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일반 |
국제사회 "미국 아시아판 마샬플랜 나서야" |
아체 의료장비 부족…환자 6% 죽어가
지진·해일로 막대한 피해를 입은 남아시아 일대에 ‘마셜플랜’ 같은 장기적인 지원책을 시행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또 가장 큰 인명피해를 입은 인도네시아에서 관리들의 부정부패로 구호품이 이재민들에게 제때 전달되지 못하고 있다고 현지 신문이 지적했다.
…영국 <인디펜던트>는 “제2차 세계대전 뒤 유럽 재건을 위해 추진한 마셜플랜처럼 미국이 아시아 재해지역에 장기적 지원책을 담은 ‘아시아판 마셜플랜’을 펴야 한다는 목소리들이 나오고 있다”며 “이는 많은 사람들을 살리고 이라크 전쟁으로 실추된 미국 이미지도 회복할 수 있는 기회”라고 3일 보도했다. <로스앤젤레스 타임스>도 2일 사설에서 “마실 물 정수, 위생체계 개선 등 장기 계획을 세워 수십억달러를 투자하는 ‘아시아판 마셜플랜’ 전략을 부시 대통령은 제시해야 한다”며 “이는 미국 정부가 이라크 전쟁을 위해 지금까지 요구한 2250억달러보다 훨씬 적은 액수로 대테러전보다 더 현명한 투자를 하는 것”이라고 제안했다.
…이번 지진·해일로 공식 사망자만 10만여명, 정부가 확인하지 못한 주검이나 실종자를 포함하면 사망자가 최소 20만명까지 늘 것이라는 예상이 나오고 있는 인도네시아에서 일부 관리들의 부정부패로 구호품이 제때 배급되지 못하고 있다.
<자카르타 포스트>는 3일 아체주 전역에서 기아와 의료품 부족으로 사람들이 죽어가고 있지만, 아직도 일신의 배를 채우려는 사람들이 있다고 보도했다. 신문은 “메단시 공항에서 인도네시아민주투쟁당이 제공한 의료품과 비상식량을 정부 관리들이 몰래 빼돌렸다”며 “해일 피해자들을 위해 구호품을 전달하는 극단적인 상황에서도 정부 관리들의 부정부패가 얼마나 심각한지 보여주는 단적인 예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지금 아체주 생존자들은 뒤늦은 치료와 의료장비 부족으로도 죽어가고 있다. 아체주 록슈마웨의 쿠트무티아 병원 책임자들은 이번 재해로 입원치료를 받아 온 환자 167명 가운데 6% 정도가 의료장비 부족으로 숨졌다고 밝혔다.
…대재앙이 할퀴고 지나간 뒤에도 고대 신분제도의 낡은 사슬은 끊어지지 않았다. <로이터통신>은 3일 해일이 휩쓸고 가버린 인도에서 카스트 제도의 최하위층인 ‘불가촉 천민’(달릿)이 썩어가는 주검을 수습하는 데 동원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통신은 “인도 남부 어촌 나가파티남에서 열대의 열기 아래서 주검수습에 나선 1천여명의 남성 대다수는 이웃마을에 사는 달릿 출신들”이라며 달릿 출신 청소부 엠 모한과 그의 동료들이 하루종일 주검을 치우고 받는 대가는 50센트(약 550원)의 특근수당과 한끼 식사가 전부라고 전했다.
…타이 한 어촌 마을에서 조상 대대로 전해 내려온 바다와 파도에 관한 지식이 온 마을 사람들을 이번 대재앙에서 구했다고 타이 일간 <더 네이션>을 따 <에이피통신>이 지난 1일 보도했다. 마을 촌장인 사마오 카탈라이(65)는 “어른들은 만약 바닷물이 빠르게 뒤로 물러나면 같은 양만큼의 물이 이내 다시 덮칠 것이라고 늘 말했다”고 전했다. 지난 26일 남쪽 해안에서 갑자기 바닷물이 빠지자 주민들은 근처 산에 있는 절로 냅다 뛰었고, 주민 181명 모두 살아남을 수 있었다. 윤진 기자 mindl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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