동중인 비디오 아티스트 최찬숙씨.

베를린 훔볼트포럼 ‘음양수화’ 전시
아시아태평양주간 주제 작품 화제

?한국-독일을 오가며 활동중인 비디오 아티스트 최찬숙씨.
독일 베를린 심장부에서 빛의 잔치가 열리고 있다. 희미하게 시작한 줄은 원이 되고 면이 되어 끊임없이 변하고 흐른다. 베를린 훔볼트포럼 동쪽 벽에 매일 밤 9시30분부터 이튿날 오전 5시까지 최찬숙(40) 작가의 비디오 설치작품 <음양수화>(陰陽水火)가 전시되고 있다. 형형색색으로 변하는 문양들은 서로 연결돼 움직이는 알고리즘을 연상시킨다. 15일 시작한 작품 전시는 18일까지 이어진다.

최 작가의 작품은 ‘아시아 유럽간 디지털 대화’를 주제로 열리는 ‘2017 베를린 아시아태평양주간’ 행사의 주제의식을 대표하는 공간이 되고 있다. 격년제로 열려 28일까지 이어지는 이번 행사에는 독일과 아시아 국가들 간의 정치·경제 문화·교류를 위한 플랫폼을 만드는 프로그램이 줄을 잇는다.

최찬숙 작가의 설치작품 ‘음화수화’. 사진 금아트프로젝트 제공
“제가 이주자라서 땅에 관심 많아요. 지금 훔볼트포럼이 서 있는 자리에도 여러 건물들이 거쳐 갔죠.” 최 작가가 말문을 열었다. 독일과 한국을 오가며 활동하는 그가 베를린에 온 2001년에는 공화국궁전 철거 여부가 뜨거운 논쟁거리였다. 애초 이 자리에는 패권주의의 상징이었던 프로이센성이 있었다. 성은 2차대전 때 반쯤 폭파된 뒤 동독 시절에 완전히 철거됐고, 이 자리에 동독 사회주의의 상징인 공화국궁전이 들어섰다. 하지만 동독 의회 등이 들어와 있던 공화국궁전은 통일 뒤 석면 논란에 휩싸여 2006년에 철거됐다.

그런데 이제 또다시 프로이센성을 재건한다. 새 이름은 훔볼트포럼으로 정해졌다. 알렉산더 폰 훔볼트 (1769~1859)는 세계 곳곳을 여행하고, 세계시민으로서 유럽 문화만 고수하지 않고 다른 문화를 배우는 열린 자세를 표방한 독일의 대표적 지성인다. 이제 프로이센의 상징이었던 이곳은 훔볼트포럼이란 타이틀로 아시아와 아프리카 등 유럽 밖 문화유산의 박물관으로 탈바꿈한다. 2019년 완공을 목표로 공사가 한창이다.

최 작가는 “아직 오픈하지 않은 이 건물이 동쪽에서 오는 빛을 받는다는 건 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주와 정착에 관심을 두고 작품 설치 작업을 해왔다. “아시아 여성작가로 활동하면서 아직도 유럽 중심의 사고체계로 운영되는 이곳 문화에 대해 많은 고민을 했다”는 그는 “이번 전시가 동·서양 문화 밸런스를 맞추는 방향으로 가는 기회가 되면 좋겠다”고 했다.

동·서양 문화의 연결을 얘기하면서 디지털을 꺼내는 것은 얼핏 생소해 보이지만, 디지털의 기초인 2진법의 단초가 동양에 있는 점을 고려하면 자연스럽다고 볼 수도 있다. 17~18세기 독일 수학자 고트프리트 라이프니츠는 중국에 있는 선교사가 보내온 주역 64괘를 관찰하다가 2진법을 개발했다.

최 작가의 작품은 동·서양의 연결을 시도하면서, 다양한 역사를 겪은 전시 공간 터의 ‘기’도 표현한다. 그는 “(중국 송대 수리철학자인) 소강절의 숫자 체계에 따라 12만9600 광자가 운영되는 원리로 작품을 제작했다. 건물이 산과 같다고 보고, 땅에서 태동되는 에너지를 음양오행설에 따라 풀어보고 싶었다”고 했다.

재독 중국철학자 육후이는 개막식 기조연설에서 “최 작가의 작품은 아시아 고대 우주론과 디지털화의 관계에 대한 생각을 던져준다”고 말했다. 베를린/한주연 통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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