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9.04.11 22:15
수정 : 2019.04.11 22: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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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키리크스 창립자 줄리언 어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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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 정부 “누구도 법 위에 없다” 엄중 처분 예고
미국에 곧 ‘신병 인도할 것’이란 전망 나와
미 법무부 “어산지 기소 상태”, “징역 5년 가능”
트럼프 “어산지 사형에 처해야 한다” 말하기도
‘가디언’ “어산지 인도는 정당하지 않은 일” 견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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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키리크스 창립자 줄리언 어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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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정부를 큰 곤경에 빠트렸던 위키리크스 창립자 줄리언 어산지가 도피 7년 만에 영국 런던의 에콰도르대사관에서 체포돼 그의 운명에 관심이 집중된다. <가디언>은 어산지를 미국에 인도하는 것은 ‘잘못된 결정’이 될 것이란 내용의 긴급 사설을 내놓으며 그의 앞날을 우려했다.
11일 체포된 어산지의 운명은 일단 영국 정부 손에 달렸다. 사지드 자비드 내무장관은 트위터를 통해 “누구도 법 위에 있지 않다”며 엄중한 처분을 예고했다. 어산지는 2012년 6월 성범죄 혐의로 신병 인도를 요구한 스웨덴 당국의 청구를 영국 법원이 받아들이자 보석 조건을 어기고 에콰도르대사관으로 도피해 7년간 ‘대사관 망명’ 생활을 해왔다.
런던 경찰은 체포가 보석 조건 위반뿐 아니라 “미국 당국의 요청 때문이기도 하다”고 밝혔다. 이는 어산지의 신병을 미국으로 넘길 수 있음을 시사하는 것이다.
미국 법무부는 2010년 기밀이 담긴 미국 정부 컴퓨터에 침입한 브래들리 매닝 당시 미군 일병의 공범으로 어산지를 기소했고, 체포영장이 발부된 상태라고 이날 밝혔다. 미국 법무부는 어산지가 미국에서 재판을 받으면 최장 징역 5년에 처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어산지는 미국 정부의 1급 수배자라고 할 수 있다. 그는 2010년 매닝이 건넨 미군 헬기의 이라크 민간인 학살 장면 동영상, 아프가니스탄전 관련 기록, 25만건의 미국 외교전문을 위키리크스 사이트를 통해 잇따라 폭로했다. 매닝은 징역 35년을 선고받았으나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이 징역 7년으로 감형시켜줘 2017년 석방됐다. 미국의 치부를 밝힌 행위를 놓고 언론 자유 논란이 뜨거웠기 때문이다. 하지만 도널드 트럼프 현 대통령은 오바마 전 대통령과 다르다. 트럼프 대통령은 2010년 “어산지를 사형에 처해야 한다”고 말하기까지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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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키리크스의 창립자 줄리언 어산지가 11일 오전 런던 에콰도르 대사관에서 체포된 뒤 경찰 승합차를 타고 이동하고 있다. 7년에 걸친 오랜 망명 생활 때문인지 얼굴이 많이 상해 보인다. 런던/로이터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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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스트레일리아 출신인 어산지는 2006년 내부고발 전문 사이트 위키리크스를 설립해 언론 자유, 검열 철폐, 정보 공유를 기치로 내걸고 활동해왔다. 위키리크스는 정보기술의 힘을 빌려 엄청난 정보를 매우 효율적이고 빠르게 전파하는 새로운 정보 공유 모델을 만들어냈다. 어산지에게 정보를 유출한 매닝은 25만건에 달하는 막대한 정보를 1.6기가짜리 시디(CD)로 손쉽게 내려받았다. 위키리크스는 이 정보를 누리집(www.wikileaks.org)에 그대로 올렸다. 이 사건은 어산지를 세계를 뒤흔든 ‘뉴스 메이커’로 만들었다.
미국 외교전문 공개는 전세계에서 크고 작은 논란을 일으켰다. 한국에서도 2008년 5월 이상득 전 국회부의장이 알렉산더 버시바우 주한 미국대사에게 동생 이명박 대통령을 “뼛속까지 친미, 친일”(pro-U.S. and pro-Japan to the core)이라고 소개한 사실이 드러나 후폭풍이 일었다.
<가디언>은 에콰도르 정부의 어산지에 대한 보호 철회와 영국 정부의 체포 등 일련의 사건에 대해 “이는 국제적 진공상태에서 일어나는 게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2년 전 오바마의 뒤를 이어 트럼프가 등장했다는 사실이 어산지에겐 더 위협적”이라며 “트럼프의 미국에게 어산지를 인도하는 것은 안전하지도 정당하지도 않은 일”이라고 했다. 이 신문은 에콰도르가 체포에 협조한 것도 비판했다. 2017년 좌파 후보로 당선된 레닌 모레노 에콰도르 대통령은 침체된 경제를 살리고 외채 문제를 해결하려고 국제통화기금(IMF)에 구제금융을 신청하면서 미국에 협조적인 움직임을 보여왔다.
길윤형 기자
charism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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