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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9.12.23 16:37 수정 : 2019.12.24 02:42

지난 10월 5일 바티칸에서 프란치스코 교황(한 가운데)과 이날 추기경에 새로 임명된 13명의 각국 출신 추기경들이 모여 포즈를 취하고 있다. 바티칸 미디어 사진제공

22일 교황청 추기경·주교·사제 대상 성탄 강론
“가톨릭 신앙 쇠퇴 중…시대변화 발맞춰야”
교황과 보수 사제 관료들 사이 긴장·대립

지난 10월 5일 바티칸에서 프란치스코 교황(한 가운데)과 이날 추기경에 새로 임명된 13명의 각국 출신 추기경들이 모여 포즈를 취하고 있다. 바티칸 미디어 사진제공

성탄절을 앞두고 프란치스코 교황이 “오늘날 전통적인 그리스도교 지역조차 가톨릭이 쇠퇴하고 있다”며, 사제들에게 “교리에 대한 경직적 태도에서 벗어나 시대변화에 순응해야 한다. 전통은 정태적이지 않고 역동적인 것”이라고 말했다. 바티칸의 보수파 가톨릭 사제 관료들을 향한 강력한 질책으로 풀이된다.

22일 로마 교황청에서 프란치스코 교황은 추기경·주교·사제들이 모인 관료조직 ‘쿠리아’를 대상으로 한 연례 성탄 강론에서 “오늘날 우리 가톨릭은 더 이상 신앙 문화를 창조하는 유일한 주체가 아니다. 전세계 사람들이 듣는 첫 번째도, 가장 많이 듣는 신앙도 아니다”며, “유럽과 많은 서구지역에서 가톨릭 신앙은 더 이상 일상적인 삶의 분명한 전제가 되지 못하고, 종종 부정되거나 조롱당하거나 소외되고 비웃음까지 사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그리스도교가 과거의 지배적인 지위와 영향력을 유지하지 못하고 있는 냉엄한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가톨릭은 세상이 요구하는 교회 개혁에 나서야 하며 복음전파 사명을 수행하는 일에서 교회가 다시 매력적이 되도록 ‘전망’을 제시해야 한다며, “지속적이고 눈에 보이는 ‘변화’가 교회의 진정한 전통”이라고 설파했다. 그는 “경직성은 변화에 대한 두려움에서 발흥한다. 교회의 경직적인 태도가 공동선의 기초를 허물어뜨리고 오해와 증오의 지뢰밭을 만들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오늘날 횡행하는 경직적인 태도가 불평등과 악순환을 이루며 서로를 강화시키고 있다”며, 교회의 경직적 태도가 아동 성추문 스캔들이나 각종 불평등 같은 내부 문제를 회피하는 수단으로 사용되고 있다고 일갈했다.

<에이피>(AP)통신은 이날 강론에 대해 “프란치스코 교황의 진보적 성향과 지위를 그동안 공공연히 반대해온 보수적이고 전통적인 가톨릭에 대한 경고”라고 풀이했다. 올 한해 바티칸의 재정 문제 및 성 추문이 터져 나오면서 최근 프란치스코 교황과 경직적인 보수 사제 관료들 사이의 긴장·대립이 수면 위로 점점 드러난 바 있다. 교황이 지난 21일 교황청 추기경단 단장인 안젤로 소다노의 사임을 발표하고 단장 임기를 기존의 종신직에서 ‘5년·연임’으로 제한하는 칙령을 발표하면서 이런 대립은 극적으로 부상했다. 소다노는 전임 교황 요한 바오로 2세와 베네딕토 16세에 걸쳐 강력한 권한을 행사했던 추기경으로, 바티칸에서 아동 성추문 성직자에 대한 강력한 처벌에 줄곧 반대하는 등 프란치스코 교황에 반대해온 가톨릭 보수파의 리더였다. 그는 이날 추기경 단장으로서 프란치스코 교황에게 마지막 성탄 축하 인사를 전했다.

조계완 기자 kyew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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