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규상 타지역전용 안돼”…관심분산 호소 더 이상 쓰나미 피해 구호성금을 접수하지 않겠다고 밝힌 국제구호단체 ‘국경없는 의사회(MSF)’의 결정을 놓고 논란이 빚어지고 있다고 〈인터내셔널 해럴드 트리뷴〉이 7일 보도했다. 국경없는 의사회는 “12월26일 발생한 쓰나미 희생자가 15만명에 이르는 가운데 접수된 구호성금이 5300만달러이고 이는 피해지역에서 구호활동을 벌이는데 충분한 액수”라며 “실제로 구호활동 기금은 내전으로 고통받는 수단의 다르푸르 등 다른 지역에 쓰여져야 하지만 접수된 성금은 다른 지역으로 전용되지 못하므로 구호가 필요한 다른 지역에 관심을 가져달라”고 성금접수 중단 배경을 설명했다. 피에르 샐리뇽 사무총장은 홈페이지를 통해 “이런 결정을 내리기는 사상처음”이라며 “이는 전세계적인 모금운동에 정면으로 배치될지 모르지만 정직성의 문제”라고 밝혔다. 국경없는 의사회의 이런 결정은 몇년째 일반의 관심 밖에 놓인 채 심각한 기아와 내전으로 위기에 놓인 지역들과 이번 쓰나미 피해지역에 쏟아지는 온정들이 대비돼 논란은 증폭됐다. 특히 국경없는 의사회 등에 비해 영향력이 떨어지고 더구나 오랜 활동 끝에 재정이 바닥난 구호단체들의 불만이 쏟아져 나왔다. 프랑스의 엔지오(비정부기구) 단체인 기아추방운동(ACF)의 실뱅 트로티어 대변인은 국경없는 의사회의 결정에 깜짝 놀랐다면서 “충분한 기금을 가진 그들의 결정은 칭찬할만 하지만 자신들만이 양심적이라고 내세우는 것 같다. 더구나 모든 엔지오들이 충분한 돈을 갖고 있는 것처럼 비쳐질 것을 우려한다”고 말했다. 기아추방운동은 쓰나미 구호 기금으로 260만유로를 모아 대부분 사용했고 이재민들의 삶터 재건 및 정수작업 등 장기사업에 필요한 재원은 마련치 못한 상태다. 독일 본에 본부를 둔 구호단체 ‘도이체 벨트훙어힐페(DW)’ 역시 비슷한 상황에 처해 있다. 한스 요아킴 프레우스 DW 사무총장은 “우리는 한푼이 아쉽다”며 “국경없는 의사회는 장기적으로 활동하는 우리와 달리 단지 긴급재난 구호에 초점을 맞춘 단체라는 사실을 명확히 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프레우스 사무총장은 “국경없는 의사회가 쓰나미 구호 성금을 받지 않는다고 할 때 다른 기구들에 기부해달라고 함께 밝혔어야 했다”고 덧붙였다. 국경없는 의사회의 결정으로 촉발된 이 논란은 비상사태를 전하는 언론과 성금 모금 간에 상당한 상관관계가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데보라 골드버그 미국적십자사 대변인은 “(쓰나미 같은 상황발생시) 언론은 계속 보여주려 하고 그 결과 상당한 역할을 해낸다”고 설명했다. 국경없는 의사회가 불과 8일 동안 4천만유로를 모금했지만 내전사태로 수만명이 숨진 수단 다르푸르 사태의 경우 2개월 동안 65만유로를 모으는데 그쳤다. 몽골이나 콩고, 아이티 등지에서 수만 명이 영양실조로 숨져가지만 기부금은 어쩌다 접수되는 지경이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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