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론 사외이사들도 개인재산 털어 배상

월드컴 뿐만 아니라 엔론의 전직 사외이사들도 해당업체의 파산을 둘러싼 소송에서 개인재산을 털어 배상하는 조건으로 장외 합의한 것으로 뒤늦게 드러났다고 뉴욕 타임스가 8일 보도했다.

타임스는 지난해 10월 엔론의 옛 투자자들이 제기한 소송에서 18명의 전 사외이사 가운데 10명이 개인재산 1천300만달러를 포함해 모두 1억6천800만달러를 지급키로 하고 원고들과 장외합의했다고 전했다.

타임스에 따르면 원고인 옛 투자자들은 전 사외이사들이 엔론의 부풀려진 실적을 바탕으로 주가가 고공행진을 계속하고 있을 때 이 주식을 팔아 부당이득을 취했다면서 사기 혐의로 이들을 고소했고 이 혐의는 결국 받아들여지지 않았지만 전 사외이사들은 주식매매 거래로 인한 세전 수익의 10%를 합의금으로 내놓기로 했다.

합의에 참여한 전직 사외이사들 가운데는 필 그램 전 상원의원의 부인으로 한국계인 웬디 그램 전 선물거래위원장과 로버트 제딕 전 스탠퍼드 경영대학원 학장, 로버트 벨퍼 벨코 오일 앤드 가스 회장 등 유명인사가 포함돼 있다고 뉴욕 타임스는 전했다.

타임스는 월드컴의 전 사외이사들이 파산책임을 둘러싼 소송에서 개인재산 1천800만달러를 원고들에게 지급키로 합의한 데 이어 엔론에서도 전 사외이사들이 형사책임의 면제에도 불구하고 역시 개인재산을 통한 변상에 합의함으로써 회계부정을 자행한 업체들의 사외이사들에게 무거운 책임을 물을 수 있음이 재확인됐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타임스는 또 이번 합의에 따라 엔론이 이사 및 집행임원들의 피소에 대비해 가입한 보험 보상금이 거의 소진되고 1천300만달러 밖에 남지 않아 케네스 레이 전 회장이나 제프리 스킬링 전 최고경영자 등 집행임원들이 민사소송에서 이를 초과하는 배상금액을 판결받거나 장외합의할 경우 초과분은 결국 개인이 부담할 수 밖에 없게 됐다고 지적했다. (뉴욕/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